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hier Free〕 뉴욕엔 무인결제 스타벅스…런던엔 센서결제 상점
전 세계 곳곳에서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하는 유통업계에서도 기존 패러다임이 깨지고 비대면으로의 빠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유통기업들은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각종 무인매장을 확대해나고 있는 추세다.
◆무인점포 원조 ‘아마존 고’…이용고객 89% 만족
22일 업계에 따르면 무인점포의 원조는 미국 유통 공룡 아마존의 ‘아마존 고’다. 아마존 고는 지난 2016년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한 뒤 2018년 일반 고객들에게 오픈됐고,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약 3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아마존 고의 핵심 기술은 컴퓨터 비전과 센서 융합, 딥러닝 알고리즘이 결합된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이다. 말 그대로 고객이 매장에 들어갈 때 아마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신용카드를 한 차례 인식시키면 물건을 고른 뒤 그냥 나가도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다. 매장 내 카메라와 센서가 고객이 쇼핑한 물건을 파악해 자동으로 계산한다.
아마존 고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지난해 미국 여론조사 업체 피플세이가 3만명 이상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마존 고를 이용한 소비자의 89%가 ‘훌륭하다’ 또는 ‘좋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0%는 자신의 동네에 아마존 고 매장이 들어오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엔 무인결제 스타벅스…런던엔 센서결제 상점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아마존고와 협력해 뉴욕 맨해튼에 계산원이 없는 테이크아웃 매장을 열었다. 무인 결제 시스템인 저스트 워크아웃을 도입한 형태로, 음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들만 존재하며 계산원은 따로 없다.
유럽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알디 영국법인은 런던에 무인점포 ‘알디숍&고’를 열었다. QR코드를 사용해 입장하며 소비자 동작 및 선반 무게 감지 센서를 통해 제품을 구분하고 결제한다. 이스라엘의 유통업체 마크사네이 하숙은 이미지 인식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고성능 카메라로 고객이 카드에 담은 상품을 파악하고 결제까지 지원한다.
스타벅스가 지난 11월 18일 뉴욕 맨해튼에 무인결제시스템 매장을 오픈했다
◆中 알리바바 ‘타오카페’ 운영, 징둥닷컴, 네덜란드에 무인점포 ‘오차마’ 오픈
중국 테크기업들도 무인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2017년 무인편의점 ‘타오카페’를 오픈했고, 수산물·채소 등 신선식품 전문 무인 매장인 ‘허마센셩’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 2위 인터넷 쇼핑몰 징둥닷컴은 네덜란드 레이든과 로테르담에 무인점포 ‘오차마’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앱으로 식료품, 화장품 등 상품을 주문하면 매장에 배치된 로봇이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한다.
일본 편의점업체 패밀리마트는 2025년 2월말까지 인공지능(AI) 카메라, 선반의 중량 감지 센서 등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무인점포를 약 1000개 오픈할 계획이다.
올해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2’에서는 무인 계산대, 배송 드론이 화두가 됐다. 특히 인피닉이 선보인 무인계산대 ‘AI 카운터’가 CES 혁신상을 받았다. 그동안 개인용 전자제품들이 수상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로, 그만큼 무인점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는 5월31일부터 나흘간 독일에서 개최되는 국제 유통기술 전시회 ‘유로시스 2022’에서도 핵심 주제로 디지털 무인점포, 정보기반 고객 중심서비스, AI·머신러닝을 통한 데이터 분석, 비대면 결제, 온오프라인 판매 병행이 선정했다. 올해는 온라인·비대면 결제 시스템 기업 94개, 옴니채널·e커머스 기업 48개 등이 참여한다.
세계적으로 무인점포가 확산되면서 관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무인계산대 시장은 2016년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46억달러(약 5조2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라지는 마트 ‘캐셔’
이마트 매장 중 83%에 730여개 무인계산대 운영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국 점포의 약 83%인 115개 매장에서 730여대의 무인계산대를 운영 중이다. 2018년 1월 16대를 도입한 후 3년 만에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2017년 4월 양평점 개점을 시작으로 전국 113개 점포 중 58곳에서 590여대의 무인계산대를 활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전국 138개 점포 중 88곳에 390여대의 무인계산대를 도입했다.
◆변신하는 편의점=
편의점 변화 더 빨라… 이마트24 무인매장 1300개
편의점 업계의 변화 속도는 더 빠르다. GS25는 지난해 589개였던 무인매장이 지난달 기준 612개까지 늘어났다. 이중 하이브리드매장은 570개, 완전무인매장은 42개다. 올해 연말까지 200개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CU는 하이브리드 매장이 300개, 세븐일레븐은 190개, 이마트24는 1300개다. 각각 1개의 완전무인매장을 시범운영중이다.
완전무인매장은 생체 인식, QR코드, 라이다 카메라, 무게 감지 센서 등 기술들이 적용돼 상품을 골라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현재는 시범 운영 단계로 대부분 회사 사옥 등을 중심으로 폐쇄적 형태로 갖추고 있다.
