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우주 서비스’가 뜬다.
우주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유로컨설트가 지난달 흥미로운 시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주 내 (in-space)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에 50개 이상의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시장 규모가 44억 달러(5조 4460억 원)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보고서는 우주 내 서비스를 크게 다섯 영역으로 구분했다. 라스트 마일 운송, 인공위성의 수명연장, 적극적 우주 쓰레기 제거, 우주 내 조립 및 생산, 우주상황인식이 그것이다. ‘라스트 마일 운송’은 우주에서 로켓의 상단으로부터 분리된 인공위성을 그 위성이 목표로 하는 위치까지 정확히 이동시켜주는 일종의 ‘우주 택시’ 같은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인공위성은 로켓에서 분리된 후 본체에 실려 있는 연료를 사용해 목표한 위치까지 스스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위성의 수명 감소로 연결된다.
‘우주상황인식’은 말 그대로 우주공간에서 무엇이 있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으로 지구 주변에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서비스 영역이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맥시 푸토 애널리스트는 “우주 내 서비스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제대로 된 시장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면서도 “검증된 서비스와 제품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초기 고객들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아직은 시장에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많다”면서 “하지만 발사되는 로켓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 결과 인공위성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주 내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가까운 미래에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보고서보다 한 달 앞서 미국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우주 내 서비스, 조립과 생산에 대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우주 내 서비스의 전략적 중요성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미국 정부기관들은 민간과 협력하여 관련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금부터는 우주 내 서비스에서 실제로 어떤 기업이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주 주유소’ / 인공위성 수명연장 서비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우주 주유소’라 불리는 인공위성 수명연장 서비스다.
이 시장은 우주로 발사되는 인공위성의 수와 정비례하여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형 방산기업 노스롭 그루만은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이미 고도 3만6000㎞ 정지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에 연료를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서비스 영역을 지구 저궤도에 있는 위성들로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노랙스 컨소시엄 ‘스타랩’ 상상도. 나노랙스 제공
경장사인 스타트업 ‘오비트 팹’은 작년 첫 ‘우주 주유소’를 지구 저궤도로 발사했고, 두 번째 주유소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정지궤도로 발사할 예정이다. 오비트 팹은 지난 3월 미국 공군과 우주군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아 미 군사위성의 궤도 내 연료 재충전을 위한 충전 인터페이스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지구관측 인공위성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주유소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 쓰레기 처리
우주 쓰레기 처리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기업은 일본의 ‘아스트로 스케일’이다. 이 회사는 2021년 3월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이용해 자사의 우주 쓰레기 처리기술을 검증하는 첫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발사했다. 이 위성은 우주 쓰레기 역할을 하는 부분과 청소부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이 두 부분이 우주에서 분리되어 서로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접근하여 도킹하는 연습을 반복 진행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에서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 부분이 실제 우주 쓰레기에 도킹한 후 지구 대기권으로 함께 재진입해 산화하는 형태로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게 된다.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의 우주 쓰레기 청소위성
이 두 위성은 지난 4월 시험에서 최대 1700㎞까지 멀어졌다가 159m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청소부 위성에 있는 엔진 8기 중 4기가 고장 난 상황에서 달성한 결과로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의 신뢰성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스트로 스케일은 5월 말 유럽우주국과 영국의 위성통신기업 원웹으로부터 1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를 통해 기술의 추가적인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 나노랙스는 로봇팔과 회전식 칼날을 이용해 우주에서 금속 막대를 절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NASA가 후원하는 것으로 저궤도에 떠도는 로켓의 상단을 절단하고 그것을 재조합해 우주에서 새로운 장비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진행되는 미션이다.
이 실험에 사용된 위성은 5월 25일 스페이스X 팰컨 9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이 위성에는 로켓 상단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부식 저항 금속으로 만든 막대 3개와 이를 절단할 회전 칼날이 부착된 로봇 팔이 들어있다. 금속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금속가루가 우주로 날아가지 않도록 모든 작업은 위성 안에서 진행된다. 본 실험은 위성이 우주에 도달한 직 후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실험의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의 미쓰비시 일렉트릭은 3D 프린터와 태양광을 이용해 우주에서 인공위성 안테나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생산해 바로 궤도에 띄우는 시대가 올 것에 대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 미쓰비시는 새로운 액체 레진을 개발했다. 이 액체는 태양광에 노출되면 서서히 굳어가는 성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는 최근 우주환경과 비슷한 실험 챔버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 16.5cm 길이의 인공위성 안테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성능 실험에서 기존의 위성 안테나와 동일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는 “현재 인공위성의 안테나 크기와 길이는 로켓의 페어링이나 위성 버스의 크기에 제약을 받는다”며 “이 기술을 사용하면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라고 했다.
‘라스트 마일 운송’과 관련된 기업들도 서비스 출시를 활발히 준비하고 있다. ‘론처’라는 미국 기업은 최근 첫 번째 ‘우주택시’ 고객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며 자사의 ‘택시’가 고객의 위성을 싣고 올 10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략적인 ‘택시비’도 공개했는데 화물 1㎏당 8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라고 했다. 택시 전체를 임대하는 것은 40만 달러로 로켓 발사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는 조건이다.
론처는 10월에 발사될 ‘택시’의 공간 예약은 모두 끝났고, 현재 내년 1월, 3월, 10월에 발사될 공간이 판매 중이라고 했다. 경쟁사인 미국의 ‘모멘터스’는 지난달 ‘우주 택시’ 운영에 필요한 정부의 승인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서비스 시연을 위한 첫 번째 택시를 지난 25일 스페이스X의 팔콘 9 로켓을 이용해 우주로 발사했다. 회사는 이번 발사를 통해 자사의 ‘라스트 마일 운송’과 관련된 기술력을 입증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위성에 문제가 발생해 관련된 계획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와 해외 우주산업 동향과 우주 분야의 주요 이슈를 매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 우주 산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깊이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 지국장은 2007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냈고 2021년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에 합류해 서울지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06.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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