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2021 결산 및 전망
점포 활용가치 높이는 대형마트
움츠릴 이유 없다
온라인에 유통 주도권을 내준 대형마트가 생존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업계 반등을 이끈 식품군 매출 상승과 함께 단계적 일상 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매장 폐점보다 점포 재정비와 상품력 강화를 택해 고객 로열티 향상에 나섰다. 또한 새로운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마트를 찾는 고객 발길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마트에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미국 뉴욕증권 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 원톱이 되겠다고 호언했지만, 계획된 적자론을 펼치는 쿠팡 등 온라인 기업은 아직까지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큰 고민이다.
대형마트 경우 코로나19를 경험하며 화려한 성장까지는 아니지만, 오프라인의 강점을 활용해 어느 정도 부진에서 탈출한 모양새다. 비대면 소비의 추세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이제 ‘쇼핑 = 고객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조명해 볼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 대형마트 강자들이 전국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면 이커머스 업계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영업 리스크에도 맷집으로 대응
2021년 대형마트 업계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6% 신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매업태별 판매액에 기초해 추정 집계한 대형마트 매출 규모는 33조 원가량으로, 코로나19 수혜주인 식품군 매출 호조 덕에 기존점 매출이 상승하는 등 전년에 이어 또 한 번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대형마트 3사 월별 매출 동향을 보면, 1월에는 전년과의 설 명절 시점 차이로 부진한 출발을 했지만 1∼2월 누계 실적은 양호했다. 연초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된 이후 상반기까지만 해도 소비가 점차 회복되는 신호를 보이며 업계 호재 요인이 작용했다. 실제로 식품군과 함께 외부 활동 관련 상품군의 매출 회복으로 상반기 대형마트 3사 매출은 전년 대비 0.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7∼8월 경우 코로나19 4차 유행과 거리두기 4단계 재진입으로 영업 리스크가 재부각됐지만, 과거 대유행기 대비 민감도 둔화와 온-오프 플랫폼별 충성고객의 소비유지로 실적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9월 들어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다시 제외되며 명절 특수는 커녕 국민지원금 특수도 누릴 수 없게 됐다. 이에 전년 대비 매출이 13.3%나 하락했다. 10월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에 들어간 11월에는 매출이 10.3% 감소했고 위드 코로나가 위태위태해진 연말부터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지난 몇 년 간 다운사이징 기조를 보였던 대형마트 3사의 지난해 말 총 점포 수는 404개로 전년보다 9개가 줄었다. 다만 점포 구조조정보다 매장 재정비에 나서 폐점 수는 전년도 12개에서 10개로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각사별 점포 현황을 보면 이마트는 지난해 트레이더스 연산점과 에코시티점을 추가하는 동안 3개점(동광주·인천공항·감삼점)을 폐점했고, 서울 이문점은 슈퍼마켓으로 업태 전환해 연도말 158개점을 운영 중이다.
그 사이 역대 최대 규모 전관 리뉴얼을 단행, 남양주 별내점을 시작으로 상반기 3개, 하반기 16개점을 재개장했다. 롯데마트 역시 매장 구조조정을 멈추고 노후 점포나 부실점을 리뉴얼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 지난해 폐점 점포는 재계약에 실패한 구리점 1개뿐이다. 한편, 자산유동화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 경우 지난해 신규 출점 없이 5개점(대전탐방·대구스타디움·안산점·대구점·대전 둔산점)을 폐점했다.
해외 사업 경우 현 시국에서 점포를 확장하기 어렵지만, 베트남 경우 전략을 선회해서라도 글로벌화에 나서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월 베트남 대표 휴양지인 냐짱시에 2년 만의 신규점인 골드코스트점을 선보인 롯데마트는 향후 도시화가 진행 중인 위성도시에 중소형마트를 출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프랜차이즈로 베트남 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해 지난해 현지기업 타코그룹과 계약을 체결, 이마트의 베트남 자회사 이마트 베트남(E-mart Vietnam Co)의 지분 100%를 넘겼다.
