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강화〕各自圖生의 시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03/2016070301945.html
영국이 EU(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의 파장에 대해 전문가일수록 더 신중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모두가 묘한 두려움 속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명확한 성격 하나를 보여준 현상이 있다. 바로 브렉시트 발표 다음 날 유럽 증시의 반응이었다. 영국은 3%대 하락에 그쳤지만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6~8%대 폭락했다.
브렉시트의 1차적 성격이 '부자(富者)의 이탈'이라고 자본시장은 인식한 것이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어울린 EU라는 공동체에서 형편이 좋은 축에 있던 영국이 먼저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했고, 이에 따라 영국이란 '돈줄'이 빠진 EU를 우려하는 시각이 더 많았던 것이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신드롬도 같은 맥락의 흐름이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확정적인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 지역에 장벽을 설치하겠다'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을 줄이겠다'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이 전 세계 안보와 경제를 지키는 보루 역할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니 이제 미국인끼리 각자도생하겠다는 속내를 담고 있다.
가만히 보면 각자도생의 움직임은 영국과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범세계적이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이나 유럽과 일본의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정책) 역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궁핍하게 만들면서 자국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나부터 살고 보자'식 각자도생이다. 세계화 이후에 점점 심각해지는 양극화도 이런 흐름에 일조하며 지역 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과 노조, 정치인들이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듯하다. 상당수 기업은 국내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저하고, 일부 노조는 회사가 망해도 월급과 성과급은 챙겨 달라고 한다. 정치인은 자신들만의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어 낯부끄러운 줄 모른다. 이런 각자도생은 원래부터 기득권자와 강자에게 유리한 구조란 생각도 든다.
한국이 재도약을 위해 풀어가야 할 각종 개혁과 구조조정은 본질적으로 사회 각 부문이 일시적인 손해를 감수할 각오를 해야 가능하다. 각자도생이야말로 개혁과 구조조정에 있어 최대의 적(敵)이다. IMF 외환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던 각오를 되살려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최근 조선소 노조들이 일제히 구조조정안에 반발하면서 파업을 결의하고 나섰다.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위기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들고일어나면 결과는 공멸일 뿐이다. 각자 내린 최선의 선택이 결국 전체적인 오류를 만든다는 게임 이론이 있다.
각자도생을 멈출 묘책이 있을까. 각자도생은 리더십 실종이란 토양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하나같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리더십이 잘못 작동하면서 빚어졌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간절히 필요한 것은 각자도생을 뛰어넘을 수 있는 리더십이다.
2016.07.04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자기강화(Self-reinfor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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