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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ab〕공공 디지털 제작소 ‘팹랩서울’을 가다

Paul Ahn 2022. 4. 6. 14:35

Fablab〕공공 디지털 제작소 ‘팹랩서울’을 가다

정책주간지 공감 (korea.kr)

 

내 머릿속 상상이 더 이상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현실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말이다.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공공 디지털 제작소 ‘팹랩서울’. 이젠 이곳에서 상상하고 생산하고 공유하라.

 

▶ 1 팹랩서울은 누구든지 방문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C영상미디어

 

천장에 매달린 수 개의 드론, 벽면을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공구.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5층 한편에 깊숙이 자리 잡은 팹랩서울(Fab Lab Seoul)에 들어서자 곳곳이 시선을 잡아끈다. 코끝을 스치는 목재 특유의 냄새를 음미할 때쯤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팹랩(Fab Lab, Fabrication Laboratory)은 디지털 제작 장비들을 공유해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게 하는 공간으로, MIT 원자연구소(The MIT Center for Bits and Atoms)에서 시작됐다. 현재 세계 100개국, 1200여 개소의 네트워크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팹랩서울은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 산하의 국내 최초 팹랩이다.

 

팹랩서울은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공공 디지털 제작소’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이 의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면 팹랩서울을 들른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팹랩서울의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82.6㎡(25평) 남짓한 공간이 3D 프린터, CNC(컴퓨터 수치 제어) 기기, 레이저 커터 등에 둘러싸여 있다.

 

이들 장비는 비전문가도 조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디지털 제작 장비다. 지능정보기술이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메이커(Maker) 운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팹랩서울은 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인 셈이다.

 

2013년 4월 문을 연 팹랩서울 이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공간)는 서너 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00여 곳에 이른다. 메이커 움직임의 확대를 실감케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남진혁 타이드 인스티튜트 연구원은 “올해 들어 전업주부들의 방문이 잦아졌다”며 “플리마켓에서 판매할 물품을 만들고 싶다는 경력단절여성, 학교에서 3D 프린터 교육을 받고 온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학부모, 은퇴한 시니어 등 많은 분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  2 장비 사용에 앞서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팹랩서울 3 개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팹랩서울 이용자 ⓒ C영상미디어 4 로드리고 디아즈 매니저가 메이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5 메이킹 룸 한편에 마련된 3D 프린터 ⓒC영상미디어

 

 

메이커 교육 활동에도 앞장서

 

장비 이용 방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창작 활동이 망설여진다면 걱정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팹랩서울에서는 디지털 제작 장비 사용법을 익히는 ‘장비 워크숍’이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장비 이용이 가능하다. 장비 고장과 이용자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피카츄의 모형을 단숨에 직접 만들어내는 초등학생도 쉽게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팹랩서울을 창작 활동 지원의 공간으로만 이해했다면 아쉽다. 메이커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기 위한 활동에도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팹랩서울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늘고 있지만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고, 운영자 교육 과정인 ‘메이커 아카데미’를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 메이커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 팹틴(Fab Teen)도 있다. 저마다 아이디어 발상부터 프로토타입(prototype) 제작까지 스스로 진행함으로써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사고방식에 자극을 준다.

 

팹랩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찾아가는 이동식 메이커 스페이스 팹트럭(Fab Truck) 역시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한 역할이다. 무박 2일 동안 동일한 주제하에 디바이스를 만드는 ‘메이커 톤’ 행사도 눈길을 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전공한 고등학생부터 장인까지, 신구 세대 메이커가 어울리는 현장이다.

 

팹랩서울은 크게 메이킹 룸과 디자인 룸, 두 공간으로 분류된다. 메이킹 룸을 처음 마주한 순간 엉클어진 전선,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스프레이와 공구 탓에 혼잡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다시 생각하면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창작할 수 있는 곳임을 상징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널찍한 책상 위 노트북을 펼친 채 홀로 앉아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도 팀을 이뤄 모델링 데이터를 살펴보는 사람도 주변 환경에 구애 받지 않았다.

 

때때로 ‘선생님’을 외치며 도움을 요청하는 메이커도 인상적이었다. 팹랩서울이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직접 생산하는 DIY(Do It Yourself, 스스로 하기) 개념의 메이커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공유의 시대 속 메이커는 ‘함께하기’의 개념으로 진화했다.

 

로드리고 디아즈 매니저는 “문제 해결은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할 때 더 빨리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메이커는) 서로 도와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이커 운동을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움직이는 활동’으로 비유했다.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고 이때 쌓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또 다른 창의적인 성과물을 활발하게 생산해낸다는 것이다.

 

팹랩서울에서 생산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물었다. 매니저의 자신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요.”

 

 

팹랩서울 이용 방법

 

장비 사용 절차  장비 워크숍 수료 → 누리집 장비 예약 → 팹랩서울 방문 → 장비 사용

 

장비 사용료

3D 프린터 시간당 3000원(재료비 포함)

CO2 레이저 커터 시간당 4000원(재료 미포함)

금속용 레이저 커터 시간당 7000원(재료 미포함)

CNC 라우터 시간당 7000원(재료 미포함)

비닐커터 무료

 

운영 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주말 및 공휴일 제외)

위치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전자상가 가동 550호, 510호

연락처 070-7743-0806

 

2017.10.29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