GS25는 ‘셀프올데이’, CU의 ‘테크 프렌들리’, 세븐일레븐의 ‘DT 랩 스토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마트24는 지난해 9월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일반 고객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완전스마트매장을 오픈했다. 이 매장에선 직원 대신 AI 챗봇이 상품의 위치·프로모션 행사 등 안내를 해준다. 만약 이상 상황이 감지될 경우 1차적으로 안내 음성이 송출되고, 10초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관리자 및 관제 센터에 알림이 발송된다. 편의점들은 외부배달용 로봇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서초아이파크점에 도입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를 올해 3대로 늘리고, 근거리 배달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GS25는 배달 로봇 도입에 대한 사업성 테스트를 완료하고, 연내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알바 자리 넘보는 키오스크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스트 푸드점에선 계산원이 아닌 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신용카드로 결제까지 완료하는 방식이다.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키오스크에서 주방으로 전달된 메뉴를 조리하고 메뉴가 준비되면 계산할 때 부여된 번호로 고객을 호출한다.
맥도날드의 디지털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하는 사람들의 모습
롯데리아는 2014년부터 키오스크를 도입해 절반 이상 매장에 도입했고, KFC와 버거킹도 연내 모든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키오스크 도입 초반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현금 결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키오스크를 여러 대 설치해 대기 시간을 줄인 만큼, 주문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감안하더라도 점원 1~2명이 주문을 받는 경우 대비 시간도 짧게 소요된다.
키오스크 주문이 급속도로 확산된 배경은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건비 절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대부분인 패스트푸드점은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패스트푸드와 음식료 프랜차이즈업은 객단가가 높지 않은 만큼 비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 강서구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
이곳에는 인공지능(AI) 스마트 키오스크 12대가 설치돼 있다.
평일 오후 찾아간 극장 상영관 앞에서 관람객들은 AI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음성으로 영화표를 주문하고 있었다. 태블릿 PC 크기의 키오스크 화면을 터치하고 원하는 영화와 시간, 인원을 얘기하자 키오스크가 음성으로 답하면서 일처리를 했다.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에서는 음성을 통해 팝콘, 콜라 등 간식 구매까지 가능해 직원 숫자는 적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무인(無人)시대’를 앞당긴 대표 아이템은 키오스크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동안에도 키오스크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키오스크 기기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76억3000만달러(약 21조원)에서 2027년 339억9000만달러(약 4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키오스크 기술 성장세도 가파르다.
◆로봇이 조리·서빙·결제까지…속도 내는 외식업계=
최근 무인매장은 외식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무인외식매장은 주문·결제부터 식품 제조까지 모두 기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2019년 서빙로봇 렌탈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배달의민족은 현재 500여 개 매장에서 630여 대의 서빙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기기마다 하루 평균 6시간씩 월 2000여 건의 음식을 나른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2020년 햄버거 반자동 조리 시스템과 서빙 로봇을 도입했다.
빵과 고기 패티를 데우는 자동화 레일을 이용해 버거 제조 시간을 줄이고 서빙 로봇이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해준다. 롯데GRS는 지난해 무인매장 롯데리아 L7홍대점을 오픈했다. 키오스크 주문 후 로봇이 버거 제조를 담당하고 고객은 영수증 바코드로 제품을 직접 수령하는 식이다.
SPC의 배스킨라빈스도 지난해 말부터 무인매장 ‘플로우’를 운영 중이다. 플로우는 외관상으로는 일반 매장과 비슷하지만, 키오스크와 IoT 무인솔루션이 도입돼 제품 포장·결제 단계에서 직원이 상주할 필요가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음식 조리, 배달 등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네네치킨도 배달로봇 플랫폼 뉴빌리티와의 협업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 배달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발간한 ‘푸드테크 로봇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AI·빅데이터·IoT, 로봇 등과 음식이 결합한 푸드테크 시장은 오는 2025년 31억달러(약 3조77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연평균 12~14% 성장이 예상된다.
◆은행도 이제 無人化 시대?…"지점·ATM 줄고, 키오스크 늘어"
은행 지점과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사라지는 대신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 창구 업무의 80%를 수행할 수 있는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의 확산으로 은행들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결국 인력 구조조정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은행 지점은 2015년만 해도 6302개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686개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ATM 역시 같은 기간 4만5415개에서 3만7673개로 줄었다. 반면 2015년 처음 등장한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133대였던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는 올해 9월말 현재 224개로 68.4% 증가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30대에서 올해 9월 82대로 늘린 데 이어, 연말까지 계속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를 늘려갈 계획을 갖고 있다.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는 은행에 따라 '디지털 키오스크' 또는 'STM(Self-Teller Machine)'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 기기는 기존의 ATM과 달리 예ㆍ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ㆍ모바일뱅킹 가입, 소득공제 신청서 등 증명서 발급, 환전이나 해외송금 등 은행 창구 업무에서 해야 했던 일들의 상당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고객들은 은행지점을 찾는 대신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만으로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시아경제(www.asiae.co.kr)
2022.03.22 14:51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임춘한기자
2022.03.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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