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쇼핑센터 · 면세점 2021 결산 및 전망
사상 최대 실적
명품으로 출구 찾은 백화점
2020년 코로나19로 매출 감소를 겪은 백화점이 1년만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명품과 골프 그리고 이어진 재택근무에 가전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콘셉트의 백화점 신규점이 오픈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올해도 식지 않은 명품 열기와 프리미엄 식품 수요 등으로 백화점의 긍정적인 전망이 기대된다.
유통업계는 2주, 4주 단위로 조정되는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라 대응 영업을 계속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2021년 백화점은 다양한 성과를 이뤘다. 2020년 코로나19 쇼크에서 벗어나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한해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백화점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31조 9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2020년 10년 동안 가장 낮은 매출액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4개 신규점 오픈은 ‘백화점 신규점 부재 현상’의 종언이라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명품·골프’ MZ세대가 이끈 백화점 매출
코로나19 종료 시점은 안갯속이다. 그나마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고소득층의 지속적인 소비 성향을 기반으로 백화점 매출이 상승했다. 단기간에 자산 증식을 얻은 베이비부머 주니어들의 소비 영향도 크다. 오랜 기간 해외여행 금지에 반사작용으로 보복적인 명품 소비가 증가하고, 골프를 시작한 MZ세대 증가도 한몫했다. 아울러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그레이드된 가전, 가구를 구입한 것도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던 2020년 3월 백화점 매출은 40.9% 역신장했지만, 2021년 3월에는 77.6% 신장률을 기록했다. 동기간 코로나19 영향이 매우 컸음을 실감할 수 있다. 역신장의 기저효과에 의한 상승이었지만 최대 규모의 성장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2021년 백화점 매출은 명품으로 시작해서 명품으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증가해서 2020년 30%, 2021년 32.5%를 기록했다.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세계 명품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견조한 국가로 한국이 꼽혔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명품 가격이 7번이나 오르는 상황에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
국내에서 명품이 지속 성장하는 이유는 MZ세대가 명품의 ‘큰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가격이 비싸도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기꺼이 결제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있다. MZ세대는 주요 백화점 전체 명품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백화점별로는 현대백화점 65.8%, 신세계백화점 50.7%, 롯데백화점 44.7%로 나타났다. 백화점 업체들은 MZ세대 전용 VIP멤버십을 도입하고 클럽 라운지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편 백화점 업계에서 리빙 복합관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 소비자 니즈가 생겼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한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신세계 까시미아, 현대 리바트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골프웨어 시장도 연평균 10% 이상 고성장을 거두면서 백화점 매출 상승을 주도했다. 골프 인구 증가로 인해 2021년 백화점 골프웨어는 50%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유명 브랜드 위주로 매출 성장세가 가팔랐다. 의류뿐 아니라 신발, 장갑, 골프백, 캐디백 등 관련용품까지 광범위하게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골프웨어를 빌려 입는 여성 고객도 늘어나 골프웨어 렌탈 시장도 커지고 있다.
◇빅3의 대형점 개점
2021년 유난히 백화점 개점이 많았다. 5년간 백화점 업계 신규 점포 부재의 시대가 이어지다가 지난해 들어 대형 점포가 잇달아 오픈하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2월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열었다. 더현대서울은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MD를 대거 도입해 젊은층을 공략했고, 대규모 실내공원을 조성하는 등 문화 커뮤니티로 진화한 차세대 백화점이다. 교외형 복합쇼핑몰 형태의 하이브리드 백화점으로 변신한 더현대서울은 유통업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뒤를 이어 8월에는 예술과 과학 경험을 결합한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문을 열었고, 롯데백화점도 7년만의 신규 점포인 동탄점을 개점했다. AK플라자도 광명에 대규모 쇼핑센터인 AK플라자 광명점을 열었다. 8월에는 자연친화형 콘텐츠로 무장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가 의왕에 오픈했다. 지난해 새롭게 오픈한 매장은 입지와 대형 면적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 도입, 자연 친화적인 구성, 쇼핑의 편리성 부여, 체험형 콘텐츠 강화, 식품매장의 대형화 등의 공통된 특징을 가졌다.
