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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야채가게 / 안양중앙시장

Paul Ahn 2019. 4. 5. 08:48

★할아버지 야채가게 / 안양중앙시장

http://www.sijang.or.kr/market/success/success100View.do

 

안양중앙시장(Anyang Central Market) / 안양 1926 

 

싸고 좋은 상품이 최고의 경쟁력

 

 

 

새벽 3시에 맞춰 놓은 알람시계가 어김없이 울리면 안양중앙시장에 위치한 할아버지야채의 유정치 사장은 잠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서울 가락동행 택시에 몸을 싣는다. 그날 가게에서 팔 각종 야채와 생선을 사러 새벽시장으로 달려가는 길이다.

 

유 사장은 이런 새벽시장 나들이를 지난 25년 동안 추석과 설날 각각 3일을 빼고 1년 365일 단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나이 마흔에 시작한 시장 노점상

 

그는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장사꾼이 아니다. 나이 마흔에 거의 무일푼으로 노점을 시작해 지금의 가게를 일구기까지 그가 살아온 인생은 ‘책으로 몇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란다.

 

원래 유 씨는 충북 영동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였다. 서울로 유학해 고등학교를 다닐 정도로 제법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급격히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만 더했다. 비료, 농약값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결국 농사를 짓는 일은 포기해야 했다.

 

도시로 무작정 올라왔지만, 도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공사판 노동일이나 공장 허드렛일처럼 몸으로 때우는 일밖에 없었다. 공사 현장과 공장 인부를 전전하다 빈주먹으로 고향에 내려가는 일만 10년 가까이 되풀이했다. 결국 전답을 정리해 가지고 있던 종자돈마저 바닥이 나기에 이르렀다.

 

수중에 딱 100만원만 가지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가게가 있는 안양중앙시장으로 왔을 때 그의 나이 마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그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다.

 

신설 시장이긴 했지만 장사가 잘되는 곳은 상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시장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 노점을 열었다.

 

시골에서 고생하던 아내와 아이들도 안양으로 불러 올렸다. 혼자서는 도저히 장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아내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단속에 쫓기고 비바람, 눈보라가 불어도 부부는 두 아이와 살아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하루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중앙시장 내 명물가게로 자리 잡다

 

1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노점을 하면서 유 씨의 노점은 중앙시장에서 ‘할아버지가게’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고된 농사일과 이후 10년간의 고생으로 실제 나이보다 겉늙어 보이는 그를 손님들은 ‘할아버지’라 부르기 시작했고, 마땅히 상호도 없는 그의 노점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할아버지가게’라고 불렀던 것.

 

손이 커서 다른 가게보다 더 많이, 더 싸게 주는 가게라는 인식이 시장 손님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유 씨 내외의 노점은 중앙시장 내 명물가게로 자리를 잡아갔다.

 

7평 남짓한 할아버지야채 가게의 일일 평균 매상은 300만원이 넘는다. 가게를 반으로 나눠 한쪽에서는 야채를, 한쪽에서는 생선을 판다. 야채와 생선을 함께 취급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신선한 야채를 찾는 수요가 많고, 김장철 이후인 겨울에는 야채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생선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매일 오후 5시, 가격이 변한다

 

종업원들은 모두 상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각각 생선과 야채를 나누어 장사를 한다. 할아버지야채 가게만의 영업 비결은 ‘모름지기 시장 안 가게는 떠들썩해야 한다’는 것. 11명의 종업원들은 쉴 새 없이 생선과 야채의 가격을 부르며 손님을 끌고, 흥정을 한다. 이는 유 씨의 오랜 장사 경험에서 나온 비법이다.

 

할아버지야채 가게의 일부 품목은 오후 5시경이면 가격이 변한다. 대부분 품목이 30% 가량 할인에 돌입하는 것. 물론 할인을 하지 않은 품목도 시장 내 다른 점포나 주변 대형마트의 식품 코너보다 싸지만 5시부터는 더 싸게 판매하고 있다.

 

 

종업원을 식구처럼 대하고 믿어라

 

한때 17명의 직원을 두기도 했을 정도로 그는 사람 욕심이 많다. 아니,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유 씨는 누군가 야채, 생선가게의 운영 노하우를 물어오면 물건 구입하는 요령부터 가격 설정, 재고관리 방법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모두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도 10년 후쯤에는 종업원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직원들에 대한 이런 믿음은 고스란히 가게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가게 안으로 들어간 유 씨는 오려낸 종이박스에 유성 펜으로 일일이 품목과 가격을 적기 시작했다. 바로 할아버지야채 가게만의 독특한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할인 가격을 적는 일이었다. 물품 진열대에는 이전보다 갑절은 많아 보이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사람들 사는 모양새가 아무리 달라져도, 품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찾는 고객들의 눈만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할아버지야채 가게에서 그대로 증명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