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atur〕 펄벅 / 1938년 노벨문학상 수상, <대지>
본명 : 펄 사이든스트리커 벅(Pearl Sydenstricker Buck)
중국명 : 싸이진주(賽珍珠)
한국명 : 박진주(朴眞珠)
출생 : 1892년 6월 26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힐스보로
사망 : 1973년 3월 6일 미국 버몬트주 댄비
미국의 소설가. 장편 첫 작품 《동풍·서풍》을 비롯해 빈농으로부터 입신하여 대지주가 되는 왕룽을 중심으로 그 처와 아들들 일가의 역사를 그린 장편 《대지》 등이 대표 작품이다. 또 미국의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생후 3개월 때부터 미국 장로회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서 자랐다. 선교 활동에만 열중하고 가정에는 무신경한 아버지 때문에 외로운 유년시절을 지냈지만, 어릴 때부터 오랜 중국 생활은 벅이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하였다. 청 말기에는 제국주의 침략의 첨병 역할을 하는 선교사들과 외국인들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 있어서 물리적 테러도 빈번했는데, 펄 벅은 폭동이 일어나서 중국인들에게 목숨이 위협받게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며 동양인이 아닌 백인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자각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명백한 구분 없이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했다는 뜻이 된다.
그녀의 부모님은 미국인이었지만, 중국인 유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영어, 중국어를 함께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중국의 고전문학 삼국지, 수호전 등을 원서로 읽으며 자라났으며, 훗날 미국에서 이 소설들이 출판될 때 번역을 맡기도 했다. 1910년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1914년 랜돌프 매콘 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때 펄 벅의 미국 대학 생활은 처음으로 미국에서 살아보게 된 경험이었다고 한다. 미국에 있을 때도 지나치게 중국화된 성격과 사고방식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 관련〉
한국에도 여러 번 와서 정·재계 관계자 및 문학가들과 친분을 쌓았으며, 서울대학교 장왕록 교수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 대지 3부작의 초기 번역을 장교수가 맡았다.
이승만이 쓴 《일본 내막기》의 서평과 추천서를 남겼으며, 한국의 혼혈아를 소재로 한 소설 《새해》(1968년)를 집필하기도 했다.
또한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와의 교분도 있었는데, 후일 그녀의 작품에 '김일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고, 스스로 박진주(펄을 번역한 이름)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 쓰기도 하는 등 여러 점을 미루어 볼 때 한국에 대한 애착이 꽤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활발히 복지 사업을 벌였다. 부천에 있던 유한양행 소사 공장이 이사를 가자 유일한의 도움으로 그 부지를 매입, 1964년 한국펄벅재단 소사희망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1975년 문을 닫을 때까지 9년간 8번이나 소사희망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직접 씻기고 돌봤다.
‘대지’를 소유하려는 자와 누리는 자
펄 벅의 <대지>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펄 벅의 <대지>는 중국으로 이주한 작가의 견문을 토대로 중국인인 ‘왕룽’과 그 일가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왕룽의 결혼식 날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이 많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홀로 농사를 짓던 왕룽은 황부잣집 하녀인 오란을 아내로 맞는다. 그녀는 몸이 튼튼하고 네모난 얼굴에 알 수 없는 슬픔이 깃든 성실하고 우직한 여자였다. 왕룽은 오란과 결혼한 후 자신의 삶이 호강스럽다고 느낀다. 매 끼니마다 식사가 준비되어 있고, 집안에 땔감이 넘치며, 시키지 않아도 소에게 여물을 주고 농사일까지 돕는 오란 덕분에 집안이 깨끗하고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얼마 후 오란이 아들을 낳는데, 산파도 없이 혼자 아이를 낳고 다음 날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오란은 밭일을 하러 나간다. 왕룽은 그런 오란을 보며 만족스러워한다.
부지런한 오란 덕분에 살림이 점점 풍성해져 가던 중에 심각한 기근이 찾아오고, 왕룽의 가족은 굶주림에 시달리다 살길을 찾아 남방으로 떠난다. 남방은 돈만 있으면 풍족한 곳이었으나, 도시의 한편에는 거지들이 들끓고 있었다. 갈 곳이 없는 왕룽의 가족도 그들과 함께 움막에서 지낸다. 오란과 아이들은 구걸하고 왕룽은 인력거꾼이 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남방 땅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왕룽의 움막 근처에 있던 부잣집도 사람들에게 약탈을 당한다. 왕룽과 오란도 사람들과 함께 부잣집으로 밀려들어간다. 그곳에서 왕룽은 미처 도망치지 못한 주인에게서 은전 한 줌을 얻고, 오란은 부자들이 벽 뒤에 숨겨둔 보석 주머니를 찾아낸다. 그 덕에 왕룽의 가족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왕룽은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땅’만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오란이 남방에서 가져온 보석을 팔아 황부잣집의 땅을 조금씩 사들인다. 그 땅에서 왕룽과 오란은 열심히 일하고, 풍년이 계속된다. 남은 곡식을 판 돈으로 다시 땅을 사들여 토지가 날로 늘어나서 왕룽은 마침내 대지주가 된다.
여유가 생기자, 왕룽은 아내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예쁘지도 않고 명랑하지도 않다. 무명버선을 신은 큰 발도 밉게 보인다. 결국 왕룽은 시내 찻집을 드나들며 ‘롄화’라는 기생에게 푹 빠진다. 롄화를 위해 변발을 하고, 황부자가 신던 검은 벨벳 신을 사서 신는다. 오란이 가장 아끼던 진주 귀걸이마저 빼앗아 롄화에게 준다. 나중엔 큰돈을 들여 롄화를 첩으로 들인다. 그런 왕룽에게 오란은 서운한 마음을 비추지만 왕룽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지주가 되었음에도 늘 아끼고, 끊임없이 일만 하는 오란에게 싫증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자 롄화에 대한 왕룽의 애정도 식고, 그즈음 오란에게 병이 찾아온다. 왕룽은 미안한 마음에 뒤늦게서야 병든 오란을 극진히 간호하지만 오란은 결국 죽고 만다. 며칠 후, 그 충격으로 왕룽의 아버지마저 죽는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왕룽이 소유한 토지는 계속 늘어났고, 마침내 왕룽은 과거에 황부자가 살던 저택을 사들인다. 자신이 원하던 것들을 대부분 소유한 왕룽은 그의 눈을 아들들에게로 돌린다. 그는 맏아들을 학자로, 둘째를 상인으로, 셋째는 농부로 키우려고 하지만 아들들은 서로 다투고 가출하는 등 왕룽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왕룽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세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웠음을 직감하고, 자신들이 물려받을 땅을 서로 나누고 그 땅을 팔 계획을 세운다. 왕룽은 죽는 순간까지도 아들들에게 땅을 팔아선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지만, 아들들은 왕룽의 머리 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펄 벅의 <대지>는 장편 소설이지만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다. 나 또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가난한 농부인 왕룽이 땅을 넓혀가면서 대지주가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왕룽과 오란이 가난하게 살 때 성실히 일하며 땅을 생명처럼 여기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고, 이후에 땅에 대한 가치를 잃고 방황하는 왕룽의 모습은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왕룽과 오란의 삶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대지>는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 작가 펄 벅이 1931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아들들>, <분열한 집>과 함께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있다. 인간의 삶과 숙명적 굴레를 리얼리즘 서사로 표현하였으며, 노벨상과 동시에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데일리투머로우
2021.04.12 16:59
심문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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