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족〕외식문화 바꾼 편의점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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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가성비’와 ‘혼밥’ 트렌드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편의점에서 저녁 식사까지 해결하는, 이른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 직장인 김진영(39)씨는 요즘 ‘근심거리’가 사라졌다. 급등한 외식 물가에 매일 도시락을 싸야 했던 수고(?)를 덜었기 때문이다. 그가 일하는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면 8천~1만원을 써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찾게 됐다. 식당 한 끼 비용의 절반으로 집밥 못지않은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돼 기쁘다.”
# 박정효(43)씨의 하루는 ‘편의점’에서 시작된다. 아침 7시쯤, 매일 서울 종로에 있는 회사 앞 편의점에 출근도장을 찍는다는 그는 아침·점심 식사를 모두 이곳에서 해결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컵라면과 삼각김밥 위주로 끼니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무조건 도시락부터 찾는다”며 “종류가 다양하고 반찬 수도 많고 맛도 좋아 만족한다. 굳이 더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식당에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
편의점 대표 메뉴가 변화하고 있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에서 도시락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2016년 편의점 매출 부동의 1위였던 컵라면을 제치고 도시락이 1위를 차지한 이후 그야말로 전성시대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가성비’와 ‘혼밥’ 트렌드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편의점에서 저녁 식사까지 해결하는, 이른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치킨·피자·햄버거·샌드위치는 물론 식당 등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3천~4천원대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고기·김치·돈가스·나물 등 각종 반찬과 찌개 등 정찬 수준의 식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실제 2018년 6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15명에게 ‘점심값’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6230원으로 편의점 도시락 가격의 곱절 수준이었다.
불황 탓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이들에게 편의점 도시락은 이제 필수품이다. 주야 교대 업무를 하는 정광호(33)씨는 “가격은 물론이고 허기가 느껴질 때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어 애용한다”며 “‘싼 게 비지떡’이라고 무턱대고 거부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7천~8천원대 도시락 배달 전문 업체와 비교해도 품질과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이 ‘한 끼 때우기’가 아닌 ‘잘 차린 식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관련 시장 역시 매년 가파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2018년 기준 3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7년(2500억원) 대비 40% 남짓 오른 수치다. 2013년 779억원과 비교하면, 매년 30% 남짓 성장해 5년 만에 4.5배나 커졌다. 주구매층도 10~20대를 넘어 30~40대까지 넓어졌다.
CU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의 위생과 품질이 개선된데다, 한 달에도 3개 이상 신제품이 출시될 정도로 회전이 빨라 다양한 고객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합리적 가격으로 다양한 반찬을 즐기고 집밥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 도시락 선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도시락 시장은 지난해 3500억원 규모까지 급성장했다. 인기의 비결은 저렴한 가격에 맛과 영양까지 갖춘 한 끼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맛과 위생, 영양까지 최고로
편의점 도시락은 2005년 GS25가 출시한 ‘추억의 도시락’이 시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도시락 모양에 볶음김치, 햄, 달걀프라이 콘셉트였다. 밥과 반찬이 섞인 정찬 형태가 아니라, 덮밥처럼 ‘한 그릇’ 메뉴가 대부분이었음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10년 이후 지속된 불황과 음식점 밥값 상승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집밥 형태는 2011년 GS25가 6찬 도시락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현재 모습을 갖췄다. 특히 김혜자(GS25), 백종원(CU), 혜리·토니 안(세븐일레븐) 등 고객에게 신망 높은 유명인이 모델로 등장하면전서, 싸고 맛없고 영양가 없는 저급 제품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맛과 영양이 풍부하며 위생과 품질 면에서도 우수한 고급 제품 이미지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판매되는 도시락은 CU 15종, GS25 19종, 세븐일레븐 36종, 미니스톱 14종, 이마트24 10여 종을 포함해 100여 종에 이른다. ‘고진많’(고기 진짜 많구나), ‘진진많’(진짜 진짜 많구나), ‘11찬’ ‘도시락의 정석’ ‘최애7찬’ ‘새해엔모두다돼지’ ‘더 커진 참치마요덮밥’ ‘김치찌개덮밥’ ‘쌈밥정식’ ‘왕돈가스 도시락’ ‘찜닭정식’ 등 상품명만큼이나 특색 있는 도시락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혼밥족뿐 아니라 혼술족을 겨냥해 식사와 안주 모두를 해결하는 프라이드치킨, 치킨가라아게, 깐풍기 안주형 도시락과 밑반찬만으로 구성된 상품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
