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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인사 칼바람

Paul Ahn 2021. 12. 4. 22:44

위기의 롯데 인사 칼바람

(tnnews.co.kr)

 

롯데가 11 25일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기존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체제를 대신해 헤드쿼터(HQ·Head Quarter) 체제를 도입했다.

 

롯데는 2017 3 BU 체제를 첫 도입했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 BU를 조직해 각 BU장이 해당 사업군의 경영을 총괄하도록 했다. BU는 계열사들의 현안 및 실적 관리, 공동 전략 수립 등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해왔다.

 

롯데는 약 5년간의 BU 체제 유지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롯데는 출자구조 및 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이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갖추고,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면밀한 경영관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IT, 데이터, 물류 등 그룹의 미래성장을 뒷받침할 회사들은 별도로 두어 전략적으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HQ는 기존 BU 대비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으로 거듭난다.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구매, IT, 법무 등의 HQ 통합 운영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각 그룹사의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강화함에 따라 롯데지주는 지주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한다.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 및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주사와 HQ·계열사 간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 ESG경영혁 신실 산하 사업지원팀도 신설됐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했다.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기존 유통, 호텔 BU를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과 이봉철 사장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강희태 유통 BU장은 유통사들의 구조조정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이봉철 BU장은 재무전문가로서 롯데렌탈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구조조정 및 효율화에 기여했다. BU장 모두 각 사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변화를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군 총괄대표는 식품BU장 이영구 사장이 맡는다. 이영구 총괄대표는 롯데제과의 대표 이사도 겸직한다. 롯데쇼핑의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로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내정됐다. 롯데GFR 대표이사로는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 상품본부장 이재옥 상무가 보임됐다.

 

한편 롯데는 지난 10월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를 사장급 디자인경영센터장 자리에 영입하면서 파격 인사를 예고했었다. 이후 이번 11 25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쇼핑, 홈쇼핑, 하이마트 등 유통산업군을 이끌 유통 총괄 대표(부회장) 자리에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을 선임했다.

 

 

“롯데 브랜드 혁신의 시작은 패션”…정준호 대표의 5500억 승부수

(joongang.co.kr)

 

롯데는 2018 6월 그룹의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롯데지에프알(GFR)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경쟁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오랜 기간 해외사업을 담당해 온 정준호 대표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몽클레르·마틴마르지엘라·어그 등 36개 브랜드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소개한 패션 경영 전문가로, 지난 3년 간새판 짜기에 고심해 왔다.

 

 

가장 먼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기존 브랜드를 정리하고 겐조·빔바이롤라·나이스크랍만 남겼다. 올 초 영국 뷰티 브랜드샬롯틸버리를 시작으로 새로운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여온 그는 이번엔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카파와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웨로 승부수를 띄웠다.

 

정 대표는앞으로의 시장 대응 키워드는 애슬레저(A), 뷰티(B), 컨템포러리(C)”라며롯데가 경쟁사보다 10년 늦었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브랜드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9일 서울 청담동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명품이 아닌 활동적인 브랜드를 선택했다.

 

“두 브랜드 모두 애슬레저(athleisure·가벼운 운동복) 브랜드면서,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지향한다. 앞으론 누가 라이프스타일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가 중요하다. 카파는 Z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다. 60년대 반전 정신이나 히피 문화가 녹아있는 데다, 80년대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의 유니폼으로도 잘 알려져 브랜드 유산이 상당하다. 큼지막한 재킷에 후드티를 받쳐 입고, 스니커즈를 신는 데 익숙한 요즘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만하다. 까웨는 3040 고객들을 잡을 수 있는 브랜드다. 라코스테·빈폴·헤지스 같은 일명트래디셔널 백화점 브랜드라고 하는 카테고리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 합리적인 가격의몽클레르.”

 

 

과거의 브랜드를재탄생시키기 위한 전략은.