◇인수합병 모드, 빅딜 성사하고 먹거리 탐색
업체별 영업 동향을 보면, 먼저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7.6% 성장한 12조 4,265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이기는 한해’로의 한 발을 내딛은 셈이다. 특히 이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 사업구조에서 나아기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자회사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패션몰 W컨셉을 사들였고, 6월에는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 대어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종속회사로 정식 편입된 11월부터 이마트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2위에 올라섰다. 자사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3분기 SSG닷컴의거래액은 28% 상승해 누적 GMV(총거래액)가 1조 4,914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7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3% 상승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 사업에서도 유통강자의 모습을 공고히 하며 대형마트 자존심을 지켰는데,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마트사업부의 기존점 매출 성장률은 1분기 7.9%, 2분기 8.3%, 3분기 1.6%로 분기별 연속 신장을 이어갔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3분기 누적 매출도 2조 5,4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3%나 성장했다. 특히 트레이더스는 3분기까지 751억 원의 견고한 영업이익을 유지하며 다른 사업부들이 숨 쉴 틈을 주고 있다.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사업부는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지속, 3분기까지 14개점을 폐점해 영업적자를 32억 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롯데마트는 전점 가운데 매출 3위권 점포인 구리점이 지난해 3월 폐점하며 타격을 입었고, 2분기에도 매출이 감소했으나 영업손실 폭은 개선됐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7.5% 하락한 4조 3,810억 원, 영업이익은 -14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전년도 270억 원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기존점 매출 경우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1% 상승했지만 3분기 3.6% 감소했는데, 이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한 영향이 크다. 해외 사업도 베트남에서 정부 권고로 호치민 4개점이 임시 영업정지를 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며 적자 전환하고 말았다. 실적 부진의 타개책이 필요한 롯데는 그룹차원에서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와 한샘 인수전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신사업 탐색에 나섰다.
한편, 지난 11월에는 유통 부문 수장인 유통군 총괄대표에 그룹 최초의 외부인사인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을 선임, 올해 마트 사업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신선식품·즉석조리식품에 집중해 상품 라인업을 재편하고, 사실상 철수 위기에 놓여 있던 창고형 할인점을 부활시키며 재도약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홈플러스 경우 2020년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에 매출 6조 9,662억 원, 영업이익 93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41.8% 각각 줄어든 수치로, 2016년만 해도 3천억 원대를 기록한 영업이익이 해마다 감소, 2020년 회계연도에는 1천억 원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에는 성공, 전년 대비 부채총액과 부채비율이 낮아지며 경영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홈플러스는 일부 점포를 유동화하며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온·오프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에는 유통 전문가인 이제훈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리테일·소비재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홈플러스를 이끌고 있는 이제훈 대표는 ‘오프라인 경쟁력 재확보’, ‘온라인 사업 강화를 통한 소비자 선호 쇼핑환경 조성’, ‘ESG 경영 강화’ 등을 실현 목표로 내세웠다.
실제로 마트 안에 자동차 쇼룸을 입점시켜 MZ세대의 오프라인 점포 방문을 유도하고, 매장 방문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홈플러스 VIP플러스’도 론칭했다. 일부 점포에서는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자정 전에 배송해주는 ‘세븐오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 배송 수요에 대응 중이다.
한편, 코스트코는 연매출 5조 원을 돌파하며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코스트코코리아의 2020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은 5조 3,5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775억 원으로 24.3% 늘었다. 코스트코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한 것은 지난 2014년 회계연도 이후 6년만으로, 온라인 전환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성장세를 보였다.
◇리뉴얼 효과 극대화로 전략 수정
오프라인 사업을 막대한 비용 지출 요인으로 보고 부진점 폐점 등을 추진해온 대형마트는 지난해 기존점을 리뉴얼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했다. 2020년에만 12개 점포를 정리한 바 있는 롯데마트는 전략을 수정, 매장 재정비를 통한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본격적인 체질 개선차 기존점의 그로서리 면적을 확대하고 상권별 전문매장을 결합하거나, 지방 점포 경우 도심형 아웃렛 전환도 추진했다. 실제로 대규모 리뉴얼을 단행한 여수점은 패션·의류와 가구·가전, 인테리어를 강화한 종합몰로 지난해 5월 재개장했다. 롯데마트 대표 점포 중 하나인 잠실점도 카테고리킬러를 전면 배치해 ‘제타플렉스’라는 시그니처 매장을 새로 선보였다.
창고형 할인점 확대로 재반격을 선언한 빅마켓은 내년까지 점포 수를 20개 이상 늘릴 예정이다. 일반 마트와 상품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단점을 보완, 빅마켓만의 PB 차별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홈플러스 경우 이달 중 인천간석점 리뉴얼 오픈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까지 17개점을 재개장할 계획이다. 리뉴얼 점포는 판매 공간 조정을 통해 식품 중심 매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으로, 신선식품 코너를 확대해 먹거리 구색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온라인 구매비중이 높은 비식품은 줄이되, MD 최적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점포 외관도 바꾸고 화장실과 수유실 등 고객 시설도 새단장한다.