가격과 맛은 물론 영양과 위생에 대한 만족도까지 높이겠다는 각오다. 세븐일레븐은 2018년 말 ‘오모가리 돼지김치찌개 도시락’과 ‘두부 강된장찌개 도시락’ 등 자작한 국물에 푸짐한 건더기가 담긴 ‘짜글이’ 콘셉트로 찌개로도 즐길 수 있고 밥에 비벼 먹을 수도 있는 도시락 2종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고객의 발길을 묶어두려는 신제품 출시도 속속 예정돼 있다. 지역 별미를 메인 반찬으로 구성해 성공했던 미니스톱은 ‘춘천식 숯불닭갈비 도시락’과 ‘담양식 떡갈비 도시락’을 선보인다. CU는 올해 트렌드인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것)’를 컨셉트로 한 ‘추억의 도시락’ ‘추억의 경양식’ 2종과 고등어를 활용한 정식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2018년 기준 3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7년(2500억원) 대비 40% 남짓 오른 수치다. 연합뉴스
◇저녁 식사 시장까지 커져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밥솥 없이 밥심을 원하는 ‘노팟(No-pot)족’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7% 남짓인 간편식(도시락) 매출 비중이 일본 편의점 수준인 20%까지 성장하리라고 기대한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통계청이 분석한 ‘2018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양곡연도(2017년 11월1일~2018년 10월31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7년에 견줘 1.3% 줄어들었지만, 도시락과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29% 늘었다.
저녁 식사로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려는 이들뿐만 아니라 집에서 저녁을 먹는 1인·맞벌이 가구도 편의점 도시락을 선택한 데 따른 것이다.
CU가 2018년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시간대별 도시락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저녁시간대(저녁 6~9시) 도시락 매출이 하루 도시락 매출의 22.1%를 차지했다. 2014년과 비교해 3.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점심시간대(오후 12~3시) 도시락 매출 비중(22.2%)과도 차이가 0.1%로 좁혀졌다.
세븐일레븐 세종대로 카페점은 3층 구조로 1층은 편의점, 2층은 북카페, 3층은 도시락 개발 및 직원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배달 서비스 이어 카페까지
편도족이 늘면서 이들의 편의를 배려한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GS25는 2016년 3월부터 업계 최초로 전국 점포에서 도시락 예약 주문 서비스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고객이 원하는 도시락을, 원하는 점포에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받는 애플리케이션(앱) ‘나만의 냉장고’를 활용하면 된다. 김진영씨는 “미리 주문해놓지 않으면,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구입하려 해도 상품이 모두 팔려 포기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며 “끼니마다 한식, 양식, 중식 등 골라 먹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CU는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도시락 배송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와 별개로 CU 앱으로 예약 구매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미니스톱 역시 배달앱 배송 서비스를 검토 중인데 도시락뿐 아니라 패스트푸드, 신선식품, 공산품까지 배송 물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카페형 편의점 ‘도시락 카페’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2014년 11월 오픈한 80평 규모의 국내 최초의 도시락 카페 ‘KT강남점’에 대한 좋은 반응에 힘입은 결과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이 단순 소비 공간을 넘어 쇼핑과 (외식) 문화의 공존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래의 편의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프레시 푸드 스토어’로 정의했던 세븐일레븐은 현재 운영 중인 127개의 카페형 편의점을 점차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3월호 더보기 http://www.economyinsight.co.kr/
2019-03-04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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