〔렌털〕31조 규모로 커진 렌털시장
남편 빼고 다 빌려쓸 수 있다
국내 1위 렌털업체 코웨이는 지난달 의류청정기 렌털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LG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의류관리기 시장에 렌털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렌털 스타트업 오픈갤러리의 직원들이 국내 화가 작품을 렌털 구매한 고객의 집을 방문해 그림을 설치하고 있다(위). 코웨이가 지난달 렌털 서비스로 내놓은 의류 청정기. 이 제품은 의류 관리 기능과 함께 공기 청정, 가습 기능도 함께 들어있다(아래 오른쪽). 롯데렌탈의 렌털 사이트‘묘미’에서 판매 중인 스마트 자동 급식기. 이 제품은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과 연결돼 사료가 담겨 있는 식판을 외부에서도 열었다 닫을 수 있다(아래 왼쪽). /오픈갤러리·코웨이·롯데렌탈이미지
코웨이 관계자는 "기존 의류관리기에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기능을 추가해 주기마다 필터를 교체해준다"며 "일시불 가격은 200만원이 넘지만, 렌털로 구매할 경우 한 달 5만원 미만의 돈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인기"라고 했다. 실제로 이 제품은 렌털 서비스를 출시한 지 2주 만에 누적 계정 수가 2000개를 돌파했다.
코웨이·SK매직·청호나이스 등 렌털업체들이 정수기·공기청정기뿐 아니라 의류청정기, 에어컨, 건조기, 침대 매트리스, 반려동물용품, 미용 기구 등으로 제품 다각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렌털 고객(계정) 수가 처음 1000만을 돌파했고, 올 상반기 코웨이·SK매직 등 주요 렌털 업체들은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세웠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한 번에 목돈을 지출하기보다는 매달 일정 금액을 쪼개서 내는 렌털을 더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은 올해 31조9000만원 수준에서 2020년에는 4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렌털산업은 목돈 지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황기에 성장률이 높다"며 "나를 위한 가치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렌털업체마다 새로운 품목 발굴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무소유의 시대, 뭐든지 빌려 쓴다
롯데렌탈은 올 4월부터 자사 렌털 사이트 '묘미'에서 반려동물용품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달 묘미에서의 렌털 주문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배 가까이 늘었고, 빌려주는 품목 종류도 4배가량 증가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최근 반려동물 제품에 더해 프리미엄 음향기기, 골프용품 등도 렌털로 선보였다"며 "렌털로 취급하는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누적 방문자 수가 최근 350만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교원웰스는 지난 7월 식물 재배기인 '웰스팜'을 새롭게 출시했다. 웰스팜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영양제로 식물을 키우는 장치다. 소비자들은 이 기기를 렌털하고 두 달마다 청경채, 스위트 바질 등 채소 모종을 배달받는다. 가격은 약정 기간과 채소 종류에 따라 월 2만7900원부터 3만9900원까지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가격 부담이 적고 집에서 직접 무농약 채소를 키워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고객 7000명을 돌파했다"고 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7월 자사에서 출시한 에어컨을 렌털 서비스로 새롭게 내놨고 SK매직은 의류건조기, 가스레인지,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 등 10개 가전제품을 렌털로 제공하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일시불로 40만~50만원대인 가스레인지도 월 1만5900원에 렌털해서 쓰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지갑 얇은 1인 가구를 잡아라
국내 렌털 서비스는 1998년 IMF 외환 위기 때 태동했다. 정수기 방문 판매 직원들이 아파트를 돌면서 제품 홍보를 하고 고객층도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렌털 시장의 큰손은 젊은 1인 가구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젊은 1인 가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이런 고객층을 겨냥해 예술품이나 미용 기기까지 렌털로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렌털 스타트업 오픈갤러리는 국내 유명 화가들의 그림 작품을 월 3만9000원(가로 50㎝ 기준)에 빌려주고, 3개월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픈갤러리 관계자는 "창업 당시 100여점이었던 그림 작품은 현재 2만여개로 늘었다"며 "집안 인테리어하는 것보다 흰 벽에 그림 한 장 걸어놓는 게 싸게 먹힌다는 손님들도 많다"고 했다.
조선비즈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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