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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식당 / 다금바리

Paul Ahn 2019. 2. 18. 08:22

진미식당 / 다금바리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호동 1445-2

 

 

◇대한민국 다금바리 특허 1호 진미식당 강창건 사장

 

“오감으로 느끼는 생선회의 맛은 예술 그 자체입니다

오직 ‘맛있는 회, 다양한 회’를 만들기 위해 23년을 바친 제주 진미식당의 강창건 사장. 그가 다금바리 한 마리에서 20여 가지의 맛을 찾아내 조리하는 기술로 ‘대한민국 다금바리 특허 1호’라는 영예를 얻었다. 제주에서 태어나 늘 바다, 생선과 함께 한 강창건 사장. 거친 듯 한없이 푸근한 바다, 그 푸른 바다와 닮은 강창건 사장을 만나 생선회와 함께 한 23년 인생을 들어봤다.

 

 

 

우리는 쇠고기를 먹을 때 본인이 원하는 부위를 선택한다. “꽃등심 혹은 차돌박이 주세요라고 말하지쇠고기 주세요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를 먹을 때는 다르다. “광어요, 돔이요라고 하지광어 뱃살주세요, 돔 볼살이요라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처럼 육류는 한 마리에 다양한 부위가 있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생선에도 어떻게 칼질을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부위로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라 했던가. 생선도 쇠고기 못지않게 다양한 부위로 나눌 수 있으며 또 각 부위별로 다른 맛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가 있다.

 

올해로 23년째 제주도에서 다금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진미식당(진미본가)」의 강창건 사장(52). 강 사장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다금바리 회 조성물 및 그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현재 생선과 관련된 국내 발명 특허는 12개뿐이며 대부분 신선도 유지와 관련된 기술적인 것들로 생선 한 마리로 다양한 조리법에 대한 특허를 받은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어느날 TV를 보다가 쇠고기는 99가지 부위로 구분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이거다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생선을 부위별로 구분하기 시작했죠. 조미료 하면미원’, 라면하면삼양라면을 떠올리듯 다금바리 하면진미 강찬건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2002년 출원신청 이후 4년여 만에 그는 결국다금바리 장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지난 23년 동안 생선만을 만지고 본 그의 손과 눈, 그리고좀 더 맛있는, 좀 더 다양한 회를 먹게 하자는 그의 노력이 더해져 지금의 다금바리 장인이 된 것이다.

 

 

다금바리 한 마리에서 20여 가지 부위를 만들다

 

강 사장의 다금바리 회 뜨는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족관에서 힘차게 펄떡이는 다금바리를 잡아 올려 날카로운 꼬쟁이로 정확하게 뇌를 쳐 뇌사시킨 후 심장부위를 절개해 피를 제거한다.

 

그런 다음 다금바리의 배부분을 개복해 내장을 떼어내고 머리와 등뼈로부터 몸통살을 분리해 낸다. 우리가 흔히 회로 먹는 몸통살은 기름기가 풍부해 담백한 껍질 쪽 부위와 부드러운 가운데 부위, 그리고 근육이 있어 다소 질긴 맛이 특징인 등뼈쪽 부위로 구분한다.

 

이 밖에 머리 볼 부위에서 분리하는 볼살을 비롯해 날개살, 입술살, 혓바닥살, 목줄기살, 갈비살, 껍질, 눈 등 다금바리의 크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대 20가지 부위로 분리한다.

 

살아있는 다금바리를 잡아 20여 가지 부위로 구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20.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부위들 중에는 미세하게나마 살을 움직이는 것들도 있을 정도다.

 

정확히 뇌를 찾아 뇌사를 시키고 심장을 찾아 피를 빼고, 20여 가지 부위로 구분하는 이러한 작업은 다금바리의 몸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떼어낸 부위 중 간, 대창들과 껍질, 입술살, 혓바닥 등은 뜨거운 물에 데쳤다가 급냉시키며 등뼈는 오이와 함께 김에 돌돌말아 먹기좋게 썰어낸다. 비늘은 물에 여러번 씻어 검은색을 벗긴 후 물에 오랫동안 끓였다가 식혀 묵을 만들거나 튀겨내기도 한다(15㎏ 이상되는 다금바리만 가능). 크기가 7~10㎏ 이상인 다금바리에서 빼낸 눈알은 은박지에 싸 끓인 후 찬물에 담갔다가 낸다.

 

 

23년 간 신뢰와 노력으로 운영하다

 

강 사장이 식당을 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다. 80년대 초 제주도를 상대로 서양인 전용 민박가옥을 지정했는데 마침 강 사장이 살던 집이 추천, 국민주택융자가 150만원이었던 시절 5배가 넘는 762만원을 융자받아 개량주택을 지었다. 그러나 정작 서양인 보다는 국내 관광객들의 민박집으로 이용되면서 그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거나 밥을 지어주며 푼돈을 벌었다.

