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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eratur〕 노벨상 시상식 참관기

Paul Ahn 2024. 10. 11. 09:37

노벨상 시상식 참관기

(snu.ac.kr)

 

수년전의 일이다. 필자는 스웨덴과학한림원장으로부터 그해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물론 부부가 동행할 것을 요청하는 정중한 초청이었다.

 

노벨상 시상식 참관기 -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한인규교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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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상식 이틀 전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도착하여 먼저 행사장에 입고 들어갈 연미복을 대여하고 내 몸에 맞도록 손질하는 일을 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노벨상 시상식은 12 10일경 오후 4 30분에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거행된다. 이 무렵 북구의 낮 시간은 연중 가장 짧다. 아침 10시경에 해가 뜨고 오후 3시면 어두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오후 4시경에 노벨상 시상식장에 참석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벌써 캄캄한 초저녁이었다.

 

필자 내외는 4 10분에 식장에 도착하였는데 이미 콘서트홀의 단상, 단하 및 발코니는 1,300여 명의 참가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모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였는데 현지에서 들은 얘기로는 시상식 참석이 확정된 다음에 만일 부인이 작고하게 되면 그 사람은 딸이라도 동반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상에는 수상자, 심사위원, 행사진행요원 및 왕과 왕의 가족들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정각 4 30, 왕과 왕의 가족들이 입장하자 팡파레가 울리면서 시상식은 무언사회로 시작된다.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필자의 눈에는 왕의 입장이 무방송으로 너무나도 조용하게 이루어진 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스웨덴 왕은 축사 한마디 없이 단지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었다.

 

먼저 노벨재단 이사장인 S교수가 개회사를 짧게 말한다.  

 

참으로 인상적인 것은 장면이 바뀌고 각각의 수상자가 등단할 때마다 박수와 팡파레가 힘차게 울려 퍼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가운데 막간으로 2~3분 가량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계속적으로 있었다. 이렇게 해서 시상식은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이렇게 해서 노벨상 시상식은 오후 6시에 모든 시상행사를 마치고 스웨덴 왕이 퇴장함으로써 제1장의 막을 내렸다.

 

6 30분에 버스 편으로 참가자 일동은 남자의 경우 연미복을 입은 채, 여자도 야회복을 입고 스웨덴 시청에 마련된 만찬장으로 이동하였다.

 

이 만찬도 7시 정각에 스웨덴 왕이 입장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윽고 왕이 짧은 두 마디의 건배사를 마치고 참석자 일동과 함께 축배를 들었다. 특기할 사항은 1,300명의 신사숙녀에게 네 가지 술과 여섯 종류의 음식물, 두 가지 후식을 서빙하기 위하여 전국 각 대학에서 선발된 200명의 남녀 학생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는 점이다.

 

주최 측의 말에 따르면 너무 많은 대학생들이 지원하여 올해도 시험을 거쳐 엄선한 다음 일정한 훈련을 거쳐 오늘 이 행사에서 음식 나르는 봉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구 사람들은 저녁을 그렇게 오랫동안 먹는 것인지, 네 시간 가까이 식사하는 일이 진행되었다.

 

그 동안 간간이 음악이 연주되고 다른 공연도 있었지만 특히 식사를 하는 도중에 스웨덴 모든 대학의 교기가 차례로 입장하여 행사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옆 사람의 설명에 따르면 인구 850만 명의 스웨덴에는 종합대학교가 6, 단과대학은 25개뿐이라는 것이었다.

 

축하만찬은 밤 11시가 되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때부터 우리는 금으로 벽을 장식했다는 2층 무도장으로 옮겨갔다. 거기서 선남선녀가 춤을 즐기게 되었고 밤 12시경에 이 날의 스웨덴의 국가적 행사인 노벨상 시상식이 모두 끝난 것이다.

 

올림픽게임에서 금메달을 하나 따도 국민의 사기가 크게 높아지거든 하물며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한사람이라도 나오면 우리 국민들의 성취감과 자긍심이 얼마나 높아질 것인가?

 

그때 우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내외가 이 행사에 초청을 받은 것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는 더 자주, 더 많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초청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08. 12. 2).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 한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