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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강화〕정치가 불안하면 고용이 줄어든다.

Paul Ahn 2017. 3. 3. 08:50

자기강화정치가 불안하면 고용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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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5년 동안 서구 민주주의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정치적 불안정을 경험했다. 집권당이 자주 교체됐고 각 당이 추진하던 정책과 철학도 그때마다 함께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어느 정도 경제적인 변화와 어려움이었다. 이 시점에 던져야 할 질문은 효율적인 정책 결정이 지연되는 정치 불안정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경제를 개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잦은 집권당 교체와 정책 방향 수정은 공무원들의 정책 수행 능력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사진 : 블룸버그>

 

필자 가운데 한 사람은 지난 3월 <디 아메리칸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부진한 경제 성과의 상관관계를 밝혔었다. 세계 평균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선거 정국이 요동쳤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정치적 불안정은 선진국의 산업 혹은 제조업 분야의 고용률 하락과 함께 나타났다. 물론 고용률 하락의 원인은 나라마다 제각각일 테지만,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경향성을 보였다. 예를 들면 독일의 고용률은 미국의 고용률보다 완만하게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지난 15년 사이의 변화는 대단했다. 강력한 디지털 기술이 산업의 자동화를 이끌었고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가리지 않고 일반적인 직업군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로봇과 3D 프린팅,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앞으로도 이렇게 사라질 직업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서비스업 부상해도 사라진 일자리 못 메워

전 세계에 걸쳐 복잡한 공급망을 가진 기업은 급부상한 디지털 기술 덕분에 효율적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고, 글로벌 경제가 통합되는 시기에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또 과거 매매 대상이 아니던 서비스가 점차 매매가 가능한 품목으로 편입된 현상도 변화의 큰 축을 담당했다.

 

1960년만 해도 근로자 가운데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40%에 달했지만 오늘날에는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에서 상품 교역 부문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특히 제조업에서 줄어든 일자리를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전체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교역 가능한 재화와 서비스 부문에서 순 고용증가율은 지난 20여년 동안 제로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민소득(GNI)에서 근로자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부터 줄고 있다. 국제화(globalization)와 디지털 기술은 제조비용 절감과 서비스 영역 확장 등 여러 면에서 세계 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동시에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중간소득계층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고 남은 일자리는 저소득층과 초고소득층 일자리로 양극화됐다. 이 양극화의 수준은 각국의 사회안전망 구축 수준과 정책 대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2008년 전까지 소득 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더 큰 고민거리 뒤에 감춰져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 가계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 성장과 고용을 북돋웠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 양식이 무너지자 경제와 정치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분명한 사실은 경제 성장과 고용 둔화가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더 키웠다는 점이다. 이런 관습적인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하자 시민들은 희망을 잃었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국가의 번영에 이바지하면서 개인 역시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이는 허황한 꿈이 아니라 합리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근로자의 업무가 교역할 수 없는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지면서 소득이 줄고 직업의 안정성이 낮아졌다. 자존감이 무너진 근로자는 이런 변화를 몰고 온 시스템 자체에 분개하기 시작했다.

 

희망 잃은 근로자는 정부 불신

각국 정부의 동기 부여, 역량, 숙련도에 대한 신뢰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런 분위기는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더 커져가는 기회의 불균형, 계층 이동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더라도 기득권층이 현재까지 누렸던 인센티브를 유지하기 위해 복잡한 힘의 역학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 세계의 경제 성장 패턴은 좀 더 분배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당시 정치권은 노동자와 자본가를 둘러싼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을 구성했다. 소득이 점차 불균형하게 증가하자, 정치권의 이해관계도 분열되기 시작했다. 선거 결과가 예측 불가능해지고 정치적 대립이 심해졌다. 정책적인 틀과 방향이 일관성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적 불안은 경제적으로도 큰 파문을 일으켰다. 먼저 정책적 불안 때문에 여러 규모의 투자 결정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경제 성장을 회복세로 돌리고 실업률을 낮추고 세계 경제 상호작용의 이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만한 어젠다에 대한 합의도 요원해졌다.

 

어떤 면에선 이 상황을 자기강화적 파괴 주기(self-reinforcing destructive cycle)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적 불안정은 지속 가능한 경제 정책을 끌어낼 수 있는 어젠다 설정을 방해한다. 그 결과는 지지부진한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률 같은 부진한 성과로 이어지며 이는 또 다른 정치적 불안을 부른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경제 정책 수행 역량은 약해진다.

 

반면, 이런 추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도 하다. 개인의 불만 수준에 그쳤던 국제화, 구조적 변화,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민과 지배세력이 직접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이 성장 없는 균형 상태에 갇혀 있을 때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은 경제 발전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과거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선진국 지도자들이 했던 일도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이 말을 이해하고 지켜나가라는 것이다. 각국이 큰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데에 지도층이 모든 창의성과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현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과 교수

 

▒ 데이비드 브래디(David Brady)

스탠퍼드대 정치과학과 교수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