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사러가쇼핑 / 향신료·허브를 잘 구비한 식자재마트
•위치 : 서대문구 연희맛로 23.
〈취급품목〉
연희동의 터주대감. 동네 슈퍼지만 2만8000여
가지 품목 취급. 특히 향신료·허브를 잘 구비.
서울에 있는 특별한 마트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이 살고 있어 ‘대통령 마을’로 불리는 연희동. 마을 주민이 첫손에 꼽는 동네 랜드마크는 높은 빌딩이나 널따란 집이 아니라 1975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슈퍼, 사러가다.
사러가는 법적으로는 ‘전통시장’이다. 사러가의 전신이 재래시장인 ‘연희시장’인 까닭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 식재료를 갖추고 있는 마트를 둘러보면 ‘다국적 마트’로 불리는 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 식자재 마트는 보통 5000여 가지 품목을 다루는데 사러가의 판매 품목은 무려 2만8000여 개에 달한다. 중국·프랑스·일본에서 쓰는 허브와 향신료를 꼼꼼히 갖춰놨다.
중식당 목란의 이연복 오너셰프, 이촌동에서 쿠킹클래스를 여는 박진경씨 등 요리 전문가가 이곳에서 장을 보는 이유다.
사러가 팬을 자청하는 연희동 요리 선생 나카가와 히데코(50)는 “사러가는 사러만 가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느끼러 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독일에서 ‘봄의 전령’으로 불리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8900원), 지중해 주변 국가에서 생선과 고기 요리의 향을 돋우는 데 쓰는 펜넬(1만5000원) 등 서양요리의 풍미를 높여주는 재료가 항시 구비돼 있다.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에 넣는 스페인산 오징어 먹물(6800원), 연어 요리에 곁들이는 허브 딜(1380원), 식용 꽃 보리지꽃 등 이색 식료품을 구경하는 일도 사러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연희사러가 리모델링 마치고 재오픈
쾌적한 쇼핑공간, 두배로 넓어진 슈퍼 눈길
연희동의 대표적 쇼핑센터로 자리매김해 온 (주)연희사러가쇼핑(대표 남정헌)이 지난 10일 2개월여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장했다.
지난 1975년 사러가 시장으로 영업을 시작한 연희사러가는 지난 3월 27일 새단장을 위해 영업을 잠정중단 한 후 2개월 여의 공사를 통해 1층 슈퍼를 2배가까이 확장하는 한편 노후된 쇼핑환경을 개선하고 2층까지 다양한 매장을 구성하는 등 총 4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날 행사에는 친환경협회 주형로 회장, 가나안농장 이연원 사장, 철원 친환경영농조합 양준수 사장, 유기협회 임성실 본부장, 소비자 등 친환경 농산물 공급자 및 농민, 소비자등이 다수 참가해 연희사러가의 재개장을 축하했다.
11시 개장식을 앞두고 객장을 방문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재단장한 쇼핑센터를 둘러보며 일일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주차장에 마련된 개장식에서 남정헌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러가의 기업이념은 고객과 생산자 그리고 거래처와 직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면서 『오늘 연희사러가의 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격려차 참여해 주신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들과 지역 인사들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연희사러가 쇼핑의 리모델링을 축하한다. 예전에 비해 소비자와 고객 지향적인 매장으로 탈바꿈 됐으며 특히 주차장과 슈퍼가 확장된 것이 눈에 띈다. 또 소비자 요구에 맞는 쾌적한 쇼핑공간 및 일반 상가 등 달라진 모습이 보기 좋다』고 축사했다.
연희사러가쇼핑은 재개장을 통해 슈퍼 규모가 약 700평으로 예전보다 300평 가량 확대했으며, 1층에는 푸드코트와 더불어 약국, 다국적 수입품, 전자제품, 떡과 아이스크림, 빵집이 입점했으며 과거 사무실과 가구점만이 입점해 있던 2층에는 잡화코너와 아동복, 여성복, 장난감, 가구점과 더불어 커피숍을 배치해 고객들의 쇼핑환경 개선은 물론 편의성 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sdmnews
옥현영 차장 seodaemun@korea.com
우리동네 슈퍼마켓를 소개합니다 / 사러가마트
부자동네 연희동입니다.(부자동네라고 해서 다 부자들만 사는 건 아니지요^^)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좋은 점은 참 여러 가지입니다. 연구실 바닥이 대리석이라는 것, 중국분들이 하는 싸고 맛있는 청요리집들이 즐비하다는 것, 걸어서 15분이면 홍대로 고고씽 할 수 있다는 것 등.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사러가 마트’가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용돈 타 쓰는 백수에다 아픈 데 없는 건강한 23세 처자임에도 불구하고, 생협ㆍ유기농ㆍ국내산ㆍ웰빙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게 사러가마트는 먹을 것 천지인 파라다이스입니다.
