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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업태별 흥망성쇠

Paul Ahn 2023. 2. 14. 08:08

⊙미국 업태별 흥망성쇠 / 미국 유통사로 본 패러다임 혁신

(retailing.co.kr)

‘영원한 강자는 없다’

 

팬데믹 영향으로 소비자 의식과 구매행동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혼돈의 시기일수록 급성장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향후 성장을 위해 어떤 경영계획을 세워야 할까. 미국 소매기업의 매출 순위를 통해 유통 포맷의 세력 변화와 현대 유통업계가 배워야 할 패러다임 혁신 전략을 설명한다.

 

 

지난 30년간 미국 소매기업 순위를 살펴보면 기업 성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표 1>은 1990년부터 10년 단위로 연매출을 기준으로 미국 소매기업의 순위를 매긴 것이다. 많은 기업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다 서서히 정체기를 맞이하고 갑자기 쇠퇴하는 과정을 겪었다. 미국 소매기업의 과거 30년간 순위 변화를 토대로 기업과 포맷의 성쇠를 살펴본다.

 

 

 

 

30년간 성장 이어온 기업은 11개사뿐

 

1990년과 2020년의 미국 소매기업 순위를 살펴보면 30년간 지속적으로 순위에 오른 기업은 11개사로 좁혀진다. 1990년대 30위 내 랭킹됐던 기업 중 19개사는 순위에서 사라진 것이다. 해당 19개사는 타사에 인수된 기업 11곳, 폐업 4곳, 구조조정 진행 중인 기업 3곳, 규모가 축소된 기업 1곳으로 정리된다. 즉 30년 동안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은 36% 정도이며 나머지 64%의 기업은 도태되고 말았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유통 대기업들의 과점화로 성장속도는 늦춰지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며 보수적인 성향을 버리지 못해 혁신성을 잃은 기업은 쇠퇴하게 된다.

 

이어서 미국 소매기업의 포맷 성쇠 과정을 살펴본다. 1990년 상위 30위 기업 중 가장 많은 순위를 차지한 업태는 슈퍼마켓으로 총 11개사가 해당됐다. 당시 소상권에 입지해 내점 빈도가 높은 포맷으로 다점화를 통해 규모확대를 이룬 슈퍼마켓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2020년 조사에서 순위에 오른 슈퍼마켓은 3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사는 대기업에 인수됐거나 폐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공룡 월마트가 초래한 것이다. 월마트는 1991년 소매사업을 시작해 새로운 포맷의 슈퍼센터를 개발했다. 월마트는 당시 비식품에 주력하던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대규모 식품 부문을 추가한 슈퍼센터로 개조하거나 신축 이전해 도미넌트화하면서 세력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중형 규모의 리저널 슈퍼마켓과 소규모 로컬 슈퍼마켓이 객수를 잃었고 결국 대기업의 내셔널 체인에 흡수됐다. 이처럼 신흥 포맷은 새로운 전략으로 상권을 공략하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약육강식, 포맷별 과점화 진행되다

 

2000년대 전후에는 포맷별로 과점화가 진행됐다. 후발주자인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저가격 전략에 침략당한 백화점이 객수를 잃으면서 인수합병이 확대됐다. 타깃의 전신인 데이턴 허드슨은 이때 본업이었던 백화점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디스카운트 스토어로 포맷 전환을 시도했다. 그 덕에 2020년 매출 순위 7위에 들 수 있었다.

 

한편 1990년 순위에서 마지막 30위에 올랐던 홈센터 홈디포(Home Depot)가 2020년에 3위까지 급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슈퍼스토어화 영향이 컸다. 당시 홈센터의 평균 매장면적은 1,650㎡ 전후였는데, 홈디포는 6배에 해당하는 9,900㎡ 규모 매장을 체인화했다. 풍성한 상품구색과 진열의 수고로움을 없앤 창고형 진열은 저가격 판매를 가능하게 했다. 홈디포는 1979년 창립해 3개 매장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모두 폐업한 디스카운트 스토어 매장의 설비, 상품 등을 인수해 출점했다. 동일 포맷에서는 2000년 14위에 오른 로우스(Lowe’s)가 홈디포의 뒤를 잇고 있다. 현재는 두 업체가 홈센터 업계를 독식하고 있다.