 

그러던 어느날 수녀님 몇 분이 지나가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라면을 끓여 줄 수 있냐 해서 라면을 끓여 냈더니아예 식당을 해보지 그래요라는 것이었다. 그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꿨다.

 

바로 테이블 3개를 놓고 식당을 차렸다. 메뉴는 회부터 매운탕, 자장면에 이르기까지 요리란 요리는 모두 했다. 이러한 형태가 당시 제주도에 있는 식당들의 특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식당이 잘 될 리 만무했다. 결국 28일만에 문을 닫았다.

 

모든 메뉴를 없애고 오직 회만 전문적으로 하기로 했다. 아마추어식으로 회를 썰고 매운탕을 끓여냈지만 절대 양을 속이지 않고 많이 주는 데다 아내가 끓이는 매운탕 맛이 좋아 조금씩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그 후 매일 저녁, 제주 시내에서 유명하다는 일식집과 횟집은 모조리 다니며 손님으로 가장한 채 주방장들에게 돈을 찔러줘가며 회에 대해 공부했으며 집에 와서는 귀동냥, 눈짐작으로 본 것을 실습했다. 판매하는 어종도 다금바리, 갯돔, 전복 등 고급 어종으로 바뀌어갔으며 생선회 양을 속이지 않고 줘 양이 많다는 소문이 돌면서 손님들이 더욱 늘어났다.

 

양에 대한 정직함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1㎏짜리를 주문했는데 무게를 달아보니 0.9㎏라면 손님에게 미리 말하고 해당 무게만큼의 가격을 깎아준다. 1㎏가 넘으면 그때 역시 손님에게 말한 후 해당 무게만큼의 값을 더 받거나 고객이 원치 않으면 그만큼을 덜어낸다.

 

진미식당의 또 한 가지 성공원인은 바로진미식당에서 만큼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다는 경영방침 때문이다. 양이 많지 않은 부위도 오는 손님 수에 맞춰 한점씩은 맛보게 해 지위가 낮다고, 또 어리다고 좋은 회를 먹지 못하는 법이 없게 했다. 매운탕과 지리를 상 위에 올려놓고 끓이지 않고 주방에서 끓여 1인용 그릇에 똑같이 담아주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물론 뼈를 푹 끓여 만드는 이곳 지리의 특성상 센불이 필요해 주방에서 끓여내는 이유도 있다.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회를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회의 온도변화를 최대한 막기 위해 맨손으로 생선을 잡지 않으며, 수족관에서 건져낸 생선이 퍼덕이는 동안 피멍이 든다는 것을 발견하곤 바구니에 스폰지를 깔아 충격을 최소화했다. 쿨팩을 만들어 회접시 위에 깔아 찬기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수족관에 음악을 틀어줌으로써 생선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다.

강 사장은 또 다른 다금바리 메뉴 개발에 열심이다. 흔히 버리는 다금바리 꼬리와 날개의 끝부분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혀로 느끼는 회의 참 맛, 아들에게 전수하다

 

“간혹 회를 맛있게 썰려면 몇 cm로 썰어야 합니까?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혀 두께로 썹니다라고 말합니다.”

음식은 먹는 사람의 혀에 따라 느끼는 맛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란다. , 맛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강사장은 회 역시 맛있는 두께가 따로 있다기 보다는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두꺼운 것이 맛있을 때도, 혹은 얇은 것이 맛있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진미식당은 강 사장의 아들인 강경석 씨가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해 다금바리 기술을 열심히 전수받고 있다. 진미식당을 방문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영부인이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조리사가 돼서 대를 잇겠다고 말했던 중학교 1학년 꼬마가 벌써 24살 청년으로 성장해 아버지의 든든한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쇠고기는 99가지 맛을 낸다고 했다.

 

그럼 생선은 몇 가지 맛을 내나….

나는 가벼운 흥분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펄떡거리는 갯돔 한 마리를 잡아내 칼을 대기 시작했다.

원래는 몸통에서 살을 발라내 회를 뜨고 나머지 부분으로는 매운탕을 끓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나 역시 늘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 방법에 있어 가타부타 따질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처럼 아흔아홉은 아니라도 무심코 뭉뚱그려 베어내고 한꺼번에 끓여내는 자투리에도 분명히 골고루 다른 맛은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칼이 닿는 부분마다 구별을 해내기 시작했다.

 

예전에 무심코 버렸던 생선껍질도 한켠에 버리지 않고 두었다.

지느러미나 아가미도 따로 썰어서 분류를 하였다.

확실히 지느러미나 아가미는 다른 맛이 나는 것 같았다.

하얀 지느러미를 가늘게 채썰어 놓으니 씹는 맛이 유별났다.

정상을 꿈꾸는 사람들(유세미 저)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