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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례헌(嘉禮軒) / 국악 하우스 콘서트

Paul Ahn 2019. 1. 31. 14:49

★가례헌(嘉禮軒) / 국악 하우스 콘서트

http://cafe.daum.net/gareheon

 

 

'국내 유일의 국악 하우스 콘서트' 신당동 가례헌

http://v.media.daum.net/v/20060921155611612?f=o

 

벗님네들, 이 자리가 무엇이냐 공연도 공짜 식사도 공짜…

국악 사랑방이로구나!

 

지하철 5호선 청구역 앞 사거리에서 동대문운동장쪽으로 난 이면도로를 100m남짓 올랐을까. 한 집 걸러 점집에, 네모난 건물 마다 동대문패션타운의 영세 상인들에게 밥줄을 대는 하청공장이 들어앉은 허름한 거리. 희미한 공업용 미싱소리가 귀에 익을 때쯤, 공장벽에 붙은 하얀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오는데 내용이 희한하다. '민속예술관 가례헌, 목요 예술의 밤'이란다. 이런 곳에 민속예술관이라고?

 

"와, 좋다" "속이 시원~하네!"

 

지난 14일 오후 8시 가례헌의 23회째 정기공연에는 30~50대 남녀 관객 40명 남짓이 멍석에 앉아 신명을 냈다. 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 회원 임영미씨의 큰북 연주에 엉덩이를 들썩이고 김상현씨의 대금산조에는 넋을 놓았다. 보존회 이사장이자 가례헌 지킴이인 소리꾼 박정욱씨는 서도소리와 판소리, 서편제 동편제를 고루 들려주면서 즉석에서 각각의 창법에 대한 짧지만 해학 넘치는 즉석강의를 펼쳤다.

 

"아이고 아버지~, 날 볼 날이 몇 날이요"하며 '심청가' 한 대목이 울릴 때는 숨죽이던 분위기가 "저 건너 딱따구리는 없는 구녕도 뚫는데, 우리집 요 못난둥이는 있는 구녕도 못뚫네"라며 '아리랑'의 성인버전(!)을 할 때는 폭소가 터진다. 서편 동편으로 나뉘어 소리대결을 벌이던 한 여성관객은 한껏 흥이 올라 박씨가 "목도 축여야 할건디 그 진주목걸이 팝시다" 하니 넙죽 "네"하며 받는다. 이날은 박씨와 15년 지기라는 인기 성우 성병숙씨가 시낭송을 하기도 했다.

 

국악애호가들에게 조차 생소한 이름이지만 가례헌은 벌써 23회째 정기 하우스콘서트를 열었다. 2001년 지금의 건물 맞은편에 처음 현판을 달았고 2003년 공연규모가 커지고 소장품이 많아지면서 120평 공간의 지금 공장건물로 확장 이전했으니 햇수로 5년째. 음악가가 자신의 집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하우스콘서트는 클래식분야에서는 이제 낯설지 않은 공연양식이 됐지만 민속예술 쪽에서, 그것도 상설무대로 하우스콘서트를 여는 곳은 아직까지도 이곳이 유일하다.

 

가례헌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이곳이 단순한 공연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조들의 생활양식을 직접 체험하고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가례헌의 목표다. 박씨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 먹어야 하고, 먹고나면 좋은 것도 봐야 하니 각종 민속공예품과 예술장인들의 유품을 전시하고, 그러다 보면 예쁜 그릇에 향기로운 차도 마셔보고, 하는 식으로 가례헌의 사명이 점점 확대돼왔다"고 설명한다. '소리만이 아닌 전통과 민속의 모든 생활풍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공간'을 통해 전통예술을 알고 제대로 즐기는 인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박씨의 바람이다.

 

 

 

가례헌에서는 관람료는 물론 저녁식사도 무료다. 칠순이 넘은 박씨의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내는 시절음식들이 보기만 해도 소박한 정취가 물씬한 개다리 소반에 받쳐 나온다. 적당히 배를 불리운 사람은 한쪽에 마련된 다례장에서 녹차나 화차를 마신다. 가끔 신명이 더하는 날이면 공연이 파한 뒤 즉석 막걸리 판을 벌인다.

 

가례헌이 소장하고 있는 전통 목가구와 생활공예품들을 둘러보는 것은 옛사람들의 생활풍속을 엿볼 수 있는 큰 즐거움이다. 가례헌은 박씨의 소리 스승인 고 김정연(1913-1987) 서도소리 예능보유자의 유품 30여점을 비롯 평양 기성권번 기녀들의 각종 유품을 1,000여점 이상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정연 선생은 평양 기성권번 출신의 기녀였다.

 

워낙 유품이 많다보니 한번은 기녀들이 쓰던 양금 가야금 등 악기위주로, 한번은 비녀나 화관 등 장신구 위주로 전시한다. 우리 생활사나 선조들의 예술감성을 더 알아보자는 뜻에서 가끔은 외부 수집가나 미술관 등에서 공예품들을 빌려와 전시하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해주청화백자가 전시됐다.

 

남편과 함께 이날 처음 공연을 봤다는 오정숙(48ㆍ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끼가 살아난 느낌"이라며 눈을 빛냈다.

 

지난 5월부터 참가, 공연때 마다 지인을 한둘씩 데려와 소개할 정도로 가례헌 애호가가 된 한울별(28ㆍ가명ㆍ학원강사)씨는 "관람료도 없고 식사와 차도 무료라 일단 부담이 없다"면서 "형식적이고 경직된 분위기 없이 친구집에 놀러온 것 처럼 자연스럽게 민속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공연 뒤에 전통차를 마시며 객인지 주인인지 모르게 한담을 나누던 관객들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삼삼오오 현관을 나섰다. 밖은 희미한 형광등 아래 야근자들이 돌리는 미싱소리로 여전히 웅웅 거렸고 시멘트로 대충 발라놓은 층계참은 더 좁고 깊어 보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꿈으로 난 길을 잊지 않은 듯했다.

 

한국아이닷컴

2006.09.21.

이성희기자 summ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