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세대 섭렵,막걸리 전문점 열풍
올해 주점 프랜차이즈 업계의 최대 히트작은 막걸리 전문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식 이자카야와 중식 객잔이 주점 업계를 휩쓰는가 싶더니 지난 여름을 기점으로 막걸리 전문점들이 시장을 독식, 무서운 속도로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대와 손쉬운 창업 절차. 최근 막걸리 전문점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여름 성수기 기점으로 급성장
지방을 중심으로 인기를 누리던 막걸리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올 들어 서울 및 경기권으로 속속 진출, 활발한 가맹사업을 벌이며 주류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수년 전 첫 선을 보였던 막걸리 전문점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 성수기를 전후로 한 시점. 서민적이며 대중적인 아이템, 저렴한 창업비용, 여기에 소자본 창업열풍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창업 희망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가장 큰 매리트로 손꼽히는 것은 기존 프랜차이즈에 비해 손쉬운 창업 절차다.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를 비롯한 대다수 브랜드의 가맹점 개설비용은 30평 기준 3900만원대.
가맹비와 보증금, 로열티 등 부대비용이 없는 것도 공통점으로 A급 상권이 아닌 B급이나 C급지를 위주로 하는 업종 특성상 입지에 따라 창업비용을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 관계자는 “창업 희망자의 상당수는 30평 내외의 생계형 창업을 원하는 이들”이라며 “최근 유행하는 아이템인데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더해져 하루에도 상담전화만 수십 통에 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막걸리 전문점의 인기가 이어지자 유사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거 등장하며 시장 확대를 부채질했다. 지난 8월말 기준 선두 업체인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가 350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탁사발 100개, 불로 청송얼음골막걸리 70개, 화로불속 청송얼음골막걸리 20개 등 후발 업체의 경우도 최소 10~2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막걸리 전문점들이 산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상당수는 서울 및 경기지역뿐 아니라 전국 지사를 거느린 채 지방 곳곳에까지 고르게 포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렴한 가격 앞세워 폭넓은 고객층 끌어들여
막걸리 전문점의 인기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을 들 수 있다. 저가 소고기, 저가 피자 등 최근 들어 저가 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띠는 가운데 주류 시장에도 저가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가벼운 술자리를 선호하는 최근의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막걸리 전문점이 특히 선호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막걸리집들의 메뉴 구성을 보면 막걸리 한 주전자 3000원, 안주류 역시 3000~1만원 내외로 4인 기준 테이블 단가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둘이서 1만원이면 막걸리 두개에 전 하나는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싸니까 하나 더 시키자’는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 대개 막걸리 한 두개에 안주류 두어 가지는 기본으로 주문하며 2인 평균 1만5000원 선의 객단가를 보이고 있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숙취와 텁텁함을 줄이는 대신 부드러움과 청량감을 강조한 막걸리로 젊은 여성을 공략한 것도 짧은 시간 내 주류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특정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여타 주점과는 달리 폭넓은 고객층의 수용이 가능한 점도 막걸리 전문점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특히 젊은층 중심의 분위기에 떠밀려 오갈 곳 없었던 중장년층 니즈에 부합, 20대뿐 아니라 50~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를 끌어들인 것이 주효했다.
객층 다양화로 인한 또 다른 효과는 특정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는 시간대별 고른 고객 분포다. 업체 한 관계자는 “5시 전후의 이른 시간대는 50~60대, 7~9시는 직장인, 9시 이후에는 20대 젊은층이 주고객”이라며 “피크 타임에만 고객이 집중되지 않으니 운영상 수월할뿐더러 회전율도 빨라 수익성 측면에서의 기여도도 크다”고 설명했다.
‘우후죽순’ 아류 브랜드도 속출
막걸리 전문점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장 규모를 확대해 가는 양상이다. 최소 5개 이상의 가맹점을 운영중인 프랜차이즈 업체만 해도 20여개, 여기에 신생 브랜드 및 확인되지 않은 업체까지 포함하면 최소 30여개 이상의 업체가 막걸리 관련 프랜차이즈를 전개하고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예비 창업자들조차 헷갈릴 정도의 유사한 컨셉. 브랜드명은 물론 외부 간판, 인테리어, 심지어는 메뉴명에 이르기까지 거의 판박이 수준에 가까워 고객 입장에서는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어느 것이 진짜 ‘원조’인지 구별해 내기 힘든 수준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청송’ 또는 ‘얼음막걸리’를 사용한 브랜드다. 97년 대구에서 출발, 현재 전국 규모로 성장한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의 브랜드명을 빗댄 ‘속이찌릿 청송얼음골막걸리’ ‘화로불속 청송얼음골막걸리’ ‘불로 청송얼음골막걸리’ ‘참眞 청송얼음골막걸리’ 등 비슷한 이름의 업체들이 쏟아져 나오며 가맹사업을 펼치고 있다.
