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이트로즈(Waiterose) 성공 비결

⊙영국 웨이트로즈(Waiterose) 성공 비결

(chosun.com)

 

 

고급 PB제품으로 매출 8조9334억원

영국 왕실에 납품하는 고급 식품 수퍼마켓 체인

프리미엄 전략으로 금융위기 돌파하며 계속 성장

“같은 사과를 사더라도 웨이트로즈에서 사면 다르다.”

 

영국 고급 수퍼마켓 체인점 웨이트로즈(Waiterose)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자세다.

이 수퍼마켓의 제품은 영국의 다른 수퍼마켓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더 높다.

 

가격이 비싼 만큼 품질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웨이트로즈엔 ‘플러스 알파(+α)’가 있다. 바로 ‘가치’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소비자들은 수퍼마켓에서 단순히 두부나 채소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만이 아닌 가치 있는 상품을 구매하고자 한다. 웨이트로즈는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공정무역상품, 지역 상품, 프리미엄 상품 등으로 가치 있는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유기농 제품군을 강화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펼쳤다.

 

웨이트로즈는 영국의 빅4유통업체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휘청이던 때에도 성장했다. 2009년 39억4000만파운드였던 매출은 꾸준히 올라 지난해 61억45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웨이트로즈는 영국의 빅4유통업체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휘청이던 때에도 성장했다. 2009년 39억4000만파운드였던 매출은 꾸준히 올라 지난해 61억45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웨이트로즈는 영국의 ‘국민 백화점’인 존 루이스(John Lewis)그룹에 속한 고급 수퍼마켓 체인이다. 영국 내 식료품 시장점유율은 5%대(6위)로 그리 크지 않은 비중이지만, 유기농 식품 분야에서는 18%의 점유율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게리 데이비스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웨이트로즈는 매년 고객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높은 품질과 서비스로 최근 업계 평균 2배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웨이트로즈가 영국의 기존 유통점과 차별화되는 점은 ‘고급화’다. 웨이트로즈는 영국 왕실에 와인 및 주류, 식료품 등을 제공하는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를 갖고 있으며, 그만큼 품질 관리에 엄격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취하는 국내 유통점들의 PB상품과 달리 웨이트로즈는 PB상품 역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1904년 ‘웨이트로즈앤드테일러(Waite, Rose&Taylor)’라는 이름으로 런던에서 시작한 웨이트로즈는 현재 영국 전역에 346곳의 점포와 편의점 ‘리틀 웨이트로즈(little Waiterose)’ 30여곳을 두고 있다. 20년 전 2%대 초반이었던 웨이트로즈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대로 올랐다.

 

웨이트로즈의 매출은 테스코(Tesco), 아스다(Asda), 세인즈버리(Sainsbury’s), 모리슨(Morrisons) 등 영국의 빅4 유통업체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휘청이던 때에도 성장했다. 2009년 39억4000만파운드(약 5조7288억원)이던 매출은 꾸준히 올라 지난해 61억4500만파운드(약 8조9,334억원)를 기록했다. 6년 만에 약 1.55배 증가한 것이다.

 

 

 

◆ 성공비결 1 |

제품 디자인 완성도 높여

 

웨이트로즈가 불황기에도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디자인 창의성'이 큰 역할을 했다. 우선 인테리어도 기존의 영국 수퍼마켓과 차별화했다. 편안한 느낌을 강조하는 존 루이스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웨이트로즈 역시 곳곳에 나무 소재 마감재를 적용하고 선반 사이에는 널찍한 공간을 확보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밝기만을 유지하는 다른 수퍼마켓과는 달리 웨이트로즈는 매장 전체에 환한 불을 밝히고 있다.

 

웨이트로즈는 영국 왕실로의 식료품 납품을 허가하는 인증인 ‘로열 워런트’를 받았다. 그만큼 엄격하게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웨이트로즈는 제품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웨이트로즈에는 독창적인 디자인에 주력하는 디자인팀이 있는데, 이들의 경쟁력은 웨이트로즈 PB상품에 그대로 드러난다.

 

고급 PB제품으로 매출 8조9334억원

국내 대다수 유통업체들의 PB상품이 저가 라인으로 '박리다매'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웨이트로즈는 PB상품군을 세분화하고 고급화했다. 영국 시장에서 PB상품의 역할은 중요하다. 게리 데이비스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영국 유통업계의 PB상품 매출은 수퍼마켓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한다. 각 업체들은 자신들만의 PB상품으로 다른 업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웨이트로즈의 PB상품은 크게 흰색을 바탕으로 한 저가 라인(에센셜 웨이트로즈), 컬러풀한 중간 라인, 블랙을 사용한 프리미엄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 패키지 디자인은 비교적 수명이 짧은데 반해 웨이트로즈의 PB상품은 오래 활용해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자랑한다.

 

일례로 웨이트로즈는 계피향 설탕을 내용물이 훤히 보이는 투명 용기에 담았고, 유리에 ‘살짝 뿌려라(sprinkle)’라는 문구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으로 넣었다. 통조림과 레토르트 식품은 식품 사진을 패키지 디자인에 활용해 내용물에 대한 성분 정보를 사실적으로 담았다. 웨이트로즈에 따르면 새로운 패키지는 전체 매출을 5.1%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으며, 시장에서의 매출 성과가 중요한 심사 기준인 DBA의 디자인 효과상을 수상했다.