 

“창의성(creativity)이다. 셀린은 디자이너 피비 파일을, 지방시는 리카르도 티시를 만나 환골탈태하지 않았나. 최근엔 갭(GAP)이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으로 이미지를 확 바꿨다. 우선 뛰어난 자질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하겠다. 카파는 디자이너 브랜드본봄(BONBOM)’과 협업해 제품을 선보인다.”

코로나19 극복 기대감이 높아지는데 호재일까 악재일까. 

 

“코로나가 극복돼도 다시 정장을 갖춰 입는 쪽으로 가진 않을 거다. 과거엔 늘 차려입고 주말 정도에 평상복을 입었다면, 지금은 반대로 평소에 편하게 입고 가끔 차려입는 쪽이다.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 같다.”

 

 

지난해 브랜드를 정리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매출이 2000억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롯데는 그동안 브랜드 사업을 전문성 있게 하는 편은 아니었다. 브랜드 유치 경쟁에서 밀리다 보니 다른 회사에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브랜드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결국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새 집을 짓기위해 기존 건물을 청소하고 이제 땅을 파기 시작해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기초 공사를 잘해야 건물이 크게 올라간다. 그동안 건물 올라가는 게 안 보일 수도 있지만 기반만큼은 튼튼하게 만들겠다.” 

 

 

그 기반에서 중요한 게 뭘까. 

 

“사람과 브랜드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고 그게 갖춰져야 좋은 브랜드가 온다. 샬롯틸버리나 까웨 모두 국내 패션 대기업들과 경쟁했다. 지금은 리더를 보고 들어왔지만, 앞으로는 롯데의 문화와 그에 따른 성과를 보고 브랜드가 들어올 것이다. 롯데도 이런 브랜드 사업을 잘할 수 있는 회사란 걸 보여주고 싶다. 포트폴리오도 요가·골프웨어·뷰티 브랜드 등으로 더 강화할 예정이다. 내년에 1700억원, 2025 5500억원 매출이 목표다.” 

 

카파는 100% 국내 기획이다. 판권(라이센스)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 판매한다. 까웨 역시 프랑스 본사와 논의하지만 약 50% 정도가 국내 기획력으로 현지화할 예정이다.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타이틀리스트처럼 해외 브랜드지만 한국이 운영하고 디자인해 다시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 해외 진출도 구상 중이다.

 

 

한국 기획 상품이 세계에 통할까.

 

“‘오징어 게임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도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는 경우도 많다. 한국인의 기획력이나 디자인 파워는 세계 정상급이다. 우리도 한국에서 상품을 만들어 3~5년 내 해외에도 소개할 예정이다. 까웨의 경우 미국 파트너들이 먼저 한국 상품을 들여가고 싶다고 문의할 정도다. 카파·까웨 목표 매출은 2026년까지 3000억원이다.”

 

롯데그룹은 유통과 패션 부문에서 단기적 성과 부진에 빠져있다. 롯데GFR을 출범시켜 외부 전문가인 정 대표를 선임한 이유는 분명하다. 패션을 마중물로, 유통·소매부문 전반에 걸쳐 롯데 브랜드 파워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유통회사에 브랜드 사업이 왜 필요한가.

 

“그룹에 다양한 사업 영역이 있고 정밀화학 같은 분야에서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나지만, 결국 롯데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유통·소매 사업에서 만들어진다. 유통기업의 사업 모델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바탕이고, 이 플랫폼만이 갖는 콘텐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브랜드다.

 

롯데GFR이 하는 사업은 롯데라는 플랫폼의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다. 고객과 만나는 환경에서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그 역할을 브랜드 사업을 통해 하고 싶다. 지금부터 잘 만들면 5~7년 안에 판세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알아보는 비결은. 

 

“브랜드 본사의 경영자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케팅 디렉터의 면면을 살펴보고 이들이 잘 조화를 이루는지 본다. 팀워크와 문화가 좋으면 시간이 걸려도 결국 성공하더라. 일하는 문화가 좋으면창의성이 발현된다.”

 

중앙일보

2021.11.11 06:00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