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il Issue/•Hidden Champion

★후지필름 / 4분면 분석법, 머슬 인텔리전스(근육 지능)

Paul Ahn 2014. 9. 25. 13:03

후지필름 / 4분면 분석법 '머슬 인텔리전스(muscle intelligence·근육 지능)'

http://cafe.daum.net/interecono/JMfp/14942?q=%C8%C4%C1%F6%C7%CA%B8%A7%204%BA%D0%B8%E9&re=1

 

"막다른 골목 몰렸을 때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후지필름 대역전 이끈 고모리 회장

 

"위기 극복, 머리로만 하는 게 아냐야성적인 직감·현명함으로 이뤄진 '머슬 인텔리전스'(muscle intelligence·근육 지능) 키워야""끝났다고 생각한 때 으로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것, 그게 진짜 노력"

 

후지필름 살린 4분면 분석법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숨겨진 자산 찾아 4개 영역으로 나누고 주력 제품군 선정부족한 기술은 M&A 통해 메우고 기존 노하우와 시너지 내도록 온 힘

 

위기 상황시 리더의 덕목 네 가지읽기: 기업이 처한 상황 파악·미래 예측구상: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작전전달: 위기극복 의지 조직 곳곳에 전파실행: 결단했어도 실행 안 하면 의미

 

"제 인생에 산뜻한 승리란 없었습니다.

최후까지 진흙탕에서 굴러가며 발버둥치면서 전력을 다한 뒤에야 겨우 성취한 것이 대부분이었지요."

 

 

 

일본 기업의 부활을 상징하는 후지필름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75) 회장 겸 CEO는 도쿄 롯폰기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모리 회장은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후지필름의 대역전 스토리를 이끌어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이제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그가 사장에 취임한 2000년 후지필름은 절정이었다. 주력 사업이던 사진 필름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경쟁자인 코닥마저 제쳤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에 위기가 다가왔다. 디지털카메라 보급으로 필름이 필요 없게 됐다. 코닥은 도산했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필름 제조로 축적한 기술을 화장품과 의약품 등 다른 사업에 응용하며 새 시장을 개척해 '본업 소멸' 위기를 극복했고, 지난해 매출이 2000년에 비해 오히려 70%가 늘었다. 5 24일자 C1·4면 참조〉

 

"진짜 승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풀릴 것 같지 않다' '이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때에 역으로 무엇인가 극복해내려고 생각하는 것, 저는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노력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것으로는 노력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의 후지필름처럼 기업이 위기에 부딪힐 때 경영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읽어야 합니다. 리더는 한정된 시간과 정보만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 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읽어야 합니다.

 

둘째는 구상(構想)입니다. 읽었으면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작전을 짜야 합니다.

 

셋째는 전해야 합니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기점은 경영자의 강한 의지이지만, 혼자서는 안 됩니다. 의지를 조직 구석구석에 전파시켜 위기감을 공유하고, 사원 각자가 자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실행이지요. 경영자는 평론가나 학자가 아닙니다. '현상이 이렇다. 장래는 이렇게 된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를 입으로만 떠들면 안 됩니다. 결단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고모리 회장은 칠순을 훌쩍 넘은 나이인데도 유도 선수를 연상케 하는 다부진 체격이었다. 도쿄대 경제학부 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뛰었다. 지금도 골프를 치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는다고 한다. 그에게 "죽기 살기로 노력만 하면 후지필름 같은 기업을 부활시킬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껄껄" 웃더니 "물론 노력과 함께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을 살린 4분면 분석법

 

그는 후지필름이 기로에 섰던 2000년대 초 사용했던 '4분면 분석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진필름 시장을 대신할 성장 시장을 찾기 위해 우선 사내에 어떤 기술이 있는지를 전부 꺼내 놓고 분석해 보았습니다. X축은 시장을 기존 시장과 신규 시장으로 나누고, Y축은 기술을 기존 기술과 신규 기술로 나누면 4분면이 나옵니다. 4개 영역에 어떤 기술을 적용해 어떤 제품을 낼 수 있을지를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후지필름은 4분면 분석을 통해 다음 4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기존 기술 가운데 기존 시장에서 우리가 적용하지 않은 것은 없는가, 새로운 기술로 기존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 기존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서 적용할 것은 없는가,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였다.

 

 

이런 분석을 통해 후지필름은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숨겨진 자산을 찾아내는 한편, 어떻게 시장에 대응할 것이며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각 4분면에서 주력할 제품군을 선정했다.〈그래프 참조〉

 

 부족한 기술은 그 흐름에 가장 적합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M&A를 해서 부족한 기술을 메우되, 후지필름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했다.

 

"본업이 계속 잘됐더라면 다른 것을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가 잘 팔리고 판매가 늘어날 때는 자동차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자동차가 안 팔리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나요. ', 그럼 이제 무엇을 할까'의 문제인 겁니다. '안 해본 것이지만 지금 우리 능력과 연결되는 부분에 온 힘을 기울여 해봅시다'인 거지요."

 

그는 2000년에 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됐지만 CEO가 된 건 2003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CEO가 되기 전부터 4분면 분석을 시작했다. 기술본부장과 함께 1년 반에 걸쳐 네 가지 질문에 치열하게 스스로 묻고 답했다. 자신이 꼽은 위기 시 리더의 덕목 네 가지 중 첫 단계인 '읽기'가 아주 빨랐던 셈이다. 2003년까지는 후지필름의 필름 부분 매출이 2000년의 사상 최대치 대비 10%밖에 줄지 않았던 때였다.

 

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후지필름의 개혁이 얼마나 됐다고 보시나요?

