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좋은글

〔다름〕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

Paul Ahn 2020. 4. 13. 10:24

〔다름〕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

http://www.nethyangki.net/theme/neth/03/video02.php?bo_table=video01&rec_mail=y&wr_id=1226&category=소통/대인관계

 

심리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이남석입니다.

오늘은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이라고 하는 말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말들이 언제부터 나왔는지를 잘 보셔야 합니다. 감성 지능(EQ)가 중요하다는 말이 한번 유행처럼 지나갔지요. 그리고 좌뇌형, 우뇌형 인간이라는 말이 퍼졌습니다. 마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전에 과학적으로 발견된 좌뇌와 우뇌의 역할을 과장되게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원래 어떤 사람을 좌뇌형 인간이니 아니니 단정 짓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대뇌피질은 독립된 두 반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 반구는 뇌량(일종의 뇌의 다리)으로 연결되어 있지요. 이 뇌량 덕분에 정상인들은 두 반구(좌반구와 우반구)의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간질 환자의 경우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뇌량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습니다. 그 결과 정상인에게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을 보여줍니다. 간질 환자 뿐만 아니라 사고를 당한 환자를 통해서 비교 연구를 한 결과 좌뇌와 우뇌의 역할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좌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 수학적 추리, 이해와 관련이 있는 뇌입니다. 즉 좌뇌는 주로 언어적 측면이 많습니다.

이에 비해 우뇌는 비언어적인 작업이나 공간지각, 추상적인 생각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창의적 생각을 많이 하자는 취지로 우뇌를 강조하는 풍조가 생겼지만 이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현상을 이분법적으로 범주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유용한 것이 아니면 해로운 것 등입니다. 왜냐하면 이분법적으로 사고를 하면 상황을 단순하게 볼 수 있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화하다 보면 상황을 왜곡되게 이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좋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좋은 약도 너무 많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운동도 너무 과하게 하면 건강을 오히려 더 해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애매하게 이야기하면 세상의 일들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어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분법적 사고를 합니다. 좌뇌형 인간, 아니면 우뇌형 인간이라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것도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귀찮아하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좌뇌와 우뇌의 차이에 대해서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연구를 한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조차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으로 나누는 것은 반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인지처리의 오묘함이었지, 단순함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좌뇌는 언어와 논리, 우뇌는 공간지각과 추상화로 두부 자르듯 확 나눠지지 않습니다. 우뇌에도 언어와 논리를 담당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단지 세부적이고 지엽적 정보처리는 좌뇌가 비교적 우세합니다. 그리고 전체적 정보처리는 우뇌가 다소 우세하지요. 하지만 이것 역시 어떤 과제를 주느냐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사고로 좌뇌를 거의 잃은 사람의 경우에도 남아 있는 우뇌를 통해 언어처리와 공간지각 등 일상생활을 거의 정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뇌와 좌뇌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라면 좌뇌의 기능을 잃어버리면 언어처리는 불가능해야 하는 것이지요. 원래 각 반구에 나눠져 있다고 생각한 정보처리 양식은 다른 쪽에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이것이 생존을 주요 목적으로 뇌가 진화를 하다 보니 생긴 결과라고 보는 진화심리학자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좌뇌와 우뇌의 역할 구분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아주 유연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도 있습니다. 뇌의 특정 부분만 더 활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즉,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은 없는 것입니다.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