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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텍트〕유통업계, 무인점포 형태로 진화

Paul Ahn 2020. 2. 26. 08:20

〔언텍트〕유통업계, 무인점포 형태로 진화

http://www.foodba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241

 

혼자 하는 게 편해요 '비대면서비스'

외식업계, 월150만원 인건비 대신 렌탈료 10만 원으로 해결

“국내선 소비자의 편의 보다 인건비 절감에 초점 맞춰져”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요즘이지만 일상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스마트폰의 등장이후 바뀌게 됐다. 이른바 모바일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결합된 4차 산업혁명은 이른바 ‘초연결(Hyper-connection) 사회’를 불러왔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 심지어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 세상이 도래했다.

 

하지만 초연결이 주는 놀라운 편의성 이면에는 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급증했다. SNS 등으로 대표되는 불필요한 접촉과 연결이 급증하면서 현대인의 스트레스에 많은 원인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를 해소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비대면 접촉이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반대를 뜻하는 접두사 ‘언(un)’을 붙여 ‘언택트’라는 신조어로 불리기도 한다.

 

유통가를 시작으로 ‘언택트(Un-tact)마케팅’으로 불리며 화장품업계, 외식업계 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최저임금이 2년 새 30% 가깝게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언택트 마케팅의 확산을 더욱 부추겼다. 이를 통해 인력 효율화는 물론 나아가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파격적으로 절감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의 행보가 돋보인다. 지난해 ‘핸드페이(정맥결제시스템)’를 활용한 디지털 혁명 프로젝트를 잇달아 선보였다.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와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에 이어 인공지능 결제 로봇 ‘브니(VENY)’가 주인공이다.

 

사람의 신체 일부로 결제 가능한 바이오페이(BioPay)의 일종인 핸드페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켰고, 360도 자동 스캔 무인 계산대·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 등 최첨단 IT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편의점으로서 미래 유통 채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무인 편의점을 이용한 소비자들은 “계산 과정에서 말이 필요 없고, 현금이나 카드 없이도 손만으로 결제가 돼 정말 편리했다”며 “집 근처에도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전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지난 10월 울산 롯데시티호텔 1층에 4호점을 오픈했다. 최초의 로드샵 형태 매장으로 호텔 투숙객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도 경기도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SK가스와 함께 3자 협력 관계를 맺고 SK가스 경기태평양충전소 안산지점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설치했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앞으로 전국의 다양한 상권에 세븐일레븐의 미래형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행복충전소로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재밌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터치스크린 형식의 무인단말기인 키오스크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해 많은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사람이 주문 받는 것보다 더 신속하고, 착오가 생기는 일도 적어 점주와 고객 모두 키오스크의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KFC 등 많은 패스트푸드 매장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을 맞고 있다. 버기팅은 전체 매장의 70% 가깝게 키오스크를 도입했고, KFC는 지난 연말 일부 특수매장(야구장 등)을 제외한 전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최근 대형 패스트푸드점에서나 볼 수 있던 키오스크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동네’ 라면집이나 분식점 같은 일반 음식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 외식업 경영주는 “아르바이트를 쓰면 한 달에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이 월급으로 나가는데 키오스크를 렌탈하면 한 달에 10만 원이면 된다”며 “정산도 편하고 음식을 만들면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니 위생적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키오스크 업체들에 따르면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문의, 구매하는 외식업 경영주들이 대부분이다. 키오스크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연말이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다”며 “음식점 중심에서 요즘엔 스터디카페나 사우나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주문뿐만 아니라 배식과 퇴식까지 셀프로 진행해 운영의 효율성은 높이고 인건비 부담은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외식업 경영주들은 홀은 신경 쓰지 않고 주문 들어온 음식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주방 직원 없이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1인 식당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얻고 있다.

 

한때는 '고객은 왕'이라며 따라다니며 설명을 하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응대를 하는 등 업체들은 서로 누가 더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최대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방법들을 고안하기 위해 골몰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다.

 

패밀리레스토랑 도입 초기 무릎을 꿇고 응대를 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과 반대로 이제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뷰티업계의 사례가 이런 예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셀프, 헬프 바구니’를 이니스프리는 ‘혼자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구분하고 있다. 간섭없이 자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언택트 마케팅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이런 언택트 마케팅은 10~20대 젊은 층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들 세대는 매장 직원의 설명이나 추천보다는 온라인이나 SNS 등을 통해 제품 정보를 얻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직원의 추천보다는 각종 리뷰나 후기, 좋아요 수 등을 확인해 메뉴를 선택하고 제품을 확인하기에 직원들의 도움이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진다.

 

국내에서 가장 확실하게 자리 잡은 언택트 마케팅은 지난 2014년 5월에 도입된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다.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 방문 전 음료를 미리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누적이용 횟수만 5천만 건을 넘어서며 ‘합법적인 새치기’라는 애칭을 얻으며 사랑받고 있다. 특히 국내 지사에서 개발된 사이렌오더가 역으로 미국 본사는 물론 캐나다, 홍콩에서 활용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급된 비대면서비스는 대부분 소비자의 편의 보다는 경영주의 인건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패스트푸드점 이용시 노인, 장애인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브랜드에서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호출벨을 설치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외식업 특성상 유형의 상품뿐만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와 거기에 담긴 마음까지 함께 전하는 사업임을 고려하면 언택트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점 또한 공감을 얻는 대목이다.

 

실제로 사이렌오더를 성공시킨 스타벅스 역시 도입 초기 고객과의 공감형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본사의 우려가 높았다. 이에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고객의 닉네임을 불러주는 ‘콜 마이 네임’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9.1%가 ?인간관계가 피곤하다?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세영 기자

2019.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