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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폰 / 200년 장수 기업 듀폰의 날마다 새로워지는 법!

Paul Ahn 2014. 9. 23. 18:15

200년 장수 기업 듀폰의 날마다 새로워지는 법!

2008/10/15 23:20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1955 ‘500대 기업'을 선정한 이래 듀폰은 한 번도 이름을 거르지 않았다. 듀폰의 지난해 순위는 74. 매출 294억 달러에 30억 달러의 순익을 거뒀다.

 

세계의 기업들이 서브프라임 쇼크와 고유가에 휩싸여 위기를 이야기할 때, 이 오래된 기업은 ‘기회'를 이야기한다. ‘청년 장수 기업' 듀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파리, 밀라노, 뉴욕, 그리고 드모인'

 

 

파리, 밀라노, 뉴욕은 세계의 패션 메카이다.

그리고 맨 뒤의 드모인은 옥수수를 생산하는 미국의 지방도시다. 이렇게 서로 어울리지 않는 도시 이름들을 적어 놓고, 그 옆엔 옥수수에서 부드러운 옷감이 나오는 그래픽이 등장한다.

 

듀폰(DuPont)의 이 도발적인 인쇄 광고는 바이오 소재 신섬유소로나'를 홍보하는 것이다. , ‘옥수수에서 추출해 낸 미래의 패션 섬유'라는 의미다. 광고 하단엔듀폰-과학의 기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듀폰의 2007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출시가 5년도 되지 않은 신제품이 전체 매출의 36% 106억 달러( 10 6,000억 원)를 차지한다. 값으로 따져 보면 팔리는 제품 셋 중 하나는 연구소에서 갓 구워 낸 제품이라는 얘기다.

 

신생 벤처 기업처럼 거침없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듀폰은 지난 7 19, 206번째 생일을 맞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이 좋은 화약을 만들기 위해 1802년 프랑스에서 첫 번째 유치한 기업이 듀폰이다. 나일론, 테플론 등으로 유명한 듀폰은 무수한 기업이 명멸(明滅)하는 이 세월 속에서도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1955 ‘500대 기업'을 선정한 이래 듀폰은 한 번도 이름을 거르지 않았다. 듀폰의 지난해 순위는 74. 매출 294억 달러에 30억 달러의 순익을 거뒀고, 고유가와 미국 경제 침체로 세계 기업들이 잔뜩 움츠린 올해에도 1분기 9%, 2분기엔 12% 성장했다.

 

그러나 늘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 같은 듀폰의 기업 다큐멘터리를 7년 전으로 돌려 보면 전혀 다른 화면이 펼쳐진다. 나일론 등 기존 제품의 매출이 정체하면서, 2001년 매출은 전년 대비 35억 달러나 감소했다. 무려 13%나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기업 특유의 굼뜬 속성은 변화에 저항했다.

 

채드 홀리데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때부터 14만 명에 이르는 종업원을 6만 명으로 감축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채드 홀리데이 회장은직원을 내보낼 때 고통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거꾸러지던 듀폰의 성장 곡선은 이때를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현재 세계 4(작년 매출액 기준)의 종합화학회사로 인조 대리석에서 방탄조끼 소재, 건축 단열재, 수영장 살균제, 제초제에 이르기까지 무려 1,800여 종에 이르는 제품을 생산한다.

 

세계의 기업들이 서브프라임 쇼크와 고유가에 휩싸여 위기를 이야기할 때, 이 오래된 기업은기회'를 이야기한다. ‘청년 장수 기업' 듀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속도, 속도, 속도듀폰에서 성장 전략을 물으면, 누구나 듀폰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차트를 꺼낸다. 아이디어 생성 단계(6~10), 실현 가능성 시험 단계(4~6), 제품 개발 단계(2~4), 초기 상업화 단계(0~2).

 

4단계로 구분된 타임 스케줄에 따라 다음 제품이 착착 연구소에서 빠져 나와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예컨대소로나'는 초기 상업화 단계에 있는 제품이고, 바이오 연료는 제품 개발 단계로 분류된다. 이 스케줄에 따라 상업화에 성공한 신제품의 수가 2004 774개에서 작년엔 1,201개로 늘었다.

 

고유가 시대 차세대 연료로 각광 받는 섬유소에탄올(옥수수 알갱이 이외에 잎, 줄기 등을 이용해 만든 에탄올)과 바이오부탄올(바이오에탄올보다 효율이 높고 운송이 편리한 바이오 연료)을 맡고 있는 존 라니에리 부사장은 “3~4년 뒤 시장에 내놓는 게 목표라고 한다.

