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2020년 자율주행차 시대…철도산업 생존전략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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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 출장은 자율주행차로 움직이는 첫 여정이다. 오전 7시 아파트 지하에 주차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출근길 시내 교통 상황은 변수가 많으니 직접 운전 모드로 운전대를 잡는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사정이 다르다.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100% 자율주행 모드로 돌렸다.
스스로 달리는 차 안에서 회의 자료를 읽고 좌석을 뒤로 젖혀 잠을 청한다. 수면 중 허기가 느껴져 중간 휴게소에 들를 것을 입력하고 다시 눈을 붙인다. 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이것 저것 보다 보니 어느새 벡스코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정오. KTX를 타고 이동한 것과 시간차가 크지 않다. 시간에 맞춰 역사를 오르내리고 택시를 갈아타는 수고가 없었던 덕분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르면 2020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950년대 미국의 한 주간지에 실린 광고. 미래의 무인자동차 시대를 그렸다. / 랜드(Rand)재단 제공 ▲
자동차업계는 이르면 2020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950년대 미국의 한 주간지에 실린 광고. 미래의 무인자동차 시대를 그렸다. / 랜드(Rand)재단 제공자율주행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당일출장을 가는 직장인의 반나절을 가상으로 구성한 내용이다.
기술 발전이 경영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 기술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나,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 이런 변화가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변화와 발전의 수혜자가 있다면 반대로 반드시 피해를 보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기술이 발달하면 무엇보다도 철도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기술 발전에 따른 철도 산업의 전략적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철도 산업이 자동차로 피해를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0여년 전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후 철도는 중장거리 운송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자동차에 넘겨줬다. 자동차가 발명된 지 불과 30년 만에 자동차 여객 이용자 숫자는 철도 이용객수를 넘어섰다. 현재 서구의 대부분 국가에서 철도의 여객 운송 비율은 10~20%에 불과하다.
자율주행차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긴 하지만 당장 몇 개월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피해를 보는 사람과 산업도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에 비해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타운전자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 전용도로 부족, 악천후 환경 등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기도 힘들다.
◆ 2020년 고속도로 자율주행 가능
2020년 자율주행차 시대…철도산업 생존전략 4가지 업계 관계자들은 2020년쯤 되면 비교적 단조로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최소한 2025년은 넘어야 진정한 자율주행, 즉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주거지역에서도 완벽하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까지 10년 가량 남았지만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뜨겁다. 우선 고속도로에서라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면, 이를 반기며 자율주행차를 구입할 사람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이다. 새로 나온 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여기에 신드롬처럼 인기 제품군이라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려 할 것이다.
둘째, 다양한 시간 활용이 가능해진다. 자율주행차를 탔다면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기차 안에서처럼 독서·업무·수면을 마음대로 하며 이동할 수 있다. 셋째,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점차 고속도로 위에 자율주행 차량이 많아지면 도로 정체가 크게 완화되고, 이용객들은 더욱 편리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 셔틀버스인 이지마일EZ-10 모델이 핀란드 헬싱키 공공도로에서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무인열차는 유럽 각지의 공항철도에 도입됐으나, 무인셔틀버스 운행은 여전히 시험중이다. / 블룸버그 제공 ▲
편리성과 기대감으로 사람들은 기차에서 자동차로 이동수단을 바꾸겠지만, 당분간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선호할 것이다. 고속도로 전용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전통적 차량을 소유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완전 자율주행 시작되면 대대적 변화
고속도로 전용 자율주행차는 철도 여객 운송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 열차 이용객의 10% 정도가 자율주행차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 열차와 달리 고속열차는 자율주행차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아직 이 단계에서는 중장거리 여행에서 기차가 자동차보다 빠른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일반 주거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자율주행차로 인한 변화는 실질적으로 이 시점부터 발현된다고 봐야 한다.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도로 정체도 감소하며, 이동시간동안 생산성도 늘어난다. 일상과 산업에 유용한 변화들은 이 시기부터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도시와 주거지역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량이 늘어나고 차량 공유가 대중화되면 기차의 매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기차는 자동차보다 운행 거리 대비 비용이 적고, 운행 시간이 예측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먼저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실현된 차량이 보급되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차량 간 통신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이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자연히 연료비는 줄어든다. 차량 공유가 늘어나면 운행거리당 유지보수 비용도 감소한다. 자동차 관리를 소유자가 아니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화 될 것이기 때문에 정비 비용도 줄어든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소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되면 운행거리당 승객 운송 비용이 최대 40%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자동주차, 정체 시 오토파일럿, 차선 유지 등 기술 발달 속도와 일본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의 집중 투자 현황을 보면 이런 변화가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운전면허가 없다든지, 차를 구입할 능력이 없거나, 운전이나 주차를 싫어하는 사람, 신체의 이유로 자동차 운전이 어려운 사람들도 자율주행차의 주요 타깃이다. 이들은 각각의 실질적인 이유와 필요에 의해 기차보다는 자율주행차를 활용하길 원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양한 편의성과 생산성 증가, 비용 감소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선호를 높이고 철도 여객 수송 점유율을 낮출 것이다.