‘청송’이라는 지역명이 상표권으로 등록될 수 없다는 점을 악용, 최근 막걸리 전문점의 상승세를 등에 업은 채 원조 브랜드의 인지도를 이용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지역을 불문한 채 하룻밤 사이에도 수 개의 업체가 문을 여는 치열한 경쟁 탓에 한 골목에 ‘진퉁’과 ‘짝퉁’이 나란히 들어서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차별화 컨셉으로 경쟁력 키워야
유사 프랜차이즈 업체의 난립에 따라 브랜드 컨셉을 명확히 하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타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에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겸비했다면 금상첨화. 이같은 현상은 기존에 주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운영중인 업체가 후속 브랜드로 막걸리 관련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탁사발 퓨전대포집은 지난달부터 ‘탁사발 얼음막걸리’라는 종전 이름 대신 ‘탁사발 퓨전대포집’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다. 브랜드명에 포함된 ‘막걸리’라는 단어가 전문점 이미지를 연상, 막걸리 성수기인 여름을 제외할 경우 매출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오픈하는 신규 점포는 물론 기존 점포의 간판 교체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를 아우를 수 있는 퓨전 대포집이라는 컨셉에 막걸리를 미끼메뉴로 내세운 시기적절함을 경쟁력으로 삼은 셈이다.
낮에는 뚝배기 메뉴를, 밤에는 탁배기(막걸리) 메뉴를 판매하는 뚝배기탁배기는 이모작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케이스다. 이모작 운영의 성공 비결은 시간대별 메뉴의 확실한 차별화로 순두부 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점심과는 달리 저녁에는 탁주에 어울리는 별도의 안주류를 제공함으로써 ‘밥집도 술집도 아닌’ 애매모호한 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냈다.
짚동가리쌩주는 막걸리 또는 동동주라는 이름 대신 생주를 빗댄 ‘쌩주’라는 명칭을 브랜드화 함으로써 독특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간판 메뉴인 짚동가리쌩주는 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주 특유의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가장 큰 특징. 마케팅 역시 막걸리 전문점이 아닌 ‘쌩주집’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주)리치푸드 여영주 대표가 말하는 짚동가리쌩주의 경쟁력도 바로 주류의 고급화·차별화 전략이다. 100% 우리쌀로 빚은 짚동가리쌩주를 기본으로 죽마고우쌩주, 쌩막걸리 등으로 주종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야구르트, 석류, 복분자쌩막걸리 등 막걸리 칵테일을 개발, 트렌드에 건강까지 접목시켰다.
