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용병 집단만 30여개, 푸틴은 왜 용병을 키웠을까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 소속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의 한 건물 위에서 러시아 국기와 바그너 깃발을 흔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은 '군사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가 키운 민간 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은 그의 든든한 뒷배였다. 이 PMC는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족 노릇을 해왔다고 알려져 있는 집단이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PMC와의 관계를 부인한다.
프리고진은 10년 가까이 용병 집단을 키워 푸틴 대통령을 도왔다. 바그너 그룹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2014년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때다. 지난 1월 미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에 바그너 그룹 용병 약 5만 명이 존재한다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PMC를 활용해 지정학적, 군사적 열망을 채워왔다.
미국이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군사력을 철수하자 러시아는 이 공백을 채우려고 했다. 크렘린은 러시아 군대를 배치하는 대신 바그너 그룹과 같은 PMC가 이곳에서 사업을 벌이게끔 도왔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의 전략은 간단하다.
해외 통치자들에게 안보를 제공하는 것부터 보안군을 훈련하는 것까지, 모든 부분에 PMC를 활용해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고 모스크바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CSIS는 러시아의 PMC가 제3세계를 중심으로 곳곳에 퍼져있다고 봤다.
수단,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베네수엘라와 같은 라틴아메리카로 활동 범위는 점점 확대됐는데 CSIS가 추정한 러시아 PMC의 숫자는 약 30여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0년 초 발행한 보고서에 수록된 지도에 표시한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PMC)의 전 세계적 활동 현황. 러시아군 전문기관 등은 30여 개의 PMC가 아프리카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CSIS 캡처
◇'불법 소지' 충분해도 이득 더 컸다… 푸틴이 키워준 이유
러시아에서 바그너의 활동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간다.
러시아 헌법은 '모든 국방 및 안보 문제는 국가가 관할하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무장 조직의 설립 및 활동은 금지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연방보안국, 정보국 등 국가기관과 계약을 맺은 PMC도 있지만, 바그너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용병을 '자원봉사자'로 불렀다.
모호한 법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바그너가 성장한 건 푸틴 대통령의 암묵적 지원 덕분이다.
우선 푸틴 대통령으로선 군사적 이득이 확실했다.
△민간 용병은 위험한 현장에 부담없이 투입할 수 있다. 국가가 강제로 소집한 국민이 아니라, 자발적 의사에 따라 비즈니스 계약을 맺은 피고용인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비롯한 격전지엔 바그너 용병들이 배치됐다.
△정규군보다 병력 유지 비용이 싼 것도 장점이다. 인폼네이팜은 "용병들의 월 급여는 1,500~3,600달러(약 196만~470만 원) 정도"라며 "죽거나 다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전했다.
△용병의 사망·부상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도 이점이다. 러시아군은 바그너 용병이 사망해도 전사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공식 조직이 아니므로 용병이 저지르는 잔혹한 전쟁범죄에도 눈감을 수 있다. 바그너는 민간인 학살, 고문, 성폭행, 포로 살해 등 전쟁범죄 논란에 자주 휩싸인다.
사용자인 푸틴 대통령이 취한 외교적·경제적 이점도 컸다.
△PMC는 안보 취약국이나 내전국에서 요인의 경호를 담당하거나 분쟁에 직접 개입한다. 군사 교육과 정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 작전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에너지, 광물 등 각종 이권 사업도 PMC를 통해 따낸다. CSIS는 "PMC는 러시아가 개발도상국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짚었다.
◇30여개의 러시아 PMC 중 바그너그룹은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했다.
'푸틴의 쉐프'라고 불리던 프리고진의 존재가 있었고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쟁에 개입해 성과를 거두며 푸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바그너 그룹은 최전선에서 싸웠다.
▶2011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식당에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다진 프리고진은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을 창립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입지를 다졌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PMC를 키웠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PMC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키운 사냥개에 먹힐 뻔한 상황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미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바그너 그룹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PMC 전반의 힘을 빼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
2023.06.28 03:00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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