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평대장간 / 공작소
• 위치 : 충북 증평읍
• 규모 : 100㎡ 정도
• 창업 : 1974년
폭염 속 1500도 화덕 지키는 ‘무쇠의 마술사’ 최용진 장인
https://news.joins.com/article/22904014
‘쾅’하고 치니 엿장수 가위 뚝딱
지난 19일 충북 증평군 증평읍 장뜰시장. 섭씨 35도의 불덩이 같은 날씨 속에 '쾅쾅쾅' 요란한 쇳소리가 장바닥에 울려 퍼졌다. 증평대장간 최용진(70) 대표가 벌겋게 달궈진 쇠를 모루(쇠를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에 놓고 망치로 때리는 소리였다.
◇22초만에 호미, 80초만에 가위 뚝딱 만들어
"쇠 두드려 농기구 만드는 전통 방식 지킬 것"
“엿장수 가위 아시죠. 투박해 보여도 웬만한 대장장이들은 흉내조차 내기 어려워요. 모양이 예뻐야 하고, 아귀가 잘 맞아야 소리도 잘 납니다.”
1500도가 넘는 화덕에서 꺼낸 쇠는 엿가락처럼 잘 휘었다. 최씨가 망치로 강약을 조절하며 40여 차례 두드리자 엿장수 가위 한쪽이 금세 완성됐다. 가위를 만드는 데는 약 1분 20초가 걸렸다. 그는 같은 방법으로 22초 만에 호미 한 개를 만들었다.
최씨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호미 400개도 거뜬히 만들 수 있지만 개수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름 질(쇠붙이를 갈고 닦는 연마작업), 열처리(담금질), 모양 잡기 등 삼박자가 맞아야 야무지고 튼튼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며 "개수 보다는 쇠를 잘 다루는 일에 더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장장이다. 뭉툭한 쇠뭉치를 쓸모 있는 도구로 재탄생시키는 솜씨가 뛰어나 ‘무쇠의 마술사’로도 불린다. 고용노동부는 1995년 전국 최초로 최씨를 대장간 부문 기능 전승자로 선정했다.
그가 운영하는 증평대장간은 정부가 지정한 기능 전승자의 집, 증평군 향토유적 9호로 각각 지정 받았다. 이날 대장간을 찾은 단골 황성진(49·청주시 분평동)씨는 “시중에 파는 부엌칼은 몇 개월을 쓰면 날이 무뎌지는 데 최씨의 칼은 3년 동안 날을 갈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치켜세웠다.
대장간은 100㎡ 정도 넓이로 제법 큰 규모였다. 하지만 화덕이 있는 한 평(3.3㎡)의 작업공간 외엔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수십 년째 대장간을 밝히고 있는 화덕 주변에는 크고 작은 망치, 집게 등 각종 연장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가 만든 호미, 낫, 괭이, 쇠스랑 등 수천 개의 전통 농기구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부엌칼과 과도, 약초 채취용 괭이, 정글도, 엿장수 가위 등도 있었다.
증평대장간에서 판매하는 칼과 농기구 등에는 손잡이에 '장인 최용진'이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다. 최씨는 "제품에 자신 있다는 보증이자 칼 한자루도 허투로 만들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철퇴·월도 등 사극 등장 철기류 만든 진짜 장인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TV에도 등장했다. 2004∼2005년 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한 철퇴, 포졸들이 쓰던 삼지창, 망나니 칼, 월도, 화포 장식품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씨는 “1500여 년 전 백제왕이 일왕에 하사했다는 칠지도(七支刀)는 한 방송사 PD의 부탁을 받고 옛 방식으로 제작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자취를 감춘 연탄집게와 공사판에서 쓰는 벽돌 집는 도구, 각종 연장도 손님들이 필요로 하면 그때그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최씨가 대장장이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6세 때 고향인 충북 괴산 청천에서 대장간 일을 하면서다. 그는 “어렸을 때는 집에 라디오와 재봉틀, 괘종시계가 있을 만큼 잘 살았지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며 “밥은 굶지 않겠다 싶어 대장간 허드렛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4년 가까이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다 스무살이 되던 해 충주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매형에게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웠다.