이사 오고 얼마 되지 않아 밥을 먹는 도중 근처에 장볼 데가 어디냐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습니다. 몇몇 사람이 ‘사러가 몰라? 사러가에 사러 가면 돼’ 라는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습니다. ‘사러가’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에 ‘파앗’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서울이 집인 사람들한테 들으니 <사러가마트>는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저 자리에서 장사를 했고, 택시 기사님께도 신촌으로 갈 때면 ‘사러가로 가주세요~’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덧붙는 말들은 ‘값이 좀 비싸다, 별의 별 게 다 판다, 1층인데 창문도 없는 흰 벽 건물이다, 안에 들어가면 한쪽은 시장이고 한쪽은 유기농 슈퍼마켓이다’ 등 흔히 ‘마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마트의 종류라고는 (요새 한창 피자 때문에 말이 많은)이마트ㆍ홈플러스 같은 멀티플렉스 마트나 동네 슈퍼를 겸하면서 청과나 정육 등을 파는 작은 동네마트뿐이었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사러가’에 대한 온갖 소문을 들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평소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이라고 하면 뻥이지만, 몸에 좋은 음식과 재래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사루비아 달팽이와 함께 ‘사러가 마트’로 구경 갔습니다.
사러가마트는 그 외양부터가 위에서 말한 두 종류의 마트와는 달랐습니다. 고층건물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사러가마트는 1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물이 새고 때가 탔기도 했지만 견고해 보이는 하얀 건물벽은 <얄개시대>같은 70년대 한국영화에 나올 법 하기도, <바그다드까페>에 나오는 미국 사막에 있는 모텔건물 같기도 했습니다. 여튼 중요한 건 2010년, 서울, 그것도 신촌에 그렇게 생긴 마트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트로 들어갔는데 그 속에 펼쳐진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슈퍼마켓의 이데아를 본 느낌이랄까요. 정말로 한쪽엔 없는 게 없는 재래시장이, 다른 한쪽엔 국내산과 유기농으로 마크를 붙인 웰빙 식품들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트 쪽에는 국내산과 유기농산물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를 가야 살 수 있는 수입식품들(발사믹식초, 디종머스터드, 각종 향신료와 소스들)이 잔뜩 자리하고 있었고, 바로 옆 재래시장에는 떡집, 옷집, 빵집, 약국, 식료품점 등 재래시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소상점들을 비롯한 특이한 물건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함께 구경 간 사루비아 달팽이와 저는 시장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굵은 보석 팔찌를 팔에 끼워보기도,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주인이신 빵집의 빵을 구경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트 정문입구로 들어가면 왼편이 마트, 오른편이 재래시장입니다.
구경을 끝내고 돌아오니 사러가마트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멀티플렉스 마트들의 등살에 못 이겨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동네 슈퍼들과 재래시장이 살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5년에 생긴 ‘사러가마트’는 형식이나 외형에 대한 중시보다는 고객, 생산자, 거래처, 직원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업의 모토로 삼고 2010년인 현재까지 경영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전통시장과 쇼핑센터가 결합되어 있고,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밀착형 쇼핑센터(Neighborhood Shopping Center)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사러가마트는 무조건 적으로 개수를 늘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기업형 마트와는 달랐습니다. 신길동과 연희동 두 군데만 위치하고 있는 사러가마트는 무조건적 확장 대신 유기농과 국내산 등 믿을 수 있는 물건과 식품을 구비ㆍ판매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지역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사러가마트가 바른 생산자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국 산지 조사 및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주로 생활협동조합들에서 하는 방법으로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거래를 함으로써 유기농업과 무농약농업을 지지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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