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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는 어떻게 렌탈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나!

Paul Ahn 2008. 1. 26. 09:24

코웨이는 어떻게 렌탈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나!

ZUM 뉴스

 

우리에게는 정수기로 너무나 익숙한 코웨이는 정수기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를 렌탈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2019년 매출 3조원을 기록했습니다.

 

3조원이면 빅2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바로 아래에 코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코웨이처럼 렌탈을 중심으로 생활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청호나이스(3650억원), 웰스(2100억원)가 있고 렌탈과 일반가전 양쪽에 걸쳐 있는 회사로 SK매직(8500억원)이 있습니다.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도 쿠쿠홈시스를 통해 렌탈 사업을 하고 있는데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역시 1조원이 넘습니다.

 

 

위닉스(3862억원), 쿠첸(2000억원), 한일전기(2000억원) 등이 중견기업으로 가전사업을 하고 있고 그 이하는 중소기업 범주에 들어갑니다. 파세코(1804억원), 신일전자(1458억원), 하츠(1123억원), 해피콜(1000억원), PN풍년(545억원), 유닉스전자(498억원), 보국전자(280억원), 자이글(297억원) 등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중소 전자제품 회사들입니다. 다이슨, 샤오미, 필립스, 하이얼 같은 외국 가전회사들도 이 시장의 중요한 참여자입니다. 이들 회사 국내 매출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정수기 렌탈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 터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웰스가 전통적인 정수기 렌탈 업체인데 여기에 LG전자, SK매직, 쿠쿠가 가전회사로 참여하고 있고 유통회사인 현대백화점그룹도 '큐밍'이라는 브랜드로 정수기 렌탈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루헨스(원봉), 퓨리얼(피코그램) 같은 정수기 전문 중소기업들까지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회사는 공통점으로 매출 3조원으로 1위 업체인 코웨이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코웨이에 대해 얘기하려면 웅진그룹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코웨이 하면 '웅진코웨이'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웅진그룹은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영업사원이었던 윤석금 회장이 1980년 만든 출판사 '혜임인터내셔널'에서 시작했습니다. 1983년 회사명을 '웅진출판'으로 바꾼 후 '어린이마을' '웅진아이큐'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이 회사는 1987년에는 6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합니다. 만들어진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당시 출판업계 1위인 동아출판(455억원)보다 매출이 컸던 것입니다.

 

웅진그룹은 출판에서 나오는 현금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는데요. 바로 화장품과 정수기였습니다. 웅진출판이 공격적인 세일즈맨 제도를 통해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화장품과 정수기도 방문판매를 하는 영업사원이 중요한 사업이었습니다. 웅진그룹이 합작으로 1988년 만들었던 코리아나화장품은 IMF 때 지분을 정리했고 지금도 독립적인 기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코웨이가 1998년 렌탈사업에 처음 진출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예전 신문을 뒤져보면 코웨이는 처음부터 렌탈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렌탈이라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렌탈 방식이 본격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1990 4월부터 정수기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웅진은 순식간에 1위를 차지합니다. 1991년 당시 이미 정수기가 150만대 이상 보급되었고 300개 업체가 250개 정수기를 판매하는 레드오션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1994년에는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가 됩니다.

 

1991 5 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코웨이 광고.

사진=뉴스라이브러리

 

하지만 1998 IMF 외환위기로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정수기 판매도 직격탄을 맞습니다. 실업자가 속출하면서 당시에도 100만원 넘었던 고가 정수기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웨이는 두 가지 제도를 도입하는데요. 하나는 렌탈이고 다른 하나는 코디(코웨이 레이디)입니다.

 

코웨이는 렌탈을 통해 100만원 넘는 정수기를 월 27000원 정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렌탈한 정수기를 관리하는 일을 AS 직원이 아닌 여성에게 맡기고 이들에게 '코웨이 레이디(코디)'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들은 AS 직원이지만 동시에 방문판매 사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정수기 영업은 주로 남자가 맡고 있었는데 주 고객인 주부들과 같은 여성을 영업사원으로 채용한 것입니다. 웅진그룹은 웅진출판 학습지 사업을 통해 여성 방문판매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제도는 엄청난 효과를 냅니다. 웅진이 정수기 사업을 하는 약 9년 동안 판매한 정수기 40만대 중 절반인 20만대를 불과 1년 반 만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렌탈 방식 판매가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정수기 렌탈(임대) 1998년 웅진코웨이 전에도 존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도 정수기를 할부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어째서 코웨이가 시작한 렌탈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걸까요?

 

먼저 타이밍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IMF 직후 시점에 1위 사업자가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에 렌탈 상품을 내놨던 것이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또 여성 방문판매 사원인 코디를 통한 영업방식이 렌탈 비즈니스 모델과 시너지를 냈습니다.

