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좋은글

〔노년의 삶〕늙어서도 일하자!

Paul Ahn 2020. 5. 8. 09:55

〔노년의 삶〕늙어서도 일하자!


나는 그제 75세 생일을 지냈다. 동두천 수도원 식구들과 두레교회 식구들과 두레마을 식구들이 푸짐한 잔치를 열어 주었다. 나는 내 평생에 지금이 가장 안정되고 행복하다. 이 상태로 10년은 더 열심히 일하려는 다짐이다. 앞으로 10년을 더 일하려면 무엇보다 정신이 맑아야 할 것이고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몸도 마음도 시들고 비실비실하여서는 일을 계속할 수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부담만 되고 일도 그르치게 될 것이다.


 

나는 30세에 개척교회를 시작하여 45년간 일했다. 경험도 없이 전문성도 없이 의욕만 앞서서 개척자의 길을 걷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아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제대로 되어지지를 못하고 고생만 실컷 하고 때로는 욕도 먹곤 하였다. 그런 중에 경험이 쌓이고 앞뒤를 분별할 수 있는 처지에 이르고 나니 나이 70에 이르고 말았다.

 

그래서 5년 전 목회를 은퇴할 때에 생각하였다. 평생을 시행착오만 하다 끝낼 순 없지 않은가. 아직은 건강이 일할 만 하니 남은 역량을 모두 모아 제대로 한 번 일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간에 경험과 꿈을 하나로 모아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하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 끝에 퇴직금을 모두 모아 동두천 쇠목골이라는 골짜기에 6만평의 산을 구입하였다. 그렇게 매입한 산이 겉보기로는 쓸 만한 산이지를 못하고 개발할 여지가 없는 악산(惡山)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몹시 나무라기를 나이 들어 치매끼가 있는 거냐? 그 나이에 이렇게 쓸모도 없는 악산을 구입해서 무엇 하겠다는 거냐? 늙어서 편안하게, 존경 받으며 살 생각을 아니하고 왜 이런 곳에서 무슨 일을 벌리려느냐?고 핀잔을 많이 받았다. 그런 말을 들을 적마다 나는 답하였다.

 

"모르는 소리 말아라. 좋은 산, 좋은 땅을 구하여 문전옥답에다 누가 일을 만들지 못하겠느냐. 진정한 개척자요, 일꾼이라면 이렇게 쓸모없어 보이는 악산에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거다. 10년만 기다려 보라. 10년 뒤면 이 골짜기가 천지개벽한 만큼이나 바뀌어져 있을 것이다."

 

이제 4년째를 보내고 있다. 우리 골짜기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간의 변화에 놀라며 말한다.

"한 사람 때문에 이 쓸모없이 버려져 있던 골짜기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

그러면 나는 일러 준다

"아니야. 이제 시작이지. 6년 뒤에 와보아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꿈을 꾸며 이 골짜기로 왔는지를 알게 될 거야."

 

요즘 수도원 둘레길을 걸으며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이 있다.

"늙었다는 나이를 잊고 꾸준히 천천히 앞으로 나가자!

 

아브라함은 75세에 개척자의 길을 시작하였고

모세는 80세에야 지신의 사명을 시작하였다.

갈렙은 85세에 헤브론 산지를 공략하여 후세에 남겼다.

이른바 노령화 시대에 "늙어서 일하는 모범"을 만들어 내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신다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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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일하자(2)

2015-6-23

 

일본 중부 지방에 나카쓰가와란 시가 있다. 그 시에 있는 가또제작소란 중소기업에서 기발한 실험을 하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회사 설비를 놀리지 아니하고, 계속 가동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이지만 일하고 싶은 실버세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일꾼으로 모시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의 내용으로 구인광고를 돌렸다.

 

"의욕 있는 분들을 구합니다. , 연령제한이 있습니다. 60세 이상만 오십시요"

면접하는 날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가또제작소의 사장은 찾아온 방송사의 인터뷰에서 다음같이 말하였다.

 

"노인 한 사람을 젊은 사람 여럿이서 먹여 살린다는 발상 자체가 그릇된 것이다. 노인들도 당당히 일하며 보람을 느끼고 수입도 있기를 원한다."

 

일본에서는 가또제작소의 경우처럼 노인세대들이 일하는 일터로 성공하게 되면서 "일하는 노인"의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 닛케이신문에서는 지난 달 보도하기를 65세 이상 나이로 일하고 있는 노인이 41%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노인을 배려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일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흔들릴 만큼 일하는 노인이 많아졌다. 노인들은 연금을 받는데다 일하여 월급을 받게 되면 이중수입이 되어 내수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젊은이들은 대출도 갚아야 하고 저축도 하여야 하기에 소비할 여력이 적지만 노인들은 대출도 이미 갚았고 저축할 이유도 없기에 번 돈의 90%를 쓴다.

 

한국의 노인들은 기껏해야 노인정을 드나들거나 공짜 지하철을 타고, 파고다 공원으로 가서 잡담하며 하루해를 보내고 저녁나절 집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속절없이 늙어가는 한국노인들이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일하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노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 젊은이들을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동두천 두레마을에서는 60세를 넘어서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을 건설 중이다. 60세대가 모이는 마을에 식품가공공장, 마을기업, 숲치료센터, 청소년수련장 등을 세워 노인들의 일거리를 만들어 건강한 노인, 일하는 노인, 행복한 노인마을을 세우고 있다.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며 나이를 잊고 열심히, 멋있게 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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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일하자(3)

2015-6-24

 

목사는 70세에 은퇴한다. 나는 4년 전 70의 나이에 은퇴하면서 생각했다. 영어로 은퇴란 단어는 retire이다. 그런데 이 단어에서 악센트를 앞에 붙이면 의미가 달라진다. RE-tire가 되면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운다는 의미가 된다. 말하자면 인생을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의 단어가 된다. 내가 은퇴할 즈음 종합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를 일러 주는 자리에서 담당의사가 일러 주었다.