기차를 선호하는 수요층도 분명 존재한다. 차멀미가 심한 사람, 사생활 및 안전에 대한 우려로 공유 차량 이용을 꺼리는 사람은 자율주행차 잠재 고객에서 제외된다. 자동차 사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기차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 여객 사상자 숫자는 기차의 10~20배에 이른다.
◆ 자율주행차 10년래 철도산업 실질적 위협
자율주행차는 기존에 여객 열차가 했던 일을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10년 또는 20년 내에 철도 산업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성장할 것이다. 기차는 피크시간대 도시 지역에서는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경쟁력을 갖겠지만, 비피크시간대와 농촌 시장에서는 자율주행차에 고객을 빼앗길 것이다.
철도 산업이 점차 이용객을 잃어가면 단위 비용이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거나 운행이 줄어들 것이다. 이후 이용객은 더 줄어들 것이고 매출에도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변화는 서서히, 다양하게 시작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2020년 자율주행차 시대…철도산업 생존전략 4가지 1세대 자율주행차가 도어투도어 승객 운송 능력을 갖추게 되는 시점이 언제 오느냐에 따라 급속한 변화가 시작된다. 완전한 자율주행과 통근자들의 자율주행차량 전환 급증은 거의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철도 산업은 차량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20~50년에 이르는 회수 기간을 상정할 만큼 장기적 전략과 결정이 중요하다. 게다가 고정된 철도 네트워크, 노동조합 기반의 인력, 장기적 투자, 감가상각 주기 등으로 인해 신속한 대응과 태세 전환도 어려운 분야다.
◆ 변화에 대처하는 4가지 전략
그렇다면 철도 산업은 자율주행차라는 변화에 맞서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일까. 답변은 ‘그래도 길은 있다’이다.
첫째, 최악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변화의 파급효과를 파악한다.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른 열차 이용객의 변화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환경에 맞는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어떤 고객층의 변화가 클 것인지, 어느 지역이 영향을 더 받을지, 어느 시간대가 중요한지 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지해야 할 경쟁력, 잃을 것을 정밀하고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
둘째,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강화한다. 기차의 불편함과 비용을 되도록 빨리 줄여야 한다. 철도 산업의 서비스가 우수할수록 자율주행차로 전환하는 이용객은 줄어든다. 즉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초고속 열차를 도입하고 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유지보수 비용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일도 필요하다.
셋째, 미래 투자에 대한 사업성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 철도 차량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감가상각된다. 인프라 투자는 감가상각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10~20년 내 대규모 상각에 직면할 수도 있다. 변화를 앞둔 상황에서는 기존 보유 자산과 능력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재평가해야 한다. 신규 차량 도입, 인프라, 기차역 관련 사업의 타당성을 재평가하고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한다.
넷째, 자율주행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변화를 무조건 거부하고 반대편에 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를 활용해 자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 또한 방법이다. 철도 산업의 경우 기차역과 여객선 승객을 연계하는 자체 자율주행 교통 수단을 제공해 철도의 취약점을 극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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