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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스토어〕그곳에 가면 쓰고 싶다.

Paul Ahn 2019. 7. 3. 08:23

〔컨셉스토어〕그곳에 가면 쓰고 싶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16067.html

 

필기구 애호가·수집가들이 찾는 숍들

모나미 콘셉트스토어·오벌·흑심·에이셔너리 등

빈티지풍·감각적 디자인·기능성 필기구 가득

 

 

 

생필품 하나하나가 귀하던 시절. 선생님이 몽당연필 한 자루씩 나눠 주면, 종이를 말아 빳빳하게 만든 대에 끼워, 더 깎을 수 없을 때까지 아껴 깎아서, 침 묻히고 코 묻히며 눌러쓰고 또 쓰던 시절이 있었다. 어렵던 시절은 추억으로 남고, 이제 언제 어디서나 형형색색 가지가지의 펜들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추억 속에서 나만의 연필, 나만의 볼펜 한 자루를 다시 끄집어내 오래된 사연 담긴 글을 써볼 수는 없을까.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필기구로, 편지·일기·메모 쓰고 싶은 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들이 꽤 있다.

 

펜보다 온갖 전자기기의 자판을 사용해 글을 쓰고 메모하는 시대다. 해마다 필기구 찾는 이들이 줄면서 전국 문구점 수도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차별화된 품목과 운영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소규모 문구점들이 적지 않다. 소규모 매장이면서도 차별화된 상품, 개성적인 인테리어 등으로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 문구점들을 소개한다. 필기구 애호가·수집가들의 발길이 잦은, 작고 알차고 예쁜 연필가게들이다. 이들 매장 주변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아 나들이 하기에도 좋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모나미 컨셉스토어.

 

볼펜·사인펜에서부터 연필·만년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실용적인 필기류를 한자리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가면 된다. ‘디디피’ 살림터 살림1관(1층)에 필기구 업체 모나미의 ‘모나미 콘셉트스토어’가 있다. 2호선·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에서 2분 거리다. 모나미는 1963년 국내 첫 볼펜인 ‘모나미 153’을 출시한 이래, 50년간 전세계에 36억 자루를 판매해온 한국의 대표적 필기구 업체다.

 

 

 

 

 

지난해 문 연 이곳은 판매장이라기보다는 필기구 체험장에 가깝다. 아담한 규모의 매장에 모나미가 생산하는 모든 필기구를 품목별로 살펴보고, 직접 써본 뒤에 고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진열해놓았다. 갖가지 캐릭터로 장식한 볼펜·샤프펜슬·사인펜류에서부터 소장용의 금장 볼펜까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청소년들과 20대 학생들의 발길이 잦다.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곳이 ‘모나미 153 디아이와이(DIY) 볼펜’ 코너다. 볼펜의 심과 몸체·부품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14가지의 색깔과 디자인 중에서 골라 조립해 살 수 있게 했다. 월~금 오전 10시~오후 9시, 토~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운영.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엔 이 매장이 아니더라도 문구류·생활소품·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시설이 모여 있어 소소한 쇼핑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디자인플라자 일대는 저마다 개성적인 옷차림의 국내외 젊은 남녀들이 몰려드는 ‘패션 전시장’이기도 하다. 동대문운동장·야구장 터에서 나온 조선시대 한양도성 흔적과 집터 등도 살펴볼 수 있다. ‘모나미 콘셉트스토어’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안에도 마련돼 있다.

 

 

홍대 앞 오벌.

 

고급 빈티지 문구류 전문점 홍대 앞 ‘오벌’

나만의 특별한 필기구와 노트류 등을 소장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는 홍대 앞(서교동)의 ‘오벌’이 꼽힌다. 2호선 경의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10분 거리다. 경의선 폐철로 구간에 조성한 ‘경의선 숲길공원’ 산책을 겸해 찾아볼 만한 곳이다.

 

 

 

 

 

주택가·상가가 섞인 뒷골목 3층(2층 건물의 옥상)에 자리 잡은, 세련된 인테리어의 아담한 문구점이다. 2008년에 문 연 이래 줄곧 외국 고급·빈티지 문구 제품들을 취급해온 곳이다. 여느 문구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색 있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외국 브랜드만을 선보인다.