 

“목사님 그 연세에 당뇨도 없으시고 고혈압도 없어 건강상태가 좋으십니다. 목사님 지금은 수명이 늘어나서 90세 이전에 죽으면 조기사망입니다. 앞으로 20년 이상 더 사실 테니 인생설계를 잘 세우십시오.”

 

담당의의 이말이 내 마음에 닿는지라 곰곰이 생각하였다. 평균치로 따져 20년을 더 살게 된다면 그에 맞추어 인생설계를 하여야겠구나. 그간에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만족스럽게 살아오지 못하였는데 이제부터나마 제대로 살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장고(長考) 끝에 3가지를 다짐케 되었다.

 

첫째는

그간에는 목사로서 영적인 일에 소홀한 바가 많았으니, 남은 날에는 영성(Spirituality)을 강화함을 최우선으로 삼아야겠다.

 

둘째는

영성을 강화 집중하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니, 체력강화에 관심을 기울어야겠다.

 

셋째는

지난 40년간의 목회를 되돌아 볼 때에 너무 많은 일을 하느라 제대로 하지를 못한 바가 있으니 남은 날에는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하여야겠다.

 

이들 3가지 다짐으로 3모작(三毛作)인생을 다시 시작하여 4년째에 이르렀다. 지난 4년간에 가장 잘한 것은 건강관리, 체력관리에 정성을 쏟았기에 이곳 동두천 산골짜기로 들어오던 때에 비하면 마치 딴 사람인 만큼이나 건강하여졌다.

 

건강이 좋아지게 되니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니 일에 만족도가 높아져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오늘 오후에도 수도원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며 여호수아서에 나오는 갈렙의 기백과 도전정신을 생각하였다. 여호수아 장군의 동료였던 갈렙은 85세에 이르러 젊은 사람들이 공략하지 못하는 헤브론 산지 공략에 도전하며 다음같이 말하였다.

 

"오늘 내가 팔십오 세로되 여전히 강건하니...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이 성읍들이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그들을 쫓아내리이다."(여호수아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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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일하자(4)

2015-6-25

 

성경에 늙어서도 일하여 그 이름을 천추에 빛낸 인물이 있다. 사무엘 선지이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암흑기라 불리는 사사시대 말기에 태어나, 왕정시대 초반까지 활약하였던 인물이다. 그는 나라와 백성들의 삶이 몹시 곤궁하였던 시대를 살면서, 평생을 청빈하고 투명하게 살았다. 그래서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았던 인물이다.

 

그의 일생이 가장 빛 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후의 삶이 향기로웠기 때문이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한 후 고향 라마로 낙향하였다. 두메산골 고향으로 간 그는 그곳에서 여느 사람들 같았으면 장기나 뜨고 손자들 재롱이나 보며 한가로이 살았을 나이에, 가장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에 헌신하였다.

 

<라마-나욧>이란 이름의 공동체를 세워 뜻 있는 젊은이들을 모았다. 그들과 함께 살면서 낮에는 노동하며 자립경제를 이루었다. 밤에는 함께 토론하며 민족의 나갈 길을 논의하고 함께 기도하며 하늘의 뜻을 물었다. 사무엘이 노후에 세운 이 공동체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가장 빼어난 인물이 다윗 왕이다. 젊은 날에 사울 왕의 미움을 받아 숨어 다녀야 하였던 다윗은 마지막에 사무엘을 찾아 왔다. 사울 왕에게 다윗을 숨겨 준 사실이 알려지면 목숨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무엘은 그런 사실을 불문하고 다윗을 <라마-나욧>에 받아들여 자신과 함께 살면서 그의 멘토가 되었다.

 

<나마-나욧> 공동체에서 다윗은 사무엘이 죽을 때까지 머물렀다. 공동체 밖에서는 사울 왕이 보낸 군인들이 다윗이 밖으로 나오기만을 노리고 있었다. 사무엘의 국민적 지지와 권위 탓에 차마 공동체 안으로까지 들어가 다윗을 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사무엘이 숨을 거두게 되자 다윗은 도망하여 <아둘람 굴>이란 곳으로 숨어들었다.

 

다윗이 <아둘람->에 숨어 있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펴져 나가자 새 시대, 새 역사를 창출하는 일에 헌신코자 하는 뜻을 품은 젊은이들이 모여 들었다. 그렇게 모인 무리가 400명에 이르렀다. 그들에게서 다윗왕국이 탄생하였다. 위대한 왕 다윗과 다윗왕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뿌리는 사무엘이 늙어서 세운 <라마-나욧> 공동체의 공로이다.

 

이 시대에도 사무엘 시대처럼 젊은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 주는 자리가 필요하다. 대학이 그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교회가 그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가 그 일을 못하고 있고, 기업이 그 일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엘 같은 늙은이가 나타나야 한다. 비록 늙어서라도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해 일하기로 나서는 늙은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