 

"70~75% 정도일까요? 나머지 25%는 새로 진출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 높여야 달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제약과 헬스케어 분야입니다. 아직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수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은 기술 기업입니다. 문과 출신인 회장님이 어떻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까?

 

"확실히 저는 기술의 전문적인 것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사물은 모두 어떤 보편적인 원리나 법칙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인과율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거스를 것인가, 이 일이 일어나면 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것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판단이 혼란스러울 때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경영자가 되고 나서 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한 것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돼서 절대 틀리지 않는 판단력을 갖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산처럼 쌓여 있고 기한도 정해져 있습니다. 잠 못 드는 밤이 많았습니다. 임박해서까지 어느 쪽이 나은지 결정 못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유가 있다면 시간을 두고 보는 게 좋겠지요. 잠재의식이 해결해 줄 때가 있으니까요. 갑자기 잠에서 깼을 때 ', 그건가'라고 번뜩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다른 문제를 생각하다 불쑥 해결책이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잠재의식이 가동하려면 자나 깨나 그 생각을 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가장 해선 안 되는 일이 결단을 미루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고민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을 택해도 큰 차이 없는 것 아닐까? 어느 쪽이나 다 옳은 것 아닐까'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고민되더라도 어쨌든 결단을 내리고,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시키면 됩니다."

 

―많은 경영자가 스피드 경영, 다이내믹한 경영을 원하지만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다고 결정했으면 스피디하게 역동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이것은 머리가 좋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야성적인 예리함이나 직감, 파워가 필요하지요. 저는 이것을 '머슬 인텔리전스(muscle intelligence·근육 지능)'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도망쳐야 할지, 이런 것은 교과서에 쓰여 있지도 않고 학교 성적과도 관계없습니다."

 

터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상냥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

 

―위기 시 리더의 덕목 네 가지 중 '전달'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톱의 메시지가 조직 곳곳까지 전해지지 않으면 조직은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전쟁터에 나가는 군대를 생각해 보세요. 왜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야만 합니다. 전투 중에 갑자기 알려서는 안 되며, 그전에 미리 알려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것을 하면 된다'는 것만 확실해지면 인간은 노력하게끔 돼 있으니까요."

 

―최근 경영에선 싸우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데, 회장님은 경영을 전투에 비유하시는군요.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룰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사회의 원리입니다. 라이벌이나 적에 대한, 시대 흐름에 대한, 운명에 대한, 곤란에 대한, 장애물이나 인습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싸움이지요. 그 결과로 영고성쇠와 진보, 퇴보가 일어납니다.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것은 때로는 잔혹한 현실이지요. 그러나 싸움을 계속 피할 수는 없습니다.

 

경쟁이 인간관계를 삭막하게 만들고 약자가 피폐해지는 세상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경쟁 때문이 아니라, 덕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운동회에서 1·2·3위를 정하지 않아도(일본에는 운동회에서 달리기 할 때 순위를 매기지 않거나 함께 손잡고 동시에 들어오도록 하는 곳도 있다), 이지메는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습니까? 경쟁이 나쁜 것이 아니라, 도덕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가슴입니다. 저는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데, 50년 전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립 탐정 필립 말로는 이런 대사를 남겼습니다. '터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상냥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

 

또 누구를 위해 이겨야 하는가도 중요합니다.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라는 대의(大義)가 있어야겠지요.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기업이 이걸 무시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라면 그 사회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건 저나 후지필름, 일본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결국에 가서 도달한 결론입니다."

 

 '꽃의 3학년 8'

 

그는 최근 일본 언론에서 '꽃의 3학년 8'으로 불린다. 아베 총리가 가장 자주 만나 조언을 듣는 경영자 3명이 모두 쇼와(昭和) 38년 즉 1963년에 도쿄대를 졸업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고모리 회장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명은 가사이 도시유키 JR도카이 회장과 미무라 아키오 신니테츠스미킨 상담역이다.)

 

―아베 총리의 조언자 중 한 명이시죠?

 

"아베 총리와는 14~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최근 2년간 아베노믹스 때문에 일본 기업 경쟁력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리먼 쇼크 이후 엔화 가치만 혼자 높아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렸기 때문입니다. 엔고로 일본 수출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았지만 아베노믹스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고 봅니다."

 

―환율만으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일거에 올라갔다고 하는 건 지나친 해석 아닌가요?

 

"아니에요. 그것뿐입니다."

 

―그것뿐이라는 의미를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일본 기업이 원래 현장은 강했거든요. 그런데 환율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핸디캡이 돼 버린 겁니다. 제도의 핸디캡이라고 할까요. 통화라는 것은 나라 각각의 체력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것 아닙니까? 일본의 경우 자신의 실력을 넘어선 수준으로 엔고가 돼 버린 겁니다. 여기에 일본 수출 기업들이 전부 휘말려 버렸던 것입니다."

 

―후지필름에 아직 부족한 점은 무엇입니까?

 

"후지필름뿐 아니라 많은 일본 기업의 약점이기도 한데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낮다는 게 문제입니다. 첫째 이유였던 엔고는 이제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둘째, 연구·개발비가 일본이 좀 많긴 한데 이것 때문에 영업이익이 낮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개발이 나중에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이는 바로 판매·관리비입니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에서 이것이 매출의 25~30%를 차지하고, 후지필름은 25% 정도입니다. 동종 미국 기업은 20%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 왜 일본 기업은 판매·관리비가 높을까요? 현장보다 간접 부문 인원이 많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전후 고학력 사회에서 화이트칼라가 우월하게 대우받는 풍토가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