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원리〕생각(think)보다는 감정(feeling)이라는 것
마케팅의 전쟁터는 ‘시장’ 아닌 고객의 ‘마음속’”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403242030501
스코틀랜드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은 “모든 사람은 매 순간 무엇인가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파는 것은 상품만이 아니다.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거나,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대중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하는 것도 다 파는 행위의 하나다.
호감이나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좋은 이미지만으로 부와 명예를 누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호감이나 이미지를 판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요즘은 국가도 국가브랜드와 이미지를 담당하는 기관을 따로 두고 국가 마케팅을 하는 시대다. 지난 3월 17일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에 취임한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 기업이 다투어 찾는 유명 컨설턴트이다. 그가 쓴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란 책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최근 국가 브랜딩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대한민국 마케팅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불황과 혼돈의 시대에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은 있는 것인지 홍 교수를 만나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해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과 한국 상품에 관해 연구하며 ‘브랜딩 코리아’란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국가 이미지에 따라 각 나라는 관광, 수출, 산업투자 등 엄청난 경제적 효과는 물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효과를 얻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살짝 보여진 아름다운 풍광만 보고도 그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지죠.
〉일단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할 것 같군요.
@마케팅이란
내가 다루는 브랜드의 좋은 품질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과정입니다.
마케팅은 품질만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거든요.
@브랜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의 명칭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생물처럼 끊임없이 관리해줘야 할 대상입니다. 국가도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이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나 단체처럼 국가도 슬로건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요.
“많은 나라들이 통일된 국가브랜드 콘셉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나름의 슬로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Land of ideas’입니다. 전쟁과 나치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기계공학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가 많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슬로건이죠.
뉴질랜드는 100% 순수한, 즉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청정함을 내세우는 ‘100% Pure New Zealand’를 외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Uniquely Singapore’를 쓰고 있는데, 전통과 현대, 문화와 예술의 조화를 이룬 자신들의 이미지를 표현한 거죠. 인도는 ‘Incredible India’로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나라라는 의미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대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영문 캐치프레로 ‘Dynamic Korea’를 만들었습니다.
2009년 1월 국가브랜드위원회 출범 이후 국가브랜드의 일관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 차원에서 국가 슬로건 및 상징물 등을 통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Dynamic Korea’를 국가브랜드 슬로건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역동성과 급속한 발전 모습을 보여주는 장점은 있으나, 지난 10년여 동안 변화된 한국의 모습과 미래 비전을 총체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죠.”
“저는 ‘Miracle plus’를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콘셉트로 제시합니다.
조사에 의하면 어느 나라 사람이건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더군요.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발전 원동력을 외국인에게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Miracle’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어요. 여기서 Plus의 의미는 여러 가지를 함축하는데, 우선 Korean Miracle이 앞으로도 지속되고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크고 작은 모든 기업들이 함께 만들어 감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Korean Miracle이 대한민국 국가의 ‘경제’와 한국 기업의 ‘무역’과 한국 사회의 ‘문화’와 합해져 이루어 감을 의미합니다. 기적, 그 이상의 나라라고나 할까요.”
〉국가나 도시 브랜딩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뭔가요.
“영국의 런던이 대표적이죠. 과거 런던은 낡고 음침하고 툭하면 파업만 하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런던시가 1990년대부터 ‘London Is Changing’이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런던을 창의적이고 개방적이고 아방가르드한 곳으로 인식시켜 관광객도 늘고 이미지도 좋아졌습니다.
런던시 당국은 여행객들이 보통 4박5일 머문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뻔히 가는 동선부터 정비를 시작하여 전체 도시를 새롭게 바꿔 놓았습니다. 엄청난 랜드마크를 만들거나 교통시설을 하지 않고 작은 것에서부터 세심하게 배려한 모습으로 성공한 거죠.”
〉조사를 해 보니 한국이란 브랜드는 어떤 장단점이 있던가요.
“우선 글로벌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개방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판케즈 게마와트라는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 교수가 2012년 발표한 ‘글로벌 연결성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개방 수준은 전 세계에서 100위권입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외국인 직접 투자는 122위, 인구 대비 이민자 숫자는 111위, 1인당 국제통화 시간은 98위였어요. 아무리 한류열풍이 강해도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입니다.”
그래도 외국 관광객이 많이 늘었고, K-Pop 열풍으로 한국 이미지도 매우 좋아지지 않았나요. 삼성, 현대 등 기업들의 제품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젊은층에서는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음악도 널리 알려졌고, 한국 드라마도 한 번 보면 중독성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지식을 조사해 보면 첫째 별 관심이 없고 특히 나이 든 이들은 6·25전쟁이나 북한 김정일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아요.
다행히 젊은층에서는 음악, 드라마, 스포츠 등 정보를 통해 한국을 알고 호감도도 높은 편이라 긍정적 측면이 있어요. 이런 부정적 시각을 꾸준한 홍보나 브랜드 관리로 바꿔 가야죠.”
〉국가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한 대안은 있나요.
