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장마〕 `스콜성 물폭탄` 지구온난화·엘니뇨 때문
가랑비 내린다 했는데 장대비
수증기 다량 공급 해안가 집중
기상청도 국지성 예보 어려움
지난 7일 310㎜에 이어 16일 266.5㎜의 폭우가 부산 남구 대연동과 해운대 등 해안가에 쏟아지는 등 이번 장마가 '국지성 집중 호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엘니뇨 현상, 기온 상승,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지목되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중구 대청동 266.5㎜ ▷남구 대연동 282.5㎜ ▷해운대 260.5㎜ ▷수영만 235㎜ 등 해안가는 25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동래구와 금정구, 북구 등 내륙지역은 185~199㎜의 비가 내려 해안가와 150㎜ 이상 차이를 보이는 등 지난 7일 폭우 때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해안가 집중 호우'라는 전형적인 기상 패턴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기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부산기상청은 지난 7일 폭우 때처럼 이번에도 중국 쪽에서 5호 태풍이 소멸하면서 막대한 수증기가 남해안으로 유입, 장마전선과 결합해 단시간에 폭우가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증기 공급이라는 해안가 지역 자체가 가진 지형적 특성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오재호 교수는 "최근 빈번한 국지성 집중호우 현상은 지구온난화라는 전제 아래서 원인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최근 부산 해안가의 집중 호우 현상은 수증기가 다량 공급되는 등의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현상일 뿐 명확한 원인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산기상청도 강수량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장마 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기상청은 최근 두 차례나 예보를 뛰어넘는 폭우가 내린 것에 대해 국지성 호우의 특징인 '돌발 강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스콜성 호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태풍을 제외하고 장마 기간인 7월에 3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 것은 지난 7일이 처음이며, 하루 20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한 것도 1936년 이후 이날이 7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중구 대청동의 경우 이날 오전 8시30분께를 전후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시간당 90㎜의 비가 내리는 등 강수 최고조 시간도 오전 7시~9시 2시간 사이여서 예측이 어려웠다.
또 이번 장마에는 평년(1971~2000년) 장마철(6월 22일~7월 23일)의 평균 강수량 354.3㎜의 3배에 가까운 893.5㎜의 비가 내렸다. 기상 관측 이래 장마철인 7월에 하루 200㎜ 이상의 비가 내린 적은 ▷1912년 7월 17일(250.9㎜) ▷1914년 7월 10일(242.2㎜) ▷1936년 7월 15일(213.2㎜) 등 모두 세 차례지만 올 들어서만 두 차례나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정연앙 부산지방기상청장은 "최근의 돌발성 강수는 1시간~1시간30분 정도 앞서 예측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이나 일본 등도 마찬가지"라면서 "중국 쪽에서 수증기 유입이 증가하면서 강력한 비구름이 생성됐다는 것 말고는 이번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2009-07-16 21:57:30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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