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託〕 “불효자에겐 유산 없다”… 요즘 뜨는 신탁 200% 활용법
금융사와 계약하고 내 맘대로 상속·증여
보험금 상속 신탁도 이달 개시
유언장보다 법적 효력 덜 까다로워
유류분 넘은 신탁 계약은 법적 분쟁 주의
신탁을 그대로 풀이하면 믿고(信·믿을 신) 맡긴다(託·부탁할 탁)는 뜻이다. 법률적으로는 ‘일정한 목적에 따라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남에게 맡기는 일’로 정의한다. 고객이 금융사 등 신탁업자에 재산을 맡기고, 신탁업자는 그 재산을 계약에서 정한 방법에 의해 관리 또는 처분하며, 운용상 발생한 수익은 계약에서 정한 수익자에게 주는 구조다.
신탁이란 용어를 평소에 잘 쓰지 않고, 신탁 서비스 구조도 다소 복잡해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가족 간 상속 재산 분쟁을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엔 평범한 중산층 가정까지 이용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증여 관련 신탁 서비스의 종류와 활용법을 알아본다.
◇ 유언보다 쉬운 은행권 유언대용신탁 인기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융사(수탁사)와 계약을 맺고 재산을 맡긴 후 배우자, 자녀 등 수익자·상속인에게 배분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금융사에 현금·유가증권·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기고 살아있을 때는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이후 미리 계약한 대로 자산을 상속·배분할 수 있다. 신탁 계약의 기준 없이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있다.
예컨대 부모가 금융사와 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자녀가 부양 의무를 다했을 때 재산을 증여·상속하는 조건을 걸 수 있다. 자녀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신탁 계약을 해지하고 증여·상속을 중단하면 된다.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재산을 상속한다면 금융사가 재산을 관리하면서 운용 수익을 지급하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남은 재산을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유언대용신탁과 유언공증의 차이점.
유언장을 남기면 되는데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유언은 사후 자신의 재산이 한꺼번에 넘어가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상속할 수 있고, 자산의 처분도 제한할 수 있다.
또 법적 효력도 유언장보다 유언대용신탁이 덜 까다롭다. 대표적인 유언 방식인 공정증서는 유언자와 증인 2명이 참석해 공증인이 제대로 유언을 받아 적었는지 승인하고 서명해야 한다. 자필 유언장은 증인이 필요하지 않지만, 본인이 직접 자필로 작성하고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해 날인을 하면 된다. 정확한 형식을 갖추고 생전 의사 표현이 명확한 때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판명돼야 법적인 효력을 지닌다.
반면 신탁 상품은 피상속인과 은행이 계약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편리하다. 계약한 대로 상속·증여를 집행하기 때문에 법정 분쟁에 휘말릴 여지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이런 장점 덕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수탁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52.4%의 증가세를 보였다.
◇신탁을 활용한 증여·상속은 언제부터 준비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50대에 접어들면 자산 분배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서 60대 초반에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신탁 계약에 주의할 점도 있다. 신탁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유류분은 지켜야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특정 상속인이 보장받는 일정 비율의 상속재산을 말한다. 그동안 재판에선 유언대용신탁 재산이 유류분 반환 대상인지를 두고 판결이 엇갈렸지만, 최근엔 유언대용신탁 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는 쪽이 힘을 받고 있다. 가족이 여러 명 있는 피상속인이 가족 한 명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로 신탁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소송을 걸면 다른 상속인들이 유류분만큼 상속 재산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24.11.22. 06:00
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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