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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소음〕‘진상’에서 ‘우수단골’로 신분격상… ‘카공족 대접’ 달라졌다

Paul Ahn 2017. 8. 24. 14:36

〔백색소음〕‘진상’에서 ‘우수단골’로 신분격상… ‘카공족 대접’ 달라졌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824000143

 

-대학가 등 카페 내 공부 명당, 이른 시간 만석 

-카페 공부 비용도 도서관과 비슷하거나 저렴

-카공족 메뉴개발, 좌석 재배치…카페들도 변화중 

 

그동안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은 제일 싼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진상손님’으로 눈총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물론 동네 소형 카페들까지도 이들을 위한 1인용 테이블과 좌식 좌석, 충전용 콘센트 등을 설치하는 등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 신촌, 강남 등 대학가와 대형학원 밀집지역으로 유명한 곳에 위치한 카페에선 카공족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카페가 오픈한지 얼마 안됐지만 매장 내 인기 좌석으로 통하는 1인석과 좌식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공부중인 카공족의 모습. [사진=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근처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대학생 박모(22ㆍ여) 씨는 “오전 11시만 넘어도 벌써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공부할 수 있는 콘센트 좌석이나 1인석 등 인기 좌석은 꽉 차기 마련”이라며 “노트북 활용이 많은 토플공부의 특성상 엄숙한 분위기가 대부분인 도서관보다 약간의 소음이 항상 있는 카페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 최모(24ㆍ여) 씨는 “도서관에 가면 긴 시간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식사시간만 되면 식당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평소엔 커피를 마시며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점심ㆍ저녁식사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보니 카페를 애용한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약간의 잡음, 전화통화 소리 등 일명 ‘백색소음’도 카공족을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일부의 지적과는 달리 비용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카공족들의 설명이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7) 씨는 “도서관 등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해결하면서도 도서관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걸 감안하면 카페가 더 효율적”이라며 “카페 음식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요즘 일반 식당도 그리 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카페들 역시 카공족 유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 위치한 한 스터디카페의 모습. 집중력을 높이는 백색소음기까지 설치돼 있다.

[출처=더스페이스몰입 페이스북]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가장 먼저 변화하고 있다. 커피 본연의 맛에 충실하자는 의미에서 콘센트와 무선인터넷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던 한 유명 커피브랜드는 최근 콘센트와 와이파이(Wifi) 설치를 확대 중이다. 또 다른 유명 커피브랜드 역시 커피나 차와 같은 음료뿐만 아니라 빵류, 샐러드류 등의 식사대용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프와 파스타류, 브런치 세트 등 식당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45) 씨는 “최근엔 프랜차이즈 카페는 물론이고 소형 카페들까지도 콘센트와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은 기본이고, 도서관과 같은 분위기의 좌석을 많이 확충하는 추세”라며 “카공족이 자리잡으면 단기적으로는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커피를 추가 주문하거나 식사 대용 메뉴들을 시켜먹는 것을 감안하면 매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42) 씨는 “보통 카공족들은 한번 마음에 든 카페를 지속적으로 오는 경향이 있다”며 “카공족이 충성도가 높은 고정고객이란 점도 카페들이 이들을 겨냥한 메뉴 개발과 마케팅에 나서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2017-08-24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