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반려동물 금융상품…
“개, 고양이 품종·나이별로 대비하세요”
펫보험, 질병·가입 시기에 따라 보장 여부 엇갈려
카드사들은 동물병원·쇼핑몰 이용 시 할인·캐시백
직장인 이모(27)씨는 지난해 11월 반려견 앞으로 펫(Pet)보험에 가입했다. 이씨의 반려견은 이후 지난달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씨가 가입한 상품에는 ‘슬개골 및 고관절 수술비를 보장받으려면 가입 후 1년 이상이 경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양육 인구가 크게 늘면서 이를 겨냥한 금융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2021년 기준 약 1500만명에 이른다. 보험과 카드, 시중은행이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한 금융상품들이 내놓고 있는데, 여러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 가입해야 한다.
2월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2023 마이펫페어 서울' 전경. 2023.2.3 /연합뉴스
◇ 깐깐한 펫보험 비교 가입 필수… 슬관절·구강·피부 등 보장범위 달라
펫보험이라고 불리는 반려동물보험은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비, 반려동물로 인한 배상책임사고 발생액의 일부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다. 현재 손해보험사만 판매 중이나, 작년 11월 금융당국이 보험업권 1사(社) 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해, 생명보험회사도 자회사를 통해 펫보험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시중 보험 상품마다 보장 범위 등 세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보험 상품을 잘 따져봐야 한다. 2020년 2월생 믹스견(5kg)에 대해 가입할 수 있는 시중 보험 상품을 찾아보니, 보험료가 5000원(일시납)~ 30만원대(일시납)로 형성된 7개 보험상품이 나왔다. 배상책임에만 초점을 둔 상품이나 슬관절 등 일부 질병을 보장하지 않는 상품일수록 보험료가 저렴했다.
현대해상의 ‘하이펫애견보험 배상책임형 플랜(일시납 5000원)’은 배상책임(500만원)과 애견장례비(15만원)를 보장한다. 가입 가능한 반려동물 연령은 91일~만 12세다. 자기부담금은 3만원이다. 이 회사의 ‘하이펫애견보험 종합형 플랜(1년형)’은 월 2만7974원(10% 할인가)을 내면, 피부·구강질환 등 사고·질병에 대한 치료비 연 500만원, 배상책임 연 500만원, 애견장례비 15만원 등을 보장한다.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 고급형 플랜(3년형)’은 의료비를 80%까지 보장하는 상품으로, 월 3만5280원(10% 할인가)을 내면 통원의료비 연 500만원, 입원의료비 연 500만원, 배상책임 1000만원(1년 한도)과 피부, 구강, 슬관절에 대한 의료비를 보장해준다.
그래픽=손민균
삼성화재의 ‘애니펫 고급형 플랜’도 구강, 피부, 슬개골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월 3만9350원(10% 할인)을 내면 수술비용 200만원(연 2회), 슬관절수술비용 100만원(1회), 입통원비 연 1000만원(1회 10만원), 배상책임 사고당 1000만원(1년), 반려동물 사망위로금 15만원을 보장한다.
DB손해보험의 ‘프로미반려동물보험 One형 플랜(1년형)’은 수술비 300만원, 입원치료비 30만원, 통원치료비 30만원, 슬관절 수술, 구강, 피부질환 치료비, 배상책임 500만원(1년), 사망위로금 15만원을 보장한다. 보험료는 일시납 34만6830원(10%할인가)다.
현재 펫보험 상품은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다. 가입 연령은 생후 91일~만 8세까지다. 시중 보험 상품은 대부분 갱신형(1~5년 주기)이다. 즉, 반려동물 나이가 많아지고 상품이 갱신되면서 보험료가 상승하는 구조다. 대부분 갱신 종료 나이는 만 20세로 설정돼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소형견과 대형견, 견종과 묘종에 따라 발병 비율이 높은 질환이 다르기 때문에, 반려동물 특성을 고려해 가입하려는 보험상품의 기본 보장 범위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고양이보험 상품은 방광염, 피부염, 신부전, 전염성 복막염 등 비뇨기계 질환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강아지보험은 슬개골, 고관절, 피부, 구강질환 등의 보장 여부가 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러 상품에 중복 가입해서는 안된다. 다수의 반려동물보험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제 손해액 내에서 비례 보상하기 때문이다. 보상 총액은 동일하다는 얘기다. 보험에 들었더라도 손실액(비용)의 일부는 가입자(반려동물 양육자)가 부담해야 한다. 자기부담금이 클수록, 보상비율과 지급한도가 작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은 커진다.
특히 가입 후 30일 이내에 발생한 질병, 치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양육자의 고의나 과실 등에 따른 비용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백신 접종, 정기검진, 목욕, 귀청소, 귀·꼬리 성형, 성대 제거 등 질병 예방 및 미용으로 발생한 비용, △출산, 중성화, △ 선천·유전질병, △한의학, 인도의학, 허브요법 등 대체의료에 따른 비용 등은 보장하지 않는다.
◇ 금융사들, 반려동물 적금·카드 앞다퉈 출시
은행·카드사 등 금융사들도 금융상품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쇼핑몰 연계 등 플랫폼 사업, 행사 등으로 ‘펫코노미(펫+이코노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반려행복적금’은 1년 최고 연 4.5%, 36개월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적립식 상품이다.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유기 고양이나 강아지를 입양하면 우대금리(연 1.5%P)를 준다. 제휴 서비스로 몰리스펫샵 6000원 할인쿠폰도 매달 제공한다. 월 저축 금액은 1만~50만원으로, 1인 최대 3계좌를 만들 수 있다.
하나은행 ‘펫사랑적금’의 1년 금리는 최고 연 2.3%로, 월 10만원부터 5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다. 가입 시 DB손해보험의 ‘프로미 반려동물 배상책임보험’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최근 은행 모델이 될 반려동물을 선정하는 ‘도전! 우리 펫모델’을 기획하기도 했다.
BNK부산은행의 ‘펫 적금’은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담은 펫 다이어리를 작성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1년 최고 금리는 연 3.6%다. 은행 측에 따르면 해다 상품 가입자는 여성이 74%, 남성 26%이고, 연령대 비중은 60대(25%), 50대(24%), 40대(14%), 30대(7%), 20대(5%)로 분석됐다.
1월 4일 서울 성북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반려동물을 진찰하고 있다. /뉴스1
펫보험의 가입제한이나 보장 조건을 살펴보고 혜택을 누리기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일부 금융 소비자들은 이런 적금 상품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말그대로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 동물을 위해 매월 저축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전용 카드로는 △기업은행 참! 좋은 내사랑 펫 카드(애완동물업종 이용 시 캐시백 할인 등), △NH농협카드 펫블리(동물병원·애완동물업종 이용시 포인트 7% 적립 등), △하나카드 펫사랑(동물병원 이용시 포인트 10% 적립 등), △삼성카드 아이디펫카드(동물병원 및 반려동물쇼핑몰 30% 결제일 할인 등) 등이 있다.
해외에서는 주인이 사망하거나 질병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주인에게 자금을 주는 펫신탁 상품도 생겨났다.
2023.02.10 06:00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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