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경영〕강소상인들, 5가지 성공 키워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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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중앙일보와 삼성경제연구소는 남다른 혁신을 통해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성공을 일군 골목상권의 주인공 28명을 매주 한 명꼴로 본지 지면을 통해 소개했다. 이른바 ‘강소상인’들이다. 업종과 규모에 상관없이 치열한 상인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부진한 매출에 고개 숙인 많은 골목상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동기도 부여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강소상인들을 꿰뚫는 성공 키워드는
①분명한 목표의식(Aim)
②기본에 충실하라(Basic)
③틈새기회를 뚫는 것(Chance)
④아이템 차별화(Differentiate)
⑤업(業)에 대한 열정(Energy)으로 요약된다.
영어 앞글자를 따서 일명 ‘강소상인 성공 ABCDE 법칙’이다. 뚜렷한 목표 설정(aim)은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일수록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과당 경쟁에 시달리는 자영업 분야에서 여러 가지를 동시에 노리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국수전문점 사발(SABAL)의 김기현·윤철호 공동대표는 개업 직전 염두에 두고 있던 지역에서 도시락 배달점을 하면서 지역 특성을 파악하고 사업 목표를 분명히 했다.
광장시장 동양직물 김기준 대표 역시 점원 시절부터 양복지 사장이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10년 만에 사장의 꿈을 이뤘다. "디테일이 경쟁력의 원천”
자영업자들에겐 사실 성공 이전에 생존이 더 절박한 과제다. 28명의 강소상인들에겐 가장 기본(basic)이 되는 일을 충실히 한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이것이 생존을 넘어 성공을 불러왔다.
김해 동상시장 유성식육점 오경란 대표의 성공 스토리는 리모델링이 출발이었는데, 이는 지저분한 정육점을 일신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동교동 김진환제과점은 빵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우유식빵과 소보로빵 두 가지에만 집중한다.
분당 연남수제비의 강동진 사장은 매일 아침 4시간 걸려 수제비를 만들며, 육수 맛을 위해 보관비가 들어도 10월에 잡히는 ‘오사리 멸치’만 고집한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본으로 돌아가라. 디테일이 힘이다’는 경구는 평범하지만 변치 않는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틈새 기회(chance)를 뚫은 것도 공통점이다. 마케팅의 성공은 염두에 두는 고객군(群)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창출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골목상권의 상인들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하서방광천토굴새우젓 하창수 대표는 손으로 적은 고객 장부에서 짠맛을 꺼리는 고객들의 변화를 알아챘다. 젓갈의 염도와 맛을 다양화하고 기존의 포장용기를 소포장이 가능한 작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꿔 젊은 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더원리페어 김수동 사장은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면서 수선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키드카 장수웅 사장은 고가 해외 유모차 수입이 늘면서 수리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란 점을 포착했다.
슈자이너 박진선 사장은 큰 사이즈 신발이라는 틈새시장을 찾았다. 차별화(differentiate)가 중요하다는 말은 기업 경영에 있어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골목상권에서 차별화 개념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고, 그만큼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차별화의 핵심은 상품과 서비스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고대 앞에서 가장 유명한 빙수가게인 정만빙수 박정만 대표는 최근 유행하는 눈꽃빙수 대신 각얼음을 직접 갈아 시원하게 씹히는 맛을 강조한 차별화된 식감으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 청담동에 위치한 한길사는 저부가업종인 수선집을 고급화하는 역발상으로 명품 수선가게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타임게스트하우스의 김지형·이진욱 대표는 중국·홍콩·일본 등 국가별로 다른 맞춤형 온라인 마케팅을 구사했다. 마이클 포터의 핵심 전략의 하나인 차별화가 풀뿌리 골목상권에도 제대로 스며들어야 한다. 업에 대한 열정(energy)은 강소 상인들을 이끄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골목상권에서 자신의 사업을 이끄는 상인들은 ‘작은 최고경영자(CEO)’다. 가게 위치 선정, 직원 선발과 교육, 원재료 조달, 타깃 고객 공략까지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가게 지키는 길은 근면·성실뿐” 28명의 강소상인들은 하나같이 자기 사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상인으로서의 ‘혼(魂)’을 갖고 있었다. 고경희 제주수산 사장은 새벽시장에서 좋은 생선을 고르는 눈이 흐려질까봐 40년 넘게 저녁 술을 끊고 있다.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 이준용 사장은 매일 새벽 3시 경매에서 좋은 과일을 잡기 위해 트럭에서 쪽잠을 잔다. 이갑수 연구원은 “교토 상인의 상인 정신을 집대성한 33계명 중에도 ‘가게를 지키는 길은 오직 근면과 성실뿐이다. 마음이 성실하면 신(神)도 지켜준다’ 같은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근면과 성실함, 열정이 상인의 가장 기본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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