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프리〕몸속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배출되지 않는다?
https://news.v.daum.net/v/20190605043300362
지구촌이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상 수거가 어려운 크기 5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점령하며 인류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생수와 지하수, 소금, 어패류 등 마시고 먹는 음식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에서도 검출돼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화장품에 사용된 마이크로비즈(microbeads)의 모습. (사진=그린피스 제공)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일까?
◇바다에서 시작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독성 문제는 해양쓰레기로부터 시작됐다.
연구에 따르면 물벼룩, 굴, 제브라피쉬(열대어) 등의 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생명체에 흡수돼 악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을 제브라피시를 통해 확인한 'Bioaccumulation of polystyrene nanoplastics and their effect on the toxicity of Au ions in zebrafish embryos' 논문. (사진=논문 캡처)
논의는 자연스레 인체유해성으로 이어졌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생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독성학을 연구하는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최진희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새로운 물질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이미 예전부터 우리 몸에 들어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아직 우리 몸 속 질환이 왜 증가하는지 모르는데 많은 부분이 화학물질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그중 하나가 플라스틱 그룹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은 각종 환경호르몬과 같은 화학적 독성과 함께 세포를 찌르거나 인체에 쌓여 영향을 줄 수 있는 물리적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생체실험은 세포 수준에서 연구 중인데 아직 독성 수준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물고기 배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조각. (사진=그린피스 제공)
그렇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감기 바이러스가 돌아다녀도 어떤 사람은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화학물질의 독성도 개인적 특성(유전적 특성 포함)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독성이 인체에서 문제를 일으킬 때는 실험실 환경과 다르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른 예로 특정 부위에 암이 생겼다고 가정했을 때 이 암이 특정 요인 하나로만 생겼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관여했을 것이고 거기에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화학물질의 독성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독성 여부가 '있다·없다'처럼 'O·X'로 말할 문제가 아니다"며 "얼마 만큼이라고 정형할 수 없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전북 부안군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20㎝ 크기 플라스틱 생수병이 발견됐다. (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환경독성학을 연구하는 박준우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지는 과정에서 뾰족하거나 예리한 형태로 부서질 수 있는데 이것이 인체에 물리적인 자극을 줘서 독성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는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물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한몫 한다.
두 번째는 환경호르몬이다. 플라스틱은 폴리머로써 용도에 따라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넣는데 대부분이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은 이미 생식계통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 역시 플라스틱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을 배출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는 미세플라스틱이 다양한 오염물질을 옮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플라스틱은 구조상 다양한 물질이 쉽게 달라붙을 수 있는데 이때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등을 함께 전달해 생물학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박 교수는 "우리 몸에 1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면 90%는 빠져나온다. 문제는 늦게 빠지는 것, 안 빠져나오는 것, 빠져나오는 것 중에 독성을 일으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이런 것들에 대한 답을 못 찾은 상태"라며 "당장 나노물질만 하더라도 10년 넘게 (연구를) 했는데 답을 못 찾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독성문제에 대해 "아직 근거가 없으니 성급하게 (무해하다고) 결론내리지 않지만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으니 경각심을 갖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인천대 김승규 교수 연구팀과 그린피스가 함께 연구한 천일염 속 미세플라스틱 양에 관한 자료.
(사진=그린피스 제공)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함께 전 세계 천일염 속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한 인천대 김승규 교수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 교수는 "실생활과 산업에서 많이 쓰는 플라스틱이 어떻게 생산, 유통, 폐기되는지 추적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전 세계인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을 해보는 게 어떨까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얼마 전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참여한 뒤 쓰고 있는 텀블러를 보여주며 "처음엔 불편했지만 뭔가를 하고 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현재 SNS에서는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이용하자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2019.06.05
박기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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