그동안 ‘탈 오프라인’ 흐름을 따르지 않았던 이마트 경우 지난해에도 기존점의 전면 혁신과 공간 재구성에 나섰다. 이마트 역시 대형마트의 경쟁력인 식품 코너를 확대하고 비식품은 전문점 중심으로 배치하는 한편, 온라인 배송 강화를 위한 PP센터를 확대하는 것이 리뉴얼의 골자였다.
이렇게 매장 재정비에 나서는 동안 마트 사업부가 추진하던 일부 전문점 경우 대거 정비에 들어갔다. 이마트 경우 자체 점포망 외에 입점한 전문점을 철수하고, 향후점(店) 외 전문점은 추가 출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을 이마트나 트레이더스 내부에 유치함으로써 집객력을 높일 계획이다. 롯데마트 역시 대형마트로 묶인 H&B스토어 롭스의 감축 속도를 높여 2020년 101개에 이르던 점포를 지난해 3분기까지 67개로 줄였고, 향후 50개 이하로 없앨 예정이다.
◇점포 활용 잘하는 기업이 이긴다
대형마트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업계는 매장 재정비에 나서는 한편,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배송·물류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비록 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이 50%를 넘었지만, 신선식품에 주력하고 있는 온라인 기업들은 아직 대형마트의 오랜 노하우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로켓프레시를 운영 중인 쿠팡 경우 신선식품을 직매입하지 않고, 마켓컬리 역시 새벽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인력이나 물류에 끊임없이 투자해야 하는 온라인 기업과 달리 이미 오프라인 자산을 보유한 대형마트는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대형마트 업계에게 점포는 짐이 아니라 무기가 된 셈인데, 각사별로 매장 인프라를 활용한 PP센터를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늘어나는 온라인 당일배송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3천 건 이상의 주문 처리가 가능한 대형 PP센터를 올 상반기까지 30개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EOS(Emart Online Store) 청계천을 비롯해 월계점·가든파이브점·신도림점·이천점·평택점 PP센터를 가동 중이며, 만촌점도 리뉴얼을 마치면 대형 PP센터 대열에 합류한다. 올해 첫 대형 PP센터 오픈은 이마트 하남점이다. 현재 이마트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3개를 운영하면서, 기존점에 PP센터도 구축하는 투 트랙 물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2020년 시작한 ‘스마트 스토어’와 ‘세미 다크스토어’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새롭게 ‘다크스토어’를 구상해 세 가지 버전으로 점포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스마트 스토어를 기존 4개에서 8개로, 세미 다크스토어를 13개에서 18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일부 점포를 다크스토어 매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홈플러스 경우 전국 매장의 물류기지 역할을 강화해 2025년까지 하루 온라인 배송 건수를 13만 건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마트 기반 배송 수요가 급증하자 당일배송 시간을 늘린 ‘세븐 오더’도 시범 운영 중이다. 세븐 오더는 당일배송 예약 마감 시간을 오후 2시에서 7시로 늘리고, 배송 시간을 자정까지 늘린 서비스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2개점에 야간배송 전용 차량을 15% 증차하고, 상품 분류·포장 전담 인력도 기존보다 16% 늘렸다. 홈플러스는 세븐 오더를 포함한 당일배송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DX 대응 속도 높일 2022년
결국 대형마트 업계의 혁신 골자는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온·오프 통합 구조로 ‘디지털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이를 위한 굵직굵직한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이 가운데 이마트는 인수합병으로 에코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지만 본격적 시너지를 내려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에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통합(PMI) 작업과 디지털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퓨처 DT 통합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롯데도 올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수합병 매물을 찾을 것으로 전망돼, 2022년에는 각사별로 전열을 가다듬고 온라인 사업에서 격돌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는 현재 영업시간 외에 PP센터 등에서 온라인 주문 작업이 불가능해 DX 대응 속도를 높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해 점포에서의 온라인 상품 작업시간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오프라인의 쇠퇴 속에 온라인 채널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만 계속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제 해묵은 규제는 버리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 정책을 개선해 개혁 의지를 다지는 대형마트 업계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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