 

미국 ‘오토포인트’의 연필 등 필기구와 지우개, 프랑스 ‘칼레피노’의 노트류, 일본 ‘페하’(PH), 그리고 ‘포스탈코’의 노트류와 필기구 등 20여개의 외국 문구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다. 3000원부터 5만~6만원대의 연필 등 필기구를 고를 수 있다. 오래된 빈티지 연필과 필통, 연필깎이 등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고가의 연필·문구류 애호가·수집가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벽면과 탁자, 칸막이, 그리고 조명 시설 등을 이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꼭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기보다 구경 삼아 찾는 이들도 많다. ‘오벌’에서 취급하는 물품을 소개하는 누리집이 있으나, 판매는 가게에서만 한다. 목~일요일 오후 1~8시 운영.

 

 

홍대앞 흑심.

 

빈티지 연필들만 파는 홍대 앞 ‘흑심’

이웃한 연남동에는 빈티지 연필만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디자인 쇼룸 ‘누벨바그125’(3층) 안의 연필 매장 ‘흑심’이다. 디자인 작업·전시 공간 한 귀퉁이에 마련한 작은 연필 코너지만, 국산 연필에서부터 독일 ‘버펄로’, 일본 ‘미쓰비시 연필’ 등 국외 연필들까지 300여종의 빈티지 연필들을 판다.

 

 

 

 

 

취급 연필의 90% 이상이 수십년 전에 선보인 빈티지 제품들이다. 1940~50년대에 생산된 철판에 쓰는 연필, 1920년대에 나온 미국 ‘에버하르트 파버’ 연필도 살 수 있다. 1906년 미국에서 생산된 연필깎이(비매품)도 있다. 연필 가격은 대개 2000~9000원 선이다. 철판을 자를 때 사용하는 7H, 8H 등 강도가 매우 높은 연필들은 일반 종이엔 글씨가 써지지 않는다. 글씨를 쓴 뒤 물을 뿌리고 종이를 눌러 복사하는 데 쓰던 1940~50년대의 ‘카핑 연필’도 있다.

 

‘흑심’ 대표 박지희(생활소품 디자이너)씨는 “직업상 연필을 많이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취미로 빈티지 연필들을 수집해오다 매장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토요일 오후 2~7시 운영.

 

 

서초동 에이셔너리.

 

수입 문구류 전문 서초동 ‘에이셔너리’

강남구 서초동의 ‘에이셔너리’도 젊은층의 발길이 이어지는, 작지만 ‘핫한’ 문구류 판매장이다. 종이회사인 ‘두성종이’가 지난해 3월 개점해 운영 중이다. 주로 일본·미국에서 수입한 필기구와 노트류를 판다. 노트·메모지 등 일부 자체 제작한 것도 있다. 연필은 2000~9000원, 볼펜은 2000원짜리부터 13만원짜리까지 다양하다.

 

 

 

 

 

 

 

비싼 것은 기능성 펜들이다. 13만원짜리는 미국에서 생산된 ‘탄피 볼펜’이다. 실제 소총 탄알의 탄피를 활용해 제작한 볼펜이다. 매장 직원은 “일부 탄피 볼펜에선 실제로 화약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했다.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페이스 펜’(11만원·미국산)도 있다. 무중력 상태나 물속에서도 필기가 가능한 펜으로, 실제 ‘나사’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길이를 재는 자와 수평계, 드라이버, 스마트기기 터치 기능을 갖춘 건축사용 펜·샤프펜슬(미국산)도 있다.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운영.

 

2017-10-25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Pen

펜. 종이 따위에 글씨를 쓰는 필기구. 깃털이라는 뜻의 라틴어 ‘펜나’(penna)가 어원이다. 스마트 시대, 펜은 ‘기록’의 역할을 디지털 기기에 넘겨줬다. 어느새 펜은 취미, 놀이, 장식, 감상의 대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