 

특히 웨이트로즈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해 내놓는 초콜릿 패키지는 비교적 덜 비싸 최고급 백화점과 고급 초콜릿 전문점 상품의 대안으로 각광받는데, 패키지 또한 뛰어나 점유율이 순식간에 급증한다. 영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웨이트로즈 PB상품의 패키지는 영국인에게 어필하는 디자인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래햄 캐시(Graham Cassie) 웨이트로즈 브랜드 개발 매니저는 “‘고객이 디자인을 통해 제품을 충분히 이해한 뒤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웨이트로즈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웨이트로즈 디자인팀에는 1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 성공비결 2 |

식품 팔려고 요리 학교도 개설

 

웨이트로즈의 제품은 연구실에서 '툭' 개발돼 나오는 것이 아니다. 웨이트로즈는 제품 개발에 앞서 영국 전역에서 어떤 음식이 뜨고 있는지 레스토랑 트렌드를 살핀다. 자체 요리사 팀과 제품 개발 담당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요리법을 수집하고, 그 음식을 수퍼마켓에서 팔 수 있는 즉석 포장 식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캐시 매니저는 “웨이트로즈는 제품이 개발되면 주간 뉴스레터, 월간지 등 여러 채널을 이용해 개발된 제품의 기원, 활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며 “우리는 웨이트로즈를 찾아온 소비자가 그저 물건을 사서 나가는 게 아니라 ‘아, 오늘은 이런 걸 배웠네. 내일은 저런 걸 해봐야지’ 하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제품 개발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웨이트로즈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웨이트로즈 쿠킹 스쿨’도 고객과의 소통 채널 중 하나다. 요리 학교 코스는 칼 쓰는 법부터 가르치는 기초 단계에서 최고 수준의 ‘코르동 블루(Cordon Bleu)’ 코스까지 다양하다. 웨이트로즈는 다양한 시도를 바탕으로 ‘참신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속속 끌어들이고 있다.

 

 

◆ 성공비결 3 |

노사가 함께 ‘의회’ ‘이사회’ 구성

 

웨이트로즈에는 ‘파트너십 의회’와 ‘파트너십 이사회’가 있다. 파트너십 의회는 각 영업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종업원들이 선출한 직원들로 구성되며 주로 직원들의 연봉, 보너스, 이익 분배, 연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직원들은 이 의회를 통해 경연진에 질의하고, 회의를 바탕으로 회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

 

파트너십 이사회는 일반 직원과 회장이 임명한 이사,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노사 어느 쪽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균형과 견제가 이뤄진다. 이 이사회를 통해 외부 전문기관의 회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웨이트로즈는 파트너십 의회와 파트너십 이사회를 통해 기업 내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이슈를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 성공비결 4 |

사원주주제로 주인의식 부여

 

"그러니까 웨이트로즈는 내 회사이기도 하니까요."

'사장의 회사 vs 사원의 회사'의 저자 데이비드 에르달(David Erdal)이 웨이트로즈의 선반 정리 담당 직원에게 웨이트로즈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묻자 해당 직원은 이렇게 답했다.

 

웨이트로즈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사원주주제'다. 사원주주제 기업의 사원들은 기업의 공동 소유주로서 기업의 수익을 공유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에서 고위 경영진이 행사할 법적 권한과 기업 내부 정보 등을 전 사원이 공유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웨이트로즈의 사원들은 '이곳은 내 회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기업에 헌신하고 일에 열정과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웨이트로즈의 직원들은 "회사의 주주가 됨으로써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이것은 내게 큰 의미를 준다"고 입을 모은다.

 

 

◆ Plus Point :

경제위기 오자 저가 제품 론칭

 

세계적인 경제난이 시작된 2008년 관련 업계는 고급 수퍼마켓인 웨이트로즈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2010년 3월 선보인 저가 제품군 에센셜 웨이트로즈는 예상을 뒤엎고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에센셜 웨이트로즈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제품을 추가한 것으로, 1400여개의 제품으로 구성됐다. 이 라인은 절약 소비로 돌아선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공략했고, 웨이트로즈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됐던 높은 가격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해냈다. 웨이트로즈 측은 "기존부터 준비해오던 저가 라인 '에센셜 웨이트로즈'가 불황기라는 시기를 잘 타고 시장에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에센셜 웨이트로즈 라인은 흰색 바탕에 원색으로 그린 일러스트·그래픽·텍스트로 디자인됐다. 일관된 디자인은 에센셜 웨이트로즈 라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이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효과를 냈다. 진열대 자체가 광고 및 마케팅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웨이트로즈 디자인팀은 “내용물과 디자인의 포인트 컬러를 맞추고 일러스트를 사용해 저가 라인임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냈다”고 설명했다.

 

웨이트로즈는 '싼 제품이 아닌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자'를 목표로 재브랜딩 과정에서도 제품 품질에 대한 타협은 하지 않았다. 그래햄 캐시 웨이트로즈 브랜드 개발 매니저는 "다만 소비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투자' 개념으로 가격을 낮췄다"고 했다.

 

웨이트로즈는 프로모션을 통해 '웨이트로즈에는 고급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일용품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무료 커피·신문 주는 수퍼마켓

 

웨이트로즈는 회원카드가 있는 고객들에게 하루에 1잔 무료 커피를 제공한다. 또 주중에 5파운드(약 8000원) 이상 물건을 사면 영국 일간지 중 1부를 임의로 선택해 제공한다. 웨이트로즈 측은 “우리 집에 온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멤버십 가입은 웨이트로즈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할 수 있다.

 

2016.11.17 07:00

백예리 기자

게리 데이비스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