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年企業〕 한국 100년 기업, 두산·동화약품·몽고식품 등 10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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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수기업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국내 最古 기업은 1896년 박승직 상점… 훗날 두산으로 성장
에노키안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에 창립 1000년이 넘은 '초(超)장수 기업'은 16곳이다. 이 가운데 11곳이 여관이나 술집, 음·식료품점이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불황이나 호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잘 팔리는 의식주 관련 기업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도 옷감을 팔던 포목상이 모태다. 1896년 문을 연 두산의 전신 박승직 상점은 1945년 광복과 동시에 잠시 문을 닫았다가, 1946년 두산상사로 재출범해 오늘에 이르렀다.
1896년 8월 1일 개장한 두산의 전신 박승직상점. / 두산
둘째로 오래된 동화약품 역시 마실 거리가 대표 상품이다. 1897년 9월 동화약방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여 '생명을 살리는 물'이란 '활명수(活命水)'를 간판 상품으로 내걸면서 성장했다. 이 제품은 1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화약품 주력으로 활약 중이다. 몽고식품(1905년), 경방(1919년) 또한 장(醬)과 옷감을 만들던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다.
◇두산·동화약품·몽고식품 등 10곳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의식주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 금융업계에서 100년 넘게 살아남았다. 경기에 민감하고, 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금융업 특성상 이들은 수차례 인수와 합병을 거듭하며 살아남았다.
신한은행은 1897년 세워진 한성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4년 한성은행 후신인 조흥은행을 흡수합병하면서 형식상 합병 주체로 자사가 아닌 조흥은행을 내세울 만큼 그 역사를 그대로 계승하는 데 공을 들였다.
우리은행도 1899년 시작한 대한천일은행(상업은행)과 1932년 설립한 조선신탁주식회사(한일은행)를 근간으로 한다.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이 탄생했다가 2001년 평화은행까지 흡수하면서 2002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중소기업연구원이 한국신용정보 등에 올라 있는 기업 정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100년 넘은 국내 장수 기업은 10곳이었다. 목재를 팔던 성창기업지주나 피혁을 가공하던 KR모터스, 광장시장, 인쇄 업체 보진재까지 모두 합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가깝게는 한국전쟁부터 멀게는 임진왜란·병자호란까지 크고 작은 전쟁과 외침을 수차례 겪다 보니 실생활에 밀접한 의식주 기업이라도 오래 버티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선대 경영 방식과 제조 비법을 이어가거나, 안정적인 소비 시장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수 기업 천국인 일본은 1603년 에도 막부 통치 이후 1945년 원폭 투하 이전까지 본토에선 대규모 전쟁이나 외침을 겪지 않았다. 그 결과, 중소규모 의식주 기업이 살아남을 터전이 생겼다. 1000년 넘은 전 세계 초장수 기업 16곳 중 일본에만 8곳이 있다.
사실 일본 니시야마 온천, 오스트리아 스티프츠켈러 레스토랑, 영국 빙리암스 펍까지 1000년 넘은 대표적인 초장수 기업은 회사라기보다는 가문이 대대로 종사하는 노포(老鋪·오래된 상점)에 가깝다.
일본에서도 창립 100년 이상 기업 중 90%는 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으로 규모가 작다. 국내에도 오랜 기간 가업을 이어가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장수 기업이 상대적으로 드문 이유는 외적인 환경 요인뿐 아니라,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몸집을 불리고 외형을 키우려는 관행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뿌리 깊은 사농공상(士農工商) 문화 역시 기업이 장수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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