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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마케팅〕불황에 지친 소비자도 지갑 여는 '가족 마케팅'

Paul Ahn 2013. 6. 3. 08:46

〔가족마케팅〕불황에 지친 소비자도 지갑 여는 '가족 마케팅'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02/2013060202356.html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불황(不況)은 기업 마케팅 담당자에겐 재앙과도 같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기업으로선 어떻게든 사람 마음을 움직여 지갑을 열게 만드는 갖가지 마케팅 기법을 동원한다.

최근 광고 업계는 '가족'에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LTE 음성 무한자유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광고 소재로 삼았다. 택배 기사로 일하는 아빠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다 간신히 연결된 어린 딸, 장애를 가진 자녀 곁을 지키면서 전화로 재택근무를 하는 어머니. 휴대전화를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라 아이와 가정을 지키는 끈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블로그에는 "가슴이 찡했다" "감동적이다"라는 평이 달렸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 광고도 비슷하다. 사진을 찍을 때 주변 소리까지 함께 저장하는 '사운드 앤 샷(Sound and Shot)' 기능을 알리기 위해, 배낭여행을 떠나는 아들과 어머니를 등장시켰다. "걱정되니 사진을 많이 찍어 보내라"는 어머니의 정(情)을 담았다.


불황기에 가족 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광고가 늘고 있다. (위부터) 귀여운 손주가 집 안을 어질러놓는 통에 힘들어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박카스 광고, 어린 딸이 택배 기사인 아빠에게 전화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LG유플러스 광고, 배낭여행을 떠나는 아들과 어머니의 정을 소재로 한 삼성전자의‘갤럭시S4’광고. /각 사 제공

 

"불황기엔 역시 가족"

가족을 강조하는 광고 기법이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불황기를 거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제일기획 정유석 팀장은 "불황으로 불안이 커졌기 때문에 편안함을 주고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는 소재인 '가족'이 계속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은 불황기 기업 마케팅 전략인 '불황 5계(五戒)'를 선정하면서, 그중 하나로 '가족 중시'를 꼽았다. 불황기에는 개인소득이 줄어들고, 직업 안정성이 흔들리고, 집단적인 동요 심리가 나타난다. 그렇게 힘들수록 가족에게 의지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가족을 위한 소비가 증가하고, 자녀 교육비만은 끝까지 유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가족은 위기에도 최후의 보루이자 불안에 대한 방어벽이란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출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면 불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동원F&B는 지금껏 '동원참치'를 광고하면서, 등 푸른 생선에 많은 DHA 같은 참치 영양소를 핵심 메시지로 삼아왔다. 하지만 최근 광고엔 참치를 소재로 한 가족의 일상을 담았다. 회사 일로 늦게 퇴근하는 엄마를 위해 참치 김밥을 만든 어린 남매, 감기에 걸린 아내를 위해 서툴게 참치죽을 끓인 남편이 주인공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의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치유해줄 수 있는 진정한 건강식품이란 의미에서 감성적인 접근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극에 지친 소비자를 위한 힐링"

가족을 강조하는 것은, 자극적인 광고 홍수에 지친 소비자를 달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소재, 시선을 끄는 현란한 영상과 중독성 있는 음악, 화려한 아이돌 스타가 대세(大勢)일 때, 오히려 담백한 영상과 메시지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 업계에선 이를 'MSG(인공조미료) 안 친 광고'라고 부른다.

이온 음료 포카리스웨트의 광고는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 이미지와 깨끗한 흰색의 청량한 조화로 유명하다. 자극적인 요소는 일체 배제했다. 최근 박카스 광고는 집에 놀러 온 손주들 때문에 반갑지만 힘들어하는 할아버지·할머니의 모습을 담았다. 보고 나면 슬며시 웃음을 짓게 된다. 노후 대비가 얼마나 어려운지 과장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식의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S애드 정혜주 책임연구원은 "불황기 소비자들은 지금 내가 누리는 삶보다 더 추락할지 모른다는 일명 '자이로드롭 증후군'에 노출돼 있다"며 "이런 시기엔 소비자 불안을 일부러 자극하기보다는 마음의 위안과 위로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