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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를 탄생시킨 일등공신, 쇼핑카트(shopping cart)

Paul Ahn 2023. 3. 7. 09:32

⊙대형마트를 탄생시킨 일등공신, 쇼핑카트(shopping cart)

Sciencetimes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구조적인 면에서 차이가 많다. 백화점은 고층건물에 층별로 상품을 분류해 전시하는 방식이며, 대형마트는 넓은 면적의 단층에 수많은 상품들을 진열해놓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백화점은 계단식인 데 비해 대형마트는 평면식이다. 또한 매장의 복도나 엘리베이터의 공간도 대형마트가 훨씬 넓다.

 

이 모든 구조적 차이는 대형마트를 탄생시키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발명품으로부터 비롯됐다. 그 발명품이 바로 쇼핑카트다.

 

1930년대 미국은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면서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 많은 이들이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면서 가까운 시장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이면 먼 매장까지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자동차는 이동의 자유뿐만 아니라 무겁고 부피가 큰 물건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거기에다 냉장고까지 대중화되기 시작함으로써 누구나 오랫동안 더 많은 식료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그 무렵 미국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대형 식품매장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쇼핑카트는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고민하던 미국의 슈퍼마켓 사장 실번 골드만에 의해 발명되었다. ⓒ morgueFile free photo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넓디넓은 매장을 돌면서 이미 구입한 물건을 어떻게 소지하는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장바구니나 쇼핑용 종이봉지 등에 구입한 물건을 담아 양손으로 들고 다니려면 너무 힘이 들어 넓은 매장을 다 구경하기도 전에 지칠 판이었다.

 

싼 가격에 보다 많은 물건을 팔아야 하는 대형마트 업주의 입장에서 치명적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발명품이 바로 쇼핑카트다. ‘절실함이 발명을 낳는다는 말이 있듯이 쇼핑카트를 발명한 이는 미국 오클라호마에서피글리 위글리라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던 실번 골드만(Sylvan Goldman)이다.

 

 

 

◇‘접이식 의자에서 아이디어 얻어

 

어떻게 하면 좀 더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고객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해답을 찾아냈다. 고객들은 바구니가 가득 차면 더 이상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무거운 짐을 들고 매장을 돌아다닐 수도 없을 뿐더러 계산대에서 바구니를 든 채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고객들에겐 얼마나 불편한지를 골드만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는 고객이 좀 더 편안하게 물건을 최대한 많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매장을 정리할 때 사용하던접이식 의자를 보곤 환호성을 질렀다. 접이식 의자를 2층으로 나누면 바구니를 2개나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또 아래에 바퀴를 달면 바구니 2개를 가득 채워도 고객들이 수월하게 바구니를 끌고 다닐 수 있게 된다.

 

골드만은 기계공 출신의 슈퍼마켓 직원 프레드 영과 함께 자신의 아이디어대로 바퀴가 달린 금속 프레임의 장바구니 2개를 위아래로 배치한 최초의 쇼핑카트를 제작했다. 1937년에 탄생한 이 최초의 쇼핑카트에는폴딩 바스켓 캐리어(folding basket carriers)’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접이식 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사실이 이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듯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는 의자처럼 프레임을 평평하게 접어서 보관하면 되었다. 1940년에 특허를 획득한 골드만의 쇼핑카트에는 두 가지 혁신적 사고가 깃들어 있다.

 

첫째는 흔히 범하기 쉬운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창의적 해결법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바구니가 가득 차면 고객들이 힘이 들어 쇼핑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경우 보통은 바구니 크기를 더 크게 하거나 고객을 편하게 하기 위해 바구니를 적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바구니를 더 크게 하자니 고객들의 쇼핑이 불편해지고, 바구니를 적게 하자니 매출이 떨어지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 골드만은 이 같은 함정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발명품을 개발함으로써 두 가지 방안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법을 내놓았다.

 

또 하나는 혁신적인 발명품을 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들의 행동을 혁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기발한 발명품이라고 해도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의 쇼핑카트에 대한 고객들의 최초 반응은 싸늘했다. 여성들은 카트가 유모차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싫어했고, 남성들은 카트를 밀고 다니는 것이 노인처럼 힘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에서 꺼려한 것이다.

 

 

◇멈추지 않는 쇼핑카트의 진화

 

하지만 골드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쇼핑카트 사용의 편리함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자신이 소유한 체인점 매장마다 붙였다. 그래도 효과가 없자 연령별로 다양한 남녀 모델들을 선발해 쇼핑카트를 매장에서 직접 밀고 다니게 했다.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고 쇼핑카트에 대한 거부감을 없앰으로써 고객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묘책이었다.

 

 

그의 이 같은 묘책은 맞아떨어졌다. 1940년 이후 쇼핑카트는 큰 인기를 얻어 미국 전역의 대형마트로 확산되었다. 이에 고무된 골드만은폴딩 바스켓 캐리어 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해 쇼핑카트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슈퍼마켓 체인점에서 얻는 수익보다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쇼핑카트의 로열티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처럼 쇼핑카트가 히트상품으로 부상하자 1947년에는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의 올라 왓슨이라는 여성이 서로 포개지는 쇼핑카트를 개발했다. 바구니 뒷면에 위로 여닫게 하는 경첩을 달고, 바구니의 앞쪽으로 갈수록 폭이 더 좁아지는 것이 새로운 쇼핑카트의 비결이었다.

 

그 후로도 쇼핑카트의 진화는 계속된다. 골드만은 1949년에 바구니가 2개 달린 카트 대신 큰 바구니 하나가 달린네스트 카트를 개발했다. 또 베이비붐 시대를 맞이한 1950년대에는 카트에 유아용 의자가 설치됐으며, 1960년대 들어서는 고무를 사용해 바닥에 자국을 내지 않고 방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회전식 고무바퀴가 달린 쇼핑카트가 등장했다.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무선주파수 인식 시스템(RFID)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자신의 멤버십 카드 등을 꽂은 후 쇼핑을 하면 지나치는 매장마다 개인에게 해당되는 할인 이벤트 정보 등을 제공하는 카트를 비롯해 손잡이에 디지털 센서가 부착돼 고객이 매장 내에서 이동한 거리 및 칼로리 소모량을 보여주는 카트 등이 개발되고 있다.

 

2015.09.29 15:30

이성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