증평군에 대장간을 차린 건 1974년이다. 증평 내에서 다섯 차례 자리를 옮긴 뒤 장뜰시장 안에서 20년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다. 최씨는 “보통 대장간은 호미나 낫 등 전통 농기구를 단품으로 취급하는 곳이 많지만, 매형은 쇠로 된 온갖 도구를 만드는 만능 대장장이였다”며 “매형 밑에서 3년쯤 일하자 10년을 배운 인근 기술자보다 기술도 뛰어나고 작업 속도도 2배 이상 빨라졌다”고 말했다.
44년 동안 대장간을 지켜온 그는 “쇠를 만지는 게 늘 즐겁다”고 했다. 최씨는 “농촌이 기계화 됐어도 사람 손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하는 기구들이 아직 많다”며 “사라져 가는 전통 농기구를 복원하고, 옛 방식의 대장간 명맥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최용진 장인이 만든 '키속의 우리 연장'. 2005년 충북 공예상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다.
중앙일보
2018.08.22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
프리랜서 김성태
쇠와 불에 혼을 담아 두드리고 담금질하고
http://www.outdoo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65
가을이 시작되면 캠핑장에서의 불놀이도 본격화된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멍하니 응시하는 일명 ‘불멍’을 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화로대와 바싹 마른 장작이 필요하다. 숲이 있는 캠핑장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장작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때 필요한 장비가 바로 도끼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구들장을 데워야 하는 시골의 가정에서는 도끼가 필수품이지만 캠핑장에서는 날이 쌀쌀해지는 가을이 되어서야 도끼의 존재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40년 동안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수해오고 있는 증평대장간은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2종의 도끼 가운데 간단한 벌목이나 장작을 쪼갤 때 유용한 손도끼가 캠핑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 아닌, 장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거칠고 묵직한 이 손도끼는 강렬한 첫인상만큼이나 놀라운 성능으로 핸드메이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떤 이는 한 번 손에 익히면 다른 손도끼는 ‘찍는 맛이 안 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글거리는 화덕 안에서 붉게 충혈된 쇳덩이가 장인의 망치질과 담금질을 견뎌내고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는 모습을 지켜봤던 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내용이다.
*통쇠를 준비한다.
증평대장간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쇠는 쉽게 녹슬지 않는 특성이 있다.“옛날에는 고물상을 뒤져서 쇠를 구하곤 했지. 이제는 워낙 다양한 종류의 철강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서 원자재 구하기는 쉬워졌어.”
*약 1,500~1,600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화덕에 통쇠를 넣고 달군다.
“괴탄도 예전에는 문경 지방에서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수입하고 있지. 매장량이 줄어들어 탄광촌도 다 폐광하고 이제는 가격이 많이 비싸졌어.”
*충분히 달궈진 통쇠를 망치로 두드린다.
온도계도 없는데 오로지 ‘감’으로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다. 온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망치질 한 번에 날이 끊어져버리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약 조절이야. 서예로 치자면 붓의 놀림을 말하지. 당대 최고의 서예가들이 각자의 서체가 있듯이, 대장장이들도 각자의 기술이 있어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거야.”
*날을 만들다가 식은 쇠를 다시 달군 후
손잡이가 들어갈 부분의 넓이를 적당히 조절해가면서 두드린다.
*담금질을 통해 도끼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최용진 대표는 망치질과 담금질을 반복하면서 도끼날의 온도 변화와 쇠의 강도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대장장이는 열처리를 잘 해야 해. 모든 과정에 열처리 노하우가 담겨 있지.”
*충분히 모양이 나오면 그라인더에 날을 간다.
