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스티치(Localstitch) / 리모트워크 공간
로컬스티치’는 말 그대로 함께 일하고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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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스티치’는 말 그대로 함께 일하고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그런데 가만, 공간 공유 이상의 것이 보인다. 다양한 분야의 밀레니얼 세대가 모인 곳에서 정보, 기술, 아이디어가 오간다.
뜻밖의 시너지다.
로컬스티치는 로컬(local)의 전문가와 콘텐츠를 꿰매듯 연결(stitch)한다는 뜻이다. 로컬과 로컬을 잇는 건 삶과 일이다. 건축을 전공한 김수민 대표는 공간으로 삶과 일을 채우기로 했다. 코워킹(coworking)과 코리빙(coliving)을 결합한 형태다.
로컬스티치의 시작은 서교동 ‘동네호텔’이다. 그는 여행객들에게 동네에 살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간을 꾸미고 손님을 받았다. 동네호텔 방문객 가운데 외국인 장기 노마드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곳에서 ‘일하며 살아보는 여행’을 한 셈이다. 이처럼 함께 살며 일도 하면 어떨까, 단순하게 접근하자 의외로 흥미로웠다.
김 대표는 2015년 공유 사무실과 공유 주거를 결합한 ‘코워킹·코리빙’으로 방향을 돌렸다. 먼저 서교동 동네호텔을 전환하고 2017년 성산동 2호점을 열었다.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해 대흥점, 불광점, 연남장점, 연남점, 당산점, 소공점까지 선보였다. 로컬스티치는 현재 8개 지점, 100여 개 독립실을 운영하고 있다.
◇1년 반 사이 멤버십 열 배 증가
김 대표를 만난 로컬스티치 소공점은 서울시청과 한국은행 사이에 위치해 있다. 언뜻 보면 카페와 사무실이 들어찬 평범한 4층 건물이다. 1층은 로컬스티치의 카페·베이커리다. 작은 무대가 있어 공연도 가능하다. 2층은 소규모 사무실, 3층은 세미나실, 4층은 회의실과 공유 공간으로 연출해놓았다. 지하 1층은 이발소와 꽃집이 입주해 있다.
로컬스티치가 건물을 통째로 임차해 재임대하는 전대사업 형태다. 또한 멤버십으로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 입주한 개인·업체 모두 로컬스티치 멤버라고 할 수 있다.
로컬스티치 멤버는 입주한 사무 공간 외에도 공유 공간을 대관할 수 있다. 덤으로 카페 할인도 된다. 가장 유용한 점은 지점을 옮길 수 있다는 것. 동네와 동네 사이를 오가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동네에서 일할 수 있다. 지난해 초 2호점을 운영할 때만 해도 로컬스티치 멤버는 50명에 불과했다. 현재 8호점까지 확장하며 이용자는 약 500명으로 대폭 늘었다. 1년 반 사이 급격한 성장이다. 물리적 공간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김 대표는 라이프·워크 스타일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업종 트렌드가 변하니까 공간도 변하는 거예요. 멤버십 이용자는 주로 프리랜서, 스타트업 중심이에요. 이들의 업무 패턴은 자기중심적으로 맞춰져 있어요. 영상 작업을 하는 입주자는 밤에만 일하기도 하고, 드라마 작가는 몇 달 동안 입주해 몰두하더라고요.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공간을 계약하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흐름은 계속될 거예요.”
과거 디지털 노마드나 리모트워크 직종으로 프로그램 개발자, 디자이너를 쉽게 떠올렸다. 이제 사정이 다르다. 로컬스티치의 멤버만 봐도 알 수 있다. 스타트업 회사, 마케터, 변호사, 강연자, 작가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자영업으로 분류하는 베이커리, 소셜 다이닝 등도 입주 멤버다. 코워킹 공간에 사무실만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겐 작업실이 되기도, 혹은 가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뜻밖의 시너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입주 멤버 평균 연령대는 30대 초·중반. 처음 일에 뛰어들었다기보다 각자의 분야에서 몇 년간 종사하며 단맛 쓴맛을 경험한 이들이다. 반짝반짝한 밀레니얼 세대가 모이니 서로의 일을 가르쳐주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선배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기술을 가르쳐주잖아요. 프리랜서나 크리에이터도 시장에서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혼자 터득하는 건 쉽지 않아요. 결국 협업이 필요한 거죠. 우리는 괜찮은 환경만 만들어줬을 뿐이에요.”
◇‘이상적 미래’가 아닌 ‘실제의 삶’
김수민 대표는 주거 공간과 그 안에 사는 사람이 하는 일을 고민해본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사람은 점차 줄고 있다. 1인 기업,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등 개인의 재능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종이 늘고 있다. 개인의 표현 욕구가 다양해짐은 물론이다. 조금 다르게 살아도 잘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시점. 김 대표는 이 과정을 어떻게 다듬고 조절하느냐에 코워킹의 생태계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 환경 역시 고려 대상이다. 많은 이들이 역세권, 문화 인프라가 좋은 도심에서 일하며 살고 싶어 한다. 소득은 한정돼 있는데 부동산 매매가와 임대료는 날로 오른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공간을 소유하기보다 공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향하는 것이다.
로컬스티치 1호점에서 8호점까지 오는 4년 동안 계속해서 변해왔다. 일과 삶의 모습이 변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도 정형화되지 않았다. 9호점, 10호점의 프로그램, 공간 레이아웃, 서비스는 지금까지와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코워킹·코리빙 구조는 지금도 변화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향한 이 실험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울 지점에서 일하다 상하이 가서 일해도 나의 수익 활동에 지장이 없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이상적 미래를 그리는 게 아니라 실제 그런 방식으로 삶이 바뀌고 있거든요.
점차 디지털 노마드, 리모트워크가 보편화될 거예요. 로컬스티치는 독립실 1000개, 멤버 2500명 달성을 내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로컬스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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