아울러 기존점에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점포도 눈에 띄었다.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점포는 2020년 5곳에서 2021년 10곳으로 늘었다. 2020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현대 판교점뿐이었으나 2021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본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추가됐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점포 규모에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절반도 안되지만 VIP와 명품 강화 전략으로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개점 5년 만에 최단 기간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개점 5년 4개월 만에 돌파한 것과 비교해 4개월 빨랐다.
백화점의 대형화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형 대형 점포 경우 지역 1번점을 지향하고 고객 수 증대를 목표로 삼는다. 체험시설과 서비스 시설을 갖춘 복합쇼핑몰화 경향도 있다. 결과적으로 커질수록, 더 모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도심형 대형점 경우 명품 라인을 충족한 풀라인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VIP의 객단가 상승을 유도한다.
◇재고 판매, 무착륙 관광까지 시도한 면세점
코로나19로 면세점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면세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The Moodie Davitt Report)’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매출 기준 1위에 올랐다. CDFG는 전세계 면세점 시장 부진 속에서도 2019년보다 8.1% 증가한 66억 300만 유로 매출을 올리며 2019년 4위에서 급상승했다. 중국은 2020년 7월부터 내국인 이용이 가능한 하이난 지역의 면세 쇼핑 한도를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대폭 늘렸다.
CDFG에 이어 롯데면세점이 매출 48억 2천만 유로로 2위를 유지했다. 롯데면세점의 실적은 중국 따이궁과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 허용 등 정부의 지원 정책, 이커머스 확대 노력 등에 힘입은 결과다. 신라면세점은 매출 42억 9천만 유로로 3위에 올랐다. 스위스 듀프리는 매출 23억 7천만 유로로 71.1% 감소하며 4위로 내려앉았다. 듀프리는 주로 공항에 매장을 두고 있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5위는 매출 22억 유로의 홍콩 DFS그룹이었다.
국내에서는 3건의 관세청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가 열렸는데 롯데가 3곳을 모두 수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5년 더 영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롯데면세점은 김포와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수성에도 성공했다. 김포와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은 임대료가 매출에 연동돼 코로나19 타격에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한편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쇼크를 벗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관세청의 국내 판매 허용 정책에 따라 재고 면세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면세점 정식 상품이며, 수입 통관 절차를 거쳐 바로 배송된다. 면세점은 자체 채널에서만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다 외부 채널로도 판매처를 넓혔다. 신라면세점은 삼성물산 SSF몰과 쿠팡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무착륙 관광비행 전세기 4편을 운항했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해 일본 대마도 상공을 거치고 오는 국제선 항공편이다. 롯데면세점에서 55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 532명에게 선착순으로 항공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면세점 업계 노력으로 2020년 발생했던 영업손실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지난해 요율제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도 개선됐다.
◇백화점에는 긍정적인 ‘작은 사치’ 트렌드
2022년 백화점, 쇼핑센터 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 키워드를 <도표 3>으로 정리할 수 있다. 패션시장부터 보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만큼 기업의 변화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비대면 시장에서의 경험이 패션업계가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극한 위기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패션 5대 기업은 2021년에 온라인과 해외명품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이때 라이브 커머스도 중요한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2022년은 환경보호가 현실감 있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UN에 제출한 탄소제로 계획에 따라 리사이클 상품처럼 지속가능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명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심리 위축에도 소비 양극화로 트레이딩 업(trading up)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MZ세대가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이라면 명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 다만 2022년 글로벌 유동성 축소 기조가 경제를 주도할 전망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변동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해외여행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에 있어서 고려사항이다. 해외여행은 코로나19 종식 혹은 위드 코로나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2022년 중반쯤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치료제의 개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식품시장의 브랜드화, 캐주얼화를 기반으로 작은 사치감을 유도하는 백화점 식품관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합리적이고 반대로 저가격에 접근 가능한 HMR, 밀키트도 성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젊은 패션의 강세, 카페의 다양한 진화, 푸드 시장의 작은 사치, VR 활용한 체험 매장 확대, 중저가 라이프스타일숍 지향의 상품 콘셉트 변화는 백화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온라인 중심의 사업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택근무와 코로나 블루에서 탈출하기 위해 1인 맞춤형, 가족 맞춤형, 취미 맞춤형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기 자신을 위한 보복소비로 연결되고 있다. 캐릭터, 키덜트 시장은 여전히 복잡한 사회의 탈출구로서 확대되고 있고, 오징어게임 같은 K-드라마 위상 강화에 따라 관련 상품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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