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양판점 시장동향
◇미•일•EU 1위 가전 전문점, 중국에서 격돌
중국 유통시장에서 유일하게 로컬 기업이 앞서는 부문이 바로 가전 소매업이다. 궈메이(Gome)와 쑤닝(Suning) 등 현지 업체들이 가전 유통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각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가전 전문점들이 최근 로컬 기업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가전 시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내수 지향정책으로 최근 몇 년 간 연평균 9%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가전 소매시장 규모가 1조 위안(17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시장에 먼저 발을 내딘 베스트바이(Best Buy) 외에 일본과 유럽의 가전 전문점들도 잠재력 높은 매력적인 시장에 속속 진출함에 따라 전체 시장파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에 가전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로컬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공략이 거세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야마다전기, 베스트바이와 반대전략으로 승부
최근 중국 가전 유통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 12월 10일 일본 최대 가전 전문점인 야마다전기(山田電機)가 중국 선양에 해외 1호점을 선보인 것이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대만 폭스콘(富士康)과 합작한 EU 최대 가전 전문점 메디아마크트(Media Markt)가 상해에 진출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해외 첫 진출국으로 중국을 택한 베스트바이까지 합치면 미국, 유럽, 일본의 대표 가전 유통업체들이 중국에서 자존심을 걸고 격돌하게 된 셈이다.
@베스트바이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베스트바이는 현재 16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 6년간 신규 출점 수는 7개에 불과해 최근 성적은 초라하다. 그러나 베스트바이는 2009년 우싱전기(五星電器)의 잔여 지분 49%를 전량 매입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을 다시 선언했다. 우싱전기를 100% 지배하게 된 베스트바이는 단숨에 중국 내 3대 가전 양판점으로 떠올랐다. 매장 수로 따지면 1, 2위 업체와 아직 많은 차이가 있지만, 베스트바이가 최근 세계 최대 가전 전문점의 명예를 걸고 신규점 확장 계획을 밝힌 만큼 중국 가전 양판점 시장을 어떻게 뒤흔들지 기대되고 있다.
@야마다전기
야마다전기 경우 올 6월 천진에 중국 2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며, 일단 5개점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일본 내에서 2,457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2조 엔 매출을 올린 야마다전기는 매장 수나 매출액 면에 있어 궈메이나 쑤닝보다 한수 위의 실력을 갖고 있어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야마다전기가 기존의 중국 로컬 기업들과 다른 점은 가전뿐 아니라 화장품, 완구, 일용잡화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며, 6층 규모의 매장에 드링크바와 놀이방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야마다전기는 베스트바이가 중국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가 현지화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베스트바이만의 특색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향후 자사만의 경영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아마크트
한편, 최근 상해 중심가에 중국 1호점을 개점한 메디아마크트는 내년까지 10~12개점을 추가 출점하고, 2013년에는 중국 전역에 100개점을 확보해 전체 가전 시장 매출의 10%를 점유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베스트바이가 2006년 말 1호점 개점 후 2호점을 선보이기까지 2년이라는 간격이 있던 것에 반해 메디아마크트는 2호점 출점까지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시작부터 베스트바이와 달리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폭스콘의 테리 고 CEO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전문점인 메디아마크트와의 협력으로 중국 가전 소매시장의 지형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쑤닝 활약에 글로벌 기업 수난시대
중국 민영 기업의 대표주자인 궈메이와 쑤닝도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쑤닝
특히 최근 주가조작 및 뇌물공여 등 일련의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는 궈메이를 제치고 2009년 중국 최대 가전 전문점으로 등극한 쑤닝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쑤닝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이미 ‘20년 개발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 무리가 없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쑤닝은 베스트바이가 2006년 중국에 진출하고 우싱전기를 인수했을 당시에도 베스트바이는 5년이 지나도 자사의 경쟁사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이러한 자신감을 입증하듯 쑤닝은 2010년 한해에만 무려 400여 개의 신규점을 출점했다. 이뿐 아니라 2009년 일본 라옥스(LAOX)에 이어 지난해 홍콩 시티콜(City Call)을 연달아 인수하며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전 유통시장의 선두기업인 쑤닝의 중국 내 점유율은 10% 정도다. 특히 대부분 매장들이 도심에 집중돼 있어 향후에는 지방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인수합병 등의 방식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선두자리에 올랐다. 실제로 대형마트 부문에서는 까르푸(Carrefour)와 월마트(Wal-Mart)가, 홈인테리어용품 전문점에서는 비앤큐(B&Q) 같은 외자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가전 유통시장만은 그 반대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향후 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중국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궈메이가 지난해 쑤닝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북미 가전시장의 판도가 일대 혁신을 맞은 상황에서 더 많은 외자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도전하며 자국 내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의 잇따른 진출 이후에도 쑤닝 등 로컬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외자기업들이 중국에서 또 다른 세력을 만들 것인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리테일매거진
2011년 3월호 해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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