여 대표는 “짚동가리쌩주의 브랜드 전략은 막걸리 시장의 블루오션 창출”이라며 “타 브랜드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상품에 건강과 웰빙을 접목, 트렌드에 부합코자 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 중심으로 정리될 것
최근의 막걸리 전문점 열풍에 대해 대다수 관계자들은 “오는 겨울이 승부처”라고 입을 모은다. 여름 성수기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주류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드는 겨울철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며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얘기다. 증가세가 빨랐던 만큼 하락세 역시 눈에 띄게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일부 매장 폐점이 아닌 시장 전체의 축소다. 주류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던 아이템 자체가 순식간에 공멸, 결국은 반짝 인기로 판명되고 마는 결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트렌드에 편승해 성급하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인 일부 업체의 경우 이같은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소주와는 달리 여름철 선호도가 유난히 높은 막걸리나 맥주의 경우 위험부담도 그만큼 커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막걸리 전문점의 경쟁력 강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주 메뉴 즉, 주류와 안주 메뉴의 퀄리티 강화로 ‘막걸리’를 메인으로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인 품질 관리로 양질의 주류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 업체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자사만의 막걸리를 생산·공급, 여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좋은 예다. 안주류 역시 무조건 싼 가격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겨울철을 앞두고 탕, 찜류 등의 따뜻한 메뉴를 보강한다면 비수기 매출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다.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
일평균 3개 매장을 오픈하며 빠른 속도로 매장수를 늘려가고 있는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는 97년 대구에서 시작, 현재 전국적으로 350개 매장을 운영중인 ‘원조’ 업체다. 서울 본사와 함께 전국 9개 지사를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지역 분포도도 고른 상태. 현재는 서울과 경기 지역 매장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후발 브랜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막걸리 맛이다. 경북대학교 미생물학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막걸리를 영천 양조장으로부터 독점 공급, 차별화 된 맛을 제공한다. 열 처리를 하지 않은 생주로 신선함이 살아있을 뿐 아니라 현대인 입맛에 맞게 텁텁함을 줄이고 톡 쏘는 맛을 강조해 젊은층과 여성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청송얼음막걸리(3000원)와 함께 붉은 누룩인 홍국을 사용한 홍국 얼음막걸리(3000원), 동동주(5000원) 등 총 4종의 막걸리를 판매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브랜드명를 도용한 유사 프랜차이즈의 난립. 이에 따라 사업 개시 후 단 한 차례도 광고나 홍보를 진행하지 않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 들어 일간지 전면광고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가 원조임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탁배기 한사발
올 초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11개 매장을 운영중인 「탁배기 한사발」은 본사 중심의 원팩 시스템과 독특한 메뉴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스탄산 막걸리, 컬러 막걸리, 폭탄 막걸리 등의 칵테일 메뉴. 생 막걸리에 탄산을 주입, 톡 쏘는 맛을 강조한 아이스탄산 막걸리는 일반 막걸리에 비해 부드러운 목넘김과 시원한 청량감으로 지난 여름 큰 인기를 얻었다.
가장 독특한 것은 폭탄 막걸리라는 이름의 매운 막걸리다. 외식업계를 강타했던 매운맛 열풍에서 착안한 것으로 천연 성분의 매운맛을 첨가해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이곳만의 간판 상품을 탄생시켰다. 이들 3종의 막걸리는 주전자나 대접이 아닌 유리잔에 제공해 특유의 색감을 강조하고 있다.
가격은 잔당 1500~2000원 선. 칵테일 막걸리와 함께 생막걸리(한 주전자 3000원) 등 총 4종의 막걸리 메뉴를 판매한다.
중앙 공급식 물류 시스템으로 가맹점주의 운영 편의를 극대화한 것도 경쟁력이다. 막걸리를 포함한 안주류 일체를 원팩 상태로 각 매장에 공급, 매장에서 일일이 조리할 필요가 없어 초보자라도 손쉬운 운영이 가능하다.
(주)천상천하프랜차이즈 장정용 부장
트렌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 필요
“고객 니즈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이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탁사발 퓨전대포집을 운영하는 (주)천상천하프랜차이즈의 장정용 부장은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막걸리 프랜차이즈가 자칫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을 우려,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부수적 요소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객이야 다른 아이템을 찾아가면 그만이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특정 아이템의 인기가 시들해진다고 바로 업종을 전환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막걸리집이라 해도 메뉴구성이나 인테리어 등 단순히 막걸리 하나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를 미끼 메뉴로 활용할 수 있는 융통성을 부여하는 것이 좋은 예다. 계절 또는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만 변화를 준다면 식상함을 줄이고 보다 새로운 이미지로 어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메뉴개발도 마찬가지다. 메인이 되는 주류 또는 안주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메뉴개발을 통해 다양한 메뉴군을 보유, 정기적인 메뉴 보완 작업을 거쳐야만 브랜드 차별화와 함께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06-11-16
갈수록 늘어나는 막걸리 전문점
허름한 막걸릿집이요? 옛말이에요
에스프레소-수삼-코코넛 막걸리까지
환하고 깔끔한 실내 카페같은 주방
뷔페-일식집에서 막걸리전문점으로
세상은 돌고 돈다지만, 막걸리가 이렇게 돌아올 줄 누가 예상했으랴.