“옛날에는 그라인더 대신 줄이나 돌에 갈았어. 이제는 시간 단축을 위해 그라인더를 사용하는데 가끔은 옛날 방식 그대로 날을 갈기도 해.”
*나무 손잡이를 고정하면 캠핑용 손도끼가 완성된다.
〈INTERVIEW〉 증평대장간 최용진 대표
대장간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언제부터 대장간을 운영하기 시작했나?
50년 전 처음 대장장이의 길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삶을 살았는데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닥치는 대로 일감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친척의 대장간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밥은 굶지 않겠다 싶어 계속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10년 정도 배우고 자립해서 증평대장간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40년 정도 됐다.
내부를 둘러보니 흔치 않은 물건들도 보인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 영화·드라마 업계에서 일하시는데 촬영용으로 주문하신 물건들이다. 과거 장군들이 사용했던 칼부터 엿장수 가위까지 못 만드는 게 없다 보니 갖가지 물건들을 요청한다. 다른 곳에서 만들지 못하는 물건들도 모두 여기로 몰려오기 때문에 한창 바쁠 때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입구에 붙어 있는 ‘노동부가 지정한 대장간 기능전승자’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최초로 1995년도에 대장장이로서 전통 기능 전승자로 지정됐다(노동부 지정 제1995-05호 대장간, 증평군 향토유적 제9호). 기능장으로 인정받은 후부터는 일감도 늘어나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물건을 사가면서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일부러 견학을 오는 경우도 있다. 지치지 않고 전통을 고수해오면서 얻은 명예여서 더욱 뜻 깊다.
주문 제작 요청이 많은 모양이다. 캠핑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어떤 물건들을 주로 만드는가?
캠핑용으로는 손도끼, 망치, 정글도, 낫, 칼 등을 많이 사가고 그중 손도끼가 제일 인기다. 정글도는 3만원, 큰 도끼는 2만원, 손도끼는 1만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해 선물용으로 몇 개씩 구입해 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팩을 주문하는 캠퍼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구성품으로 팩이 많이 들어 있어서 주문이 줄었다. 그래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팩과는 성능의 차이가 있어서 꾸준히 찾는 분들이 계신다. 쇠를 깎아서 만든 기계식보다 수백, 수천 번 두드려서 조직을 단단하게 만든 제품이 훨씬 튼튼하다는 것을 사용해본 분들은 아신다. 단가는 비싸지만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캠핑용 손도끼 관리법이나 취급 주의사항이 궁금하다.
캠핑용 도끼는 일반 도끼와 다르게 크기도 작고 무게가 가볍다. 또한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보관할 때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도끼의 날은 재질의 특성상 부식되기 쉽기 때문에 보관할 때에는 날에 기름칠을 하고 신문지 등에 싸서 습기가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 손잡이 부분은 보통 나무 재질로 되어 있어 습도에 민감하다. 건조해지는 가을이 오면 나무가 수축해 도끼날과의 이음새 부분이 헐거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안전을 위해 손잡이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 만약 무뎌진 날을 갈고 싶다면 찾아오라. 2천원이면 된다.
장인으로서 노하우 하나를 공개한다면?
어리둥절한 말일지 모르지만 쇠의 마음, 쇠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듯 쇠의 마음도 읽어야 한다. 열처리를 얼마나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노하우지만 기술적인 것을 떠나서 혼을 담아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력도 대장장이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얼마 전 90세가 될 때까지 대장간에서 일을 했다는 대장장이가 계셨는데 그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체력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나이 67세지만 아직도 일터에 나오는 것이 즐겁고 1년에 보름 정도는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유럽은 거의 다 가봤을 정도다. 인터넷도 좋아해서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으로 외국 친구들과 자주 교류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장비들을 모두 가져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고 아직 여건이 되지 않아 해외에서 작업해본 적은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아웃도어뉴스
2014.10.21
황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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