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피커(the picker) / 서울숲, 제로웨이스트 샵 & 레스토랑
•소재지 :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54, 2층
•설립 : 2016년
•설립자 : 송경호, 홍지선 대표
더 피커 “건강한 소비가 만드는 건강한 지구”
http://www.quee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52
장을 보거나 맛있는 한 끼를 먹는 것만으로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을까?
‘더 피커(the picker)’에서라면 가능하다.
서울 시민의 안식처로서 자연 속에 둘러싸여 평온함을 누릴 수 있는 서울숲.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도심 속 공원은 유레카와 같다. 마냥 싱그럽고 푸른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를 잘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처럼 느껴진다.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지만 이를 간과하며 바쁜 일상을 지내는 나날 중, 작은 노력으로 건강한 지구를 가꿀 수 있다고 제안하는 더 피커의 송경호, 홍지선 대표를 만났다.
◇그로서란트, 친환경을 지향하다
서울숲 근처라서만은 아니다. 더 피커는 서울숲을 닮았고, 서울숲을 담았다. 푸른 지구를 지키는 데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많지만, 개인적인 관심이 다수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친환경 식자재 등에 대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관심이 대중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이러한 현상 속에서 ‘플라스틱 옷을 입은 친환경 채소’라는 한 구절이 가져다주는 모순은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원이 폐기되지 않고 순환할 수 있는 친환경 그로서란트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로서란트(Grocerant)는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로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고, 그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문화 공간이다. 장보기와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그로서란트는 이미 미국·영국 등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문화이며, 우리나라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더 피커. 그냥 그로서란트가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그로서란트이기 때문이다.
◇프리사이클링, 폐기물 발생을 지양하다
재활용의 '리사이클(Recycle)', 재활용 소재에 기능과 디자인을 가미해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Upcycle)'은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보다 적극적인 환경 보호 개념인 '프리사이클(Precycle)'은 쓰레기 발생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더 피커는 프리사이클링 스토어를 표방한다.
“장을 본 후 산 물건만큼 쌓여 있는 포장 쓰레기를 바라보니 돈 주고 가지고 온 폐기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마침 포장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독일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 포장되어 있지 않은)’와 같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흐름이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쓰레기를 생성하지 않는 시도를 통해 작게나마 지속 가능한 미래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더 피커는 포장 폐기물 감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연 본연의 모습을 ‘pick’ 해 가는 고객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름 지었기에, 자연에서 수확한 대로 무엇을 더하거나 빼지 않은 채 그대로 진열하여 판매한다. 여러 개가 묶인 상태로 환경에 유해한 비닐 등에 포장되어 있지 않아 필요한 양만큼 사고, 쓰레기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로서리에서 식품을 구매할 땐 이를 담아 갈 장바구니나 용기를 지참해야 한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매장에서 광목천 주머니, 생분해 용기, 유리 용기 등의 친환경 보관 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 달 정도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 ‘해피빈 공감펀딩’에서 친환경 습관을 심어 주는 에코실천 키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을 제시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그로서리 공간 한편에서도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드는 친환경 야자나뭇잎 접시 ‘본플라’, 재사용 가능한 ‘대나무 빨대’ 등을 만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스무디를 주문하면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가 함께 나가요. 낯선 형태라 그런지 처음에는 젓가락으로 여긴 손님도 있었답니다. 한 번 경험한 후에는 구매 비율이 높은 편으로 인기가 많아요.”
해양 쓰레기의 약 70%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이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플라스틱 빨대가 분해되며 생기는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씻어 쓰는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의 보급이 필요한 이유다.
◇채식으로 환경에 기여하다
그로서리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 식품을 주재료로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
그로서리에서는 과일, 채소, 곡물, 견과류로 분류하여 약 20가지 내외의 작물을 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레스토랑에서 샌드위치, 샐러드, 스무디 등을 조리한다. 판매하는 식료품 대부분이 유기농 및 친환경이므로 요리 역시 건강한 한 끼로 탄생한다.
제철 재료를 이용해 레시피를 연구하며,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해 메뉴를 구성한다고 한다. 건강한 자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설탕이나 시럽과 같은 첨가물 없이 자연의 달콤한 맛을 낸다. 특히 눈길을 끈 건 건강과 환경을 모두 생각한 완전채식주의 ‘비건’을 위한 식단이었다.
“매장에 주로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의 식사가 가능해요. 가게 운영으로 겪는 변화이자 프리사이클링 친환경 그로서란트가 선사하는 혜택이죠.”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에 따르면, 일주일에 단 하루만 채식을 해도 연간 1인당 2,268kg의 온실가스 배출량 억제와 13만2천4백 리터의 물 절약의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이는 차 500만대가 멈춘 것과 같아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그리다
더 피커는 얼마 전 1주년을 맞았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땐 생소한 방식을 불편하게 생각하던 손님들이 이젠 익숙한 듯이 적응한 모습을 보며 변화를 체감했다. 또한,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와 힘을 주는 고객 덕분에 보람차다고.
“저희가 대단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에요. 작은 노력으로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소비 방식이 있다는 인식 정도를 심어 주는 역할만 해도 1차 목표는 달성한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한정된 매장 형태지만, 범위를 넓혀 접근하기 쉬운 온라인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어요. 포장 폐기물을 줄이는 노하우, 관련 해외 자료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곳에서는 쓰레기인데 저곳에서는 자원이 될 수 있거든요.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순환 고리를 통해 폐기물 감소의 장을 열고 싶습니다.”
매거진플러스
2017.11.10
김민주 기자 qeditor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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