땅값 비싼 지역의 유명 음식점들이 막걸리 전문점으로 속속 탈바꿈하는가 하면, 팔도 유명 막걸리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서울 목동에서 해산물 뷔페로 이름을 떨치던 '스펀지(SPONGY)'는 최근 막걸리를 전면에 배치한 다이닝바 '스펀지 플러스'로 탈바꿈했다. 일식, 양식, 중식 코스요리를 다루면서 20가지 팔도 막걸리를 갖춰 손님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연꽃으로 빚는 76년 전통의 '백련막걸리', 팔공산 천연수로 만드는 '불로막걸리', 무형문화재 송명섭 선생이 직접 농사지은 찹쌀로 만드는 '송명섭막걸리', 무형문화재 강석필 선생이 빚는 '참살이막걸리', 민속주 1호로 지정된 250년 전통의 '산성막걸리', 순천쌀로 빚는 '팔마막걸리', 진천쌀로 빚는 '덕산막걸리' 등 없는 게 없다.
메뉴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박정희 대통령 막걸리'.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고, 술독을 보초병이 지켰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유명세를 탄 배다리술도가의 막걸리다.
스펀지 플러스의 최병일 대표는 "건강과 고향을 마신다는 컨셉트로 막걸리를 내세웠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 처음엔 고향의 맛으로 마시다가 나중엔 막걸리 자체의 맛에 빠지는 것 같다"면서 "대부분 고향의 맛을 찾기 때문에 막걸리 시키는 걸 보면 어느 지역 출신인지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손님들이 막걸리 50%, 소주 30%, 맥주 20% 비율로 찾을 만큼 막걸리는 이미 대세"라고 덧붙였다.
어차피 추억에다 초점을 맞춘 만큼 DJ박스까지 만들었다. 레코드판을 2000여장이나 갖췄으니 웬만한 음악다방은 저리 가라다. 김추자나 이장희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서울 홍대앞에서 일식집으로 20년간 뿌리내려 온 '친친'은 요즘 막걸릿집으로 더 유명하다.
1년 전 정통 일식을 퓨전 일식으로 돌려 안주로 만들고, 그 위에 막걸리를 놨다. 막걸리는 태인막걸리, 가막막걸리, 배혜정막걸리 등 15가지 명주를 택했다. 막걸리 맛에 익숙하지 않은 20대 대학생의 입맛을 잡기 위해 '칵테일 막걸리'도 개발했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섞은 '에스프레소 막걸리', 멜론을 갈아 넣은 '멜론 막걸리', 수삼을 갈아 넣은 '수삼막걸리', 인도차이나에서 코코넛 액을 수입해 혼합한 '코코넛 막걸리'가 있고, 막걸리를 얼려 슬러시처럼 뽑아낸 '셔벗 막걸리'도 있다.
역시 홍대앞에 자리 잡고 있는 막걸릿집 '더 막걸리'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흔히 막걸릿집 하면 허름한 천장과 벽, 낡은 탁자와 의자, 질그릇 등을 연상하지만, '더 막걸리'에 들어서는 순간 이 같은 영상은 싹 지워진다.
환하고 깔끔한 실내, 카페를 떠올리게 하는 주방, 막걸리와는 너무나 안 어울릴 것 같은 와인잔…. 전통 막걸릿집 분위기 나는 건 칠판으로 꾸며 각종 막걸리에 대한 설명을 분필로 적어 둔 한쪽 벽면 정도다.
굳이 전문점이 아니라도 요즘은 어느 식당에 가도 막걸리를 취급한다.
소주나 맥주와는 달리 보관에 불편함이 있고, 유통기한이 짧아 식당들이 취급을 꺼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걸리가 대세가 되고 찾는 손님이 늘면서 식당 냉장고에는 막걸리가 비중 있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양평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귀례씨(57)는 "식당 한 지가 15년도 넘었는데 요즘 들어 이상하게 막걸리 찾는 손님이 많다"면서 "처음엔 손님이 찾을 때마다 근처 가게에 뛰어가서 사오곤 했는데 이제는 아예 몇 짝씩 들여놓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고급화를 지향하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식당이나 그늘집조차도 막걸리는 필수구비 품목이 됐다.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은 아예 클럽하우스 앞에 포장마차를 열어 막걸리와 파전을 팔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간 판매한 막걸리가 7500병이 넘는다 하니 내장객들의 취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2009-11-22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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