“일단 국가별 또는 문화별로 변형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사 결과 베트남 등 탈식민국가 중 아직 못 사는 나라 국민들은 한국을 무척 동경하고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들에게 한국을 잘 홍보하고, 잘 이끌어 나가면서 그들을 확실하게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죠. 중국인도 한국에 대해 꽤 호의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국수주의적 성향이 너무 강하다고 경계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과도한 자존심 대결은 삼가는 것이 좋죠. 중국 이외에도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의 ‘국수주의적 경향’을 경계합니다. 대체로 젊을수록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한국이 ‘재미있는 나라’라고 좋아한답니다. 젊은이들은 미래의 고객들이니 잘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들에게 제공하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요. 유튜브의 동영상 등 소셜 미디어도 잘 활용해야 합니다.”
〉교수님이 보기에 가장 탁월한 마케팅을 한 기업은 어떤 회사들인가요.
“제 생각에 맥도널드와 애플입니다. 맥도널드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 햄버거 회사죠. 그런데 집에서도, 다른 식당에서도 햄버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잖아요. 햄버거가 비행기나 자동차처럼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맥도널드의 아성을 깨지 못할까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도 아닌데 말입니다.
맥도널드를 창업한 레이 크록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는 햄버거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쇼 비즈니스다’란 말입니다.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를 진짜 가장 빠르게 만들어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가장 깨끗한 환경에서 가장 친철하게 고객을 응대하며 가장 빨리 햄버거를 만들어 내놓는 쇼를 보여주라는 거죠.
애플의 경우, 별다른 광고도 하지 않고 회사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가장 세련된 제품을 만드는 혁신적 회사란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소니가 전자제품 회사에서 영화, 음악, 온라인게임 회사 등으로 변신하다 적자만 늘어난 것과 달리 애플은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고 중개만 하면서도 2011년 기준 음원 중개인 아이튠즈 관련 분야에서만 64억50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마케팅을 하려면 엄청난 돈과 인재가 필요하지 않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경영학자와 마케팅 실무자들이 최근에 내린 결론은 마케팅의 전쟁터가 ‘시장’이 아닌 고객의 ‘마음속’이라는 겁니다.
직접적인 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생각(think)보다는 감정(feeling)이라는 것이죠.
구매 설득의 초점을 소비자 머리에서 마음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제품을 좋아해야 할 이유를 찾아주는 것은 머리지만, 정작 구매할 이유를 찾아주는 것은 마음이거든요.
수천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게 한 말에도 나와 있죠. ‘마음에 호소하는 것은 머리에 호소하는 것보다 강하다. 머리에 호소하면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지만, 마음에 호소하면 사람들을 지금 당장 움직이게 만든다.’
감성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가 오리온 초코파이입니다. 초코파이는 1974년에 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점차 경쟁 상품도 많아지고 제품 수명 주기도 다하면서 판매대에 올려놔도 집어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1989년에는 시장에서 철수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때 오리온은 시각을 바꿔서 초코파이를 낱개로 팔던 기존 방식 대신에 박스로 사게끔 유도했습니다. 초코파이 한 박스를 사면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서 이를 나누어 먹도록 유도한 광고가 ‘정(情) 시리즈’입니다.
그 결과 초코파이는 국내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중동이나 남미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죠. 같은 브랜드, 동일 상품에 ‘정(情)’이라는 새로운 정서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 죽어가는 제품을 살려냈고 아직도 승승장구하고 있죠.”
@이제는 개인도 브랜드 시대입니다.
〉개인 브랜딩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름 석자가 바로 브랜드죠. 공부를 잘하거나, 옷을 잘 입거나 등등으로 차별화를 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농부들도 쌀에다 자기 이름을 붙이거나 독특한 이름을 붙여 650여개의 쌀 브랜드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보다 그 브랜드를 제대로 관리하는 브랜딩 과정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걸 잘 못하죠. 입학시험 면접을 하면서 안타까운 적이 많아요. 수험생이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기회를 주어도 주저하면서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단 입학시험에서만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인식을 얻고 싶어하면서도, 실제로 이미지 관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아주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나의 진정성이나 철학보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에 반응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격, 취향, 보여주고 싶은 강점 등을 잘 파악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브랜딩해야 합니다.”
〉너무 타인의 시선만 의식하면 부자연스럽고 연기하는 것 같은데요.
“그건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입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과정은 이미지에 강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관심 갖지 않는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을 빠뜨리는 셈이죠.
실제로 타인의 이미지에 대해 별 신경을 안 쓰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난받거나 배척을 당하죠.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무례하고, 몰인정하며, 사회적으로 미숙련되고, 야비한 데다가, 심지어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으로까지 단정 짓거든요.
개인의 공적 이미지 관리가 공허함이나 천박함의 표시가 아니라, 유연하고 성공적인 사회 상호작용에 있어 필수적 요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마케팅학회에서 학자나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활동은 없나요.
“정기 학술대회는 물론 1년 동안 매주 다양한 행사를 만들어 일반인들과도 호흡하려 합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해 학생이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국가나 기업 브랜딩도 중요하지만 한국인 개개인이 행복하고 멋진 모습을 가져야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니까요.”
한국 나이로 60세에 하루에 5~6개의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홍성태 교수는 청년처럼 발랄하게 보인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그가 마케팅과 브랜딩을 학설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행일치라고나 할까. 그의 말에 더욱 신뢰가 가는 이유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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