 

창고형 회원제 할인점 업태에서는 후발주자 코스트코가 원조격인 프라이스(Price)를 인수하면서 톱 자리에 올랐다. 슈퍼드럭스토어 업태에서도 종합화가 진행됐다. 1980년까지는 드럭스토어 업계 순위표를 작성하면 100개사 정도가 있었으나 현재는 3개사로 압축된 상태다.

 

 

 

 

전문점과 교외형 쇼핑센터의 확대

 

2000년대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전문 포맷의 대두’에 있다. 2000년 순위에서 20위에 오른 패션전문점 갭(Gap)과 27위 오프프라이스스토어 TJX를 포함해 총 8개사가 전문점에 해당한다. 1990년 순위에는 장난감전문점 토이저러스, 패션전문점 리미티드(Limited) 둘 뿐이었던 것에 비하면 전문점 포맷 종류와 기업 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들 업태는 넓은 공간에 다양한 상품을 구색해 새로운 발견과 편리함을 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전문점 포맷은 슈퍼센터 등에 반격을 당하게 된다. 실제로 2010년 순위표를 살펴보면 포맷 단위에서 과점화가 진행되면서 포맷별로 하나의 기업만 순위에 오르는 사례도 나타난다. 특히 가전전문점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8위의 베스트바이(Best Buy)만 순위에 남아 있다.

 

당시 슈퍼센터는 전문 포맷을 연구해 인기 상품만을 취급하며 자사 상품 부문으로 흡수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확대로 숏타임 쇼핑이 요구되자 종합 포맷의 ‘객층이 넓고 구매빈도가 높은 품종, 품목’만을 취급하는 종합화된 라인로빙 방식의 상품구색이 전문 포맷의 목적구매형 기본 상품 수요를 흡수한 것이다. 따라서 전문 포맷의 내점빈도가 서서히 감소됐다.

 

최근 전문점 포맷에 새로운 적이 나타났는데,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공격은 가전전문점, 장난감전문점, 오프프라이스스토어 순서로 치명상을 입혔다. 이들의 공통된 약점은 NB상품을 주로 취급한 점이다. 종합 포맷의 라인로빙에 의해 객수가 줄어든 전문점들은 이커머스 기업에 의해 전멸됐다. 현재 살아남은 전문점 포맷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당시 또 다른 변화는 주요 쇼핑의 장이 대형마트, 백화점 등을 키테넌트로 두는 광역상권형 ‘리저널쇼핑센터(RSC)’에서 디스카운트 스토어, 메가 홈센터, 대형 전문점 등을 핵점포로 입점시킨 중상권형 ‘교외형 커뮤니케이션 쇼핑센터(CSC)’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 역시 숏타임 쇼핑에 대한 니즈가 커진 영향이다. 이로 인해 백화점은 매장 수가 대폭 줄며 쇠퇴의 길을 걸었다. 실제로 JC페니와 시어스홀딩스는 파산신청을 하며 2020년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종합 포맷은 여전히 강하다

 

2010년 상위 30개사 중 18개사는 2020년 순위에 남아있지만 나머지 12개 기업은 사라졌다. 이 중 4곳은 슈퍼마켓이고 나머지 8곳은 전문점이다. 반면 새롭게 랭크인된 기업은 23위의 균일가전문점 달러제너럴, 26위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비제이스홀세일클럽으로 모두 종합형 포맷이다.

 

2020년 순위에서 패션 관련 업태 경우 백화점 메이시스 18위, 콜스 19위, 노스트롬이 26위에 올랐다. 전문점 포맷에서는 갭(21위), L브랜드(24위), 오프프라이스스토어 업태에서는 TXJ(13위), 로스스토어(23위) 등 총 7개 사가 순위에 올랐다. 수익성이 높은 패션산업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종합 포맷의 새로운 경쟁업태로 떠오른 균일가전문점 역시 지속적으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2020년 기준 달러제너럴이 12위, 달러트리는 14위까지 상승했다. 해당업태는 약 1만㎡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며 디스카운트 스토어 업태와 상품 구성이 비슷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고빈도 판매상품을 축출해 최저가격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편 2020년 순위에 처음으로 자동차전문점 3사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종합 포맷이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전문점 업태 경우 수비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수비범위란 전문화와 종합화 중 하나를 정하는 것이다. 즉 라인로빙한 종합 포맷으로 변화할지, 한정된 카테고리를 완벽하게 갖춘 유일무이한 전문점을 목표로 할지 결정해 강점으로 장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