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여름철 대표 별식, 콩국수
진하게 내린 콩 물에 가는 국수를 말아놓고 오이를 얹어먹는 콩국수는 여름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콩국수는 유난히 계절을 탄다. 정식 메뉴판에 있기보다는 임시로 붙였다 떼어내는 경우가 많지만 여름만큼은 고객의 발길을 끄는 힘이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믹서에 콩을 갈고 그 훨씬 전에는 천천히 맷돌을 돌렸을 우리 모친들의 여름철 대표 국수, 콩국수다.
늘 집에서 해먹던 소소한 음식, 지금은 식당서 맛봐
콩은 외관상으로 흠집이 없고 반질반질하며 동그란 콩인지를 미리 산지에서 확인한 후 구입한다. 이번 여름은 강원도 철원군 사창리에서 받아 왔다. 그곳 땅은 물이 잘 빠지고 일교차가 커서 콩 농사가 잘되기로 유명하다. 보내오는 콩은 보통 5말에서 6말 정도다.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수확해 탈곡한 메주콩이 오면 다음날 쓸 만큼만 밤새 맑은 물에 불린다. 큰솥에 물을 팔팔 끓여 메주콩을 삶는다. 너무 설 익혀도 안 되고, 너무 푹 익히면 메주냄새가 날수도 있다.
솥에서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주걱으로 젓는다. 푸르르 끓어올라오는 고소한 콩 익는 냄새가 날 찰나 재빨리 찬물에 헹군다. 찬물에 계속해서 씻어내면 콩 껍질은 저절로 벗겨진다. 콩 삶는 시간은 온전히 ‘감’이다. 비린내는 감추고 고소함을 내세운 콩 냄새, 그것이 진짜다.
콩을 가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다. 이전에는 모친 혼자 주방에서 다 해내었을 일이었지만, 지금은 식구들이 나누어 분담하지 않으면 손님을 감당하기 힘들다. 아버지는 기계식 맷돌 앞에서 지키고 서서 물을 부으며 콩국의 농도를 조절한다.
신안산 굵은 소금을 조금씩 넣어 메주콩을 부드럽고 진하게 갈아낸다. 콩국물은 차게 식힌 다음 개시한다. 콩을 받아 밤새 불리는 것부터 꼬박 12시간이 지나야만 걸쭉하고 고소함이 담긴 콩국수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12시간 동안 만든 고소한 콩국에 시원한 국수 말아
우리나라는 콩의 기원지이다. 예부터 쌀농사 못지않게 콩을 중요하게 여겨, 장을 담그는데 활용해왔다. 콩은 특히 여름철, 고기가 귀했던 서민들의 단백질 보충 구실을 톡톡히 해주었다. 콩을 사용한 대표적인 음식인 콩국수는 무더운 여름을 나게 해주었다.
방신영 선생 (1890~1977)의 「조선요리제법」이라는 조리서에 ‘콩국수’라는 단어가 나오고, 그 이전에는 ‘콩물’ 또는 ‘콩국’으로 기록이 남아있다. 아직도 지방에서는 콩국수를 콩물이라고 부른다.
콩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일상의 음식이었을 것이다. 농사지은 콩으로 콩나물을 기르고, 콩을 털어 장을 만들고, 두부를 만들어 굶주림을 해결하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었을 것이다. 여름이면 국수를 말아먹으며 더위를 이기게 해주었다. 차갑게 식힌 콩물과 찬 성질을 지닌 밀가루 면과 만난 시원한 콩국수는 1960년대 이후 분식장려운동과 맞물려 집에서 별식으로 해먹는 여름철 음식이 되었다.
농사지어 끼니를 해결하던 농업사회에서 산업화시대로 바뀌면서, 더위가 시작되면 집집마다 콩물을 준비해두었던 풍경을 접하는 일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식당을 찾는다. 단순한 콩국수가 아니라 그 시절을 맛보러 가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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