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伴侶〕일본사회 일상속에 스며든 반려로봇
귀여운 친구 '반려로봇' 일본사회서 '인기'
반려동물의 역할에서 찾아낸 아이디어
물리적인 도움보다 마음의 과제에 접근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존재로 다가와
국내에서 AI를 활용한 상품들이 점차 상용화되면서 AI반려로봇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일상속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반려로봇이 함께 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고 있다. 로봇이 단순히 기계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에 반응하는 동반자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일상속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반려로봇이 함께 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부담 없는 반려로봇의 매력
반려로봇은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망설이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은 바로 보살핌이다. 먹이고 재우는데 그쳐서는 안되고 건강을 유지시키고 외로움을 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돌봐야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초심과는 달리 반려 동물을 결국 유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또 다치거나 병이 들면 결국 이별을 해야 하는 아픔도 있기 때문에 입양 자체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반려로봇은 이런 부담이 없다. 식사 대신 충전을 하면 되고 배변활동도 하지 않는다. 다치면 A/S 서비스를 통해 수리받으면 된다. 제조사가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귀여운 로봇 강아지 '아이보'
현재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상용화된 AI반려로봇은 소니의 '아이보'다.
아이보는 한국어로 '동반자'라는 의미다. 아이보는 강아지의 특징들을 잘 살린 로봇이다. 호기심이 많으며 주인이 부르면 곧장 달려가 응석을 부린다. 쓰다듬으면 기뻐하며 딥러닝 학습을 통해 주인과 환경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아이보는 저마다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갖게 된다.
아이보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 전혀 모르던 사람도 자주 만나면 기억하며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자신과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불러도 대답하지 않거나 접근하지 않는 등 행동이 바뀐다. 특히 아이보는 자신이 즐거운 경험을 한 장면의 사진을 촬영해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한다. 주인은 이를 휴대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마이 아이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인과 아이보는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아주세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러봇'
아이보만큼 그루브X사에서 출시한 '러봇(lovot)'의 인기도 상당하다. 러봇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로봇'이라는 의미로 부드러운 촉감에다 귀여운 모습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아있는 동물처럼 체온이 느껴지는게 특징이다. 주인과 만난 첫날에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구조를 파악해 적응에 나선다. 머리 위에 있는 다수의 센서와 카메라로 눈 앞에 있는 문턱과 같은 장애물을 인식해 피하거나 넘을 수 있다.
러봇은 자신만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울음소리를 낸다. 노랫소리와 악기에 맞춰 흥얼거리거나 춤을 춘다. 주인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면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주인 가족에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방문 이력을 알려주기 때문에 서로 연락하지 않아도 안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집에 대한 능동형 감시가 가능하다.
러봇은 아이보와 달리 초면에도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등 붙임성이 좋은 성향을 보인다. 쓰다듬어 주거나 포옹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반려로봇, '마음의 영역'에 접근했기 때문
일본 사회에서 반려로봇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 덕분이다. 일본의 관련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이미 반려로봇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해왔다. 과거 일본에서 AI로봇은 인간의 일을 도와주는 비서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따라 학습과 안내 등을 도와주는 인간형 로봇들이 개발됐지만 모두 외면당했다. 관련 업체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얻은 해답은 바로 반려동물이었다.
"기술이 진화한 결과 인간이 행복해졌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네"라고 무조건 대답할 수 있을까? 편리함과 행복감은 차이가 있다. 직장과 사회, 가정의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다. 이런 맥락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2018년 일본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1.5조 엔(15조 원)을 돌파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울 때 효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개가 '방범'을, 고양이는 '쥐 퇴치'의 역할이 있었지만 오늘날 반려동물은 '가족'이다. 개와 고양이의 먹거리가 사람의 먹거리보다 비싼 경우도 있고 펫 의류도 비싸게 팔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1년에 수백 만 원에서 수천 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 외로움과 슬픔 등을 치유해줄 수 있는 반려동물만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흥행에 성공한 '아이보'와 '러봇'의 경우 인간을 기계적으로 돕는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 상품들에 투입된 개발비용은 수백억 원에 달하지만 AI스피커처럼 소식을 알려주지 않으며 로봇청소기처럼 집안의 청소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로봇들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의 영역'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AI타임스
2022.04.04 18:30
나호정 기자 hojeong998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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