 

일단 고객에게 물건을 팔 때 모든 현금이 들어오는 일시불 판매와 달리 정수기 렌탈은 언제든지 고객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의무 사용 기간을 부과하지만 중간에 해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 집에 직접 방문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코디의 영업 방식은 고객 이탈을 방지했습니다. 또 친분이 쌓인 여성 고객은 다른 고객들을 소개해줬기 때문에 영업 확장도 쉬웠습니다. 코웨이가 렌탈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렌탈 방식이 전부가 아니었고 웅진그룹이 축적해온 고유한 영업 방식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코디와 같은 방문판매 영업망은 시장 방어를 위해서도 좋았습니다. 이런 영업망은 쉽게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을 비롯한 경쟁사들이 따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1980년대에 정수기 사업에 진출했지만 철수와 재진출을 반복하는 등 여전히 코웨이에 밀리고 있습니다. SK매직 같은 회사들은 백화점이나 전문 매장 같은 일반적인 가전제품 채널을 통해서만 정수기를 판매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방문판매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하는 청호나이스, 방문판매 노하우를 가지고 2003년 정수기 렌탈 시장에 진입한 교원그룹 정도가 코웨이와 가장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IMF 때 대성공을 거둔 코웨이는 웅진그룹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됩니다. 2000년 웅진코웨이 정수기 시장점유율은 68%에 달했고 지금도 5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웨이는 정수기와 비슷한 형태의 환경가전들을 도입해 매출을 꾸준히 늘립니다. 공기청정기, 비데 등이 대표적입니다. 코디라는 방문판매망에 새로운 제품을 더하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 기준 웅진코웨이 매출은 11177억원, 영업이익은 1122억원을 기록합니다. 2019년에는 매출 3조원에 영업이익 4582억원을 기록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갖게 된 웅진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또 신사업에 진출합니다. 2006년 당시 가장 뜨거웠던 산업이 건설과 태양광이었는데요. 이 두 가지 신사업에 뛰어든 것이 결국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당시 높은 유가로 인해 태양력·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상업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각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면서 태양광 발전을 의도적으로 확대하면서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태양광 시장의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시 뛰어들지 않은 대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웅진그룹을 비롯해 OCI, KCC, LG, 한화, 현대중공업, SK까지 어떻게 보면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건설업도 국내 아파트 가격 급등과 해외건설 수주가 이어지면서 호황을 맞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대형 건설사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렸고 극동건설은 2007년 웅진그룹에 팔렸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쓴 돈만 6조원이 넘습니다. 현재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15000억원 정도인데 당시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인수에 쓴 돈만 6조원이 넘습니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하는 데 쓴 돈도 6600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태양광산업과 건설산업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유가가 폭락했고 태양광 설치가 줄어들었습니다. 건설 프로젝트들도 줄줄이 어려움에 처했고 빚을 내서 극동건설과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웅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건설사의 부실이 그룹으로 이전된 것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2009)과 대한통운(2011)을 다시 매각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사세가 계속 기울었습니다.

 

2012년 위기에 몰린 웅진그룹은 돈이 되는 코웨이를 팔아서 돈을 갚는 쪽을 선택합니다. 꾸준히 1000~2000억원씩 수익을 내는 코웨이는 특히 사모펀드들에 매력적인 기업이었습니다. 2013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2000억원에 매각하고 다만 이를 다시 사올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놓습니다.

 

윤석금 회장은 1년만에 웅진그룹을 법정관리에서 졸업시키고 3년만에 빚을 모두 갚습니다.

사진=2012 928일자 매일경제신문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판 돈으로 태양광 사업과 극동건설에 올인하게 됩니다. 내수산업이고 시장이 정체되어 있는 가전렌탈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성장하고 있는 태양광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태양광 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중국의 독주로 인해 결국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퇴출됩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에서 대부분 철수했습니다. 잉곳·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도 결국 201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020년 상장폐지까지 됩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경영에 실패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입니다. 마치 반도체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에 다른 나라 기업들이 밀린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소중함을 깨달은 걸까요? 이 사이 웅진그룹은 다시 사올 수 있는 권리를 이용해 MBK파트너스로부터 다시 코웨이를 사들입니다. 이번에도 엄청난 빚을 들여서 말입니다. 하지만 2013년 매각할 때보다 웅진그룹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고 3개월 만에 다시 코웨이를 매물로 내놓게 됩니다. 뜬금없게도 코웨이를 사들인 회사는 게임회사인 넷마블이었습니다.

 

대면채널을 통해 성장해온 렌탈 시장도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 닥친 비대면과 온라인이라는 변화의 영향권에 있습니다.

 

최근 정수기 시장은 직수정수기가 많이판매되고 있습니다.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와 달리 저수조가 없는 직수정수기는 크기가 작아서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무엇보다 관리가 편합니다. 최근에는 아예 필터를 고객이 직접 교체할 수 있는 제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제품을 계속 관리해주는 코디가 필요없거나 아니면 그 역할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소비자들은 주기적으로 관리를 위해 찾아오는 코디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최저가를 찾아서 구매하듯이 정수기도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스스로 관리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코로나'로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코웨이처럼 렌탈과 서비스가 결합된 회사들은 불리해지고 렌탈만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더 유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경제 & mk.co.kr

2020.06.23 06:01

이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