 

성장 엔진의 밑거름은 과학화약에서 시작해 나일론으로 유명해진 듀폰. 그러나 이 회사엔 더 이상 화약도 섬유도 없다. 병충해와 가뭄에 견디는 종자 등을 팔아 매출의 25%를 올리고, 섬유소에탄올과 바이오부탄올을 차세대 핵심 과제로 연구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했다.

 

듀폰 연구소의 임직원들은듀폰의 공장은 세포(Cell)”라고 말한다. 바이오 혁명을 앞세운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을 남겨 둔 반면, 듀폰의 제품은 속속 경제성을 갖춘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듀폰이 생산하는 제품은 시대에 따라 변했지만, ‘과학'은 늘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듀폰에는 이공계 박사만 5,000여 명이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 동부의 명문대 출신이다. 고위 경영진의 90%가 이공계 출신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원한 특허 건수만 2,000여 개이고, 획득한 특허 건수가 597개에 이른다. 2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과학적 능력, 연구 집중도, 혁신 주기 등에 있어서 듀폰은 화학업계의 최선두 주자로 조사됐다.

 

우마 차우드리 수석부사장은연구개발 예산 중 15%는 완전히 시장과 독립해 연구소에서 매우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쓴다고 말했다.

 

시장, 시장, 시장7년 전 듀폰이 위기를 맞았을 때, 당시 최고 경영자였던 채드 홀리데이 회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연구소의 개혁이었다. 연구소는 듀폰이 자랑하는 과학의 산실이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새로운 히트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해결책을 연구소의 개혁에서 찾았다.

 

듀폰 경영진은 연구실에 앉아 있던 과학자와 엔지니어에게 여권과 가방을 안겼다. ‘시장 주도의 과학'을 모토로 내걸고, 연구원들의 등을 떠밀어 고객을 직접 만나면서 시장을 파악하도록 했다.

 

방탄 섬유인 듀폰의 케블라를굿이어 자동차 타이어'에 응용하는 등의 혁신은 모두 고객과의 접촉을 통해,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케블라는 납치 범죄가 만연한 브라질에서는 방탄 차량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방탄 섬유를 입혀 기존 방탄 차량의 무거운 점을 보완한 새로운 방탄 차량은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듀폰의 여성 CEO로 등극한 엘렌 쿨먼 전 수석부사장은 듀폰의 연구원들이 얼마나 고객과 밀접한지를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준다.

 

“미국 올랜도에서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직원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였죠. 시장 상황과 함께 청산유수처럼 제품의 유용성을 설명하는 직원을 보면서, 한 고객이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서연구소의 기술담당 책임자'라고 얘기했더니 놀라더군요. 그저 마케팅 직원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쿨먼이 연구소를 방문해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도그래서 이게 좋은 점이 뭡니까?”라고 한다. 듀폰의 프로젝트는 반드시 시장의 피드백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톱 프로젝트는 매 분기 점검받고, 1년에 한 번씩은 전체 프로젝트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차별화, 차별화, 차별화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시 듀폰 본부와 브랜디와인 강변의 연구소에 만난 듀폰 임직원들은 누구나 차별화를 이야기한다. 듀폰 성장의 엔진인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우마 차우드리 수석부사장은우리는 강박적일 만큼 차별화에 집중한다그렇지 않으면 경쟁자들이 금방 우리 것을 모방해서 따라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홀리데이 회장은 듀폰의 철학을 보다 분명하게 요약했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그냥 잘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만들지 않는다. 더 잘 만들어야 한다. 종자든, 폴리머든 전자소재이든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제품이어야 하며 여기에 집중한다.”

 

 

한국 대표 기업에 대한 조언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 기업이 듀폰처럼 변신할 수는 없는가. 기자는 듀폰의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차우드리 부사장에게 한국 대기업의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차우드리 부사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듀폰이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의 발달로 화학과 생물학이 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전자공학은 강하지만 전자공학과 생물학의 수렴은 아직 너무 먼 얘기다.” 그는오히려 전자공학이 강한 한국으로선 나노사이언스 쪽이 가능성이 더 높고, 굳이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려면 인수합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일본 사이에 있는 한국은 국가적으로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홀리데이 듀폰 회장은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자신의 서울 방문 경험을 근거로일요일 새벽 6시에 도서관 앞에 줄을 서는 게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교육열이 밑천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하나의 성장통(成長痛)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 박종세 / 조선일보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