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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스프(BASF)의 루키즈(LuKids)

Paul Ahn 2019. 10. 23. 09:02

독일 바스프(BASF)의 루키즈(LuKids) / 직장어린이집

 

 

기업의 복지가 지역의 복지… 독일 바스프

http://news.donga.com/Society/3/03/20120423/45718521/1

 

세계적인 화학회사 바스프(BASF) 본사가 자리 잡은 독일의 남부 도시 루트비히스하펜. 이곳 바스프 공장의 규모는 도시 면적의 90%에 이른다. 도시 인구 16만 명 가운데 바스프 직원이 3만6000명이다.

 

직원 가족들까지 감안하면 ‘바스프가 루트비히스하펜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난 달 방문한 바스프 본사는 석유화학 단지의 특성상 공장과 회색 건물들로 빽빽했다. 그런데 이 ‘공장과 빌딩 숲’ 가운데 유일하게 푸른 숲으로 이뤄진 공간이 있었다. 사내 보육시설인 ‘루키즈(LuKids)’였다.

 

 

독일 루트비히스하펜에 있는 화학회사 바스프의 직장 보육시설 ‘루키즈’ 내부. 직원 자녀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다. 공장과 회색 건물들로 빽빽한 공간에 세워진 루키즈는 친환경 교육을 지향한다. 바스프 제공

 

도심 속 친환경 교육을 지향하는 루키즈는 2005년부터 공장 북부와 남부 두 곳에 각각 1, 2호를 두고 있다. 직장 보육시설을 만들고 싶어도 근처에 술집, 노래방이 있으면 허가받을 수 없는 국내 현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친환경 교육에 비상 보육시설도

 

생후 6개월부터 3세까지 직원 자녀 7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루키즈 건물 안으로 들어섰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교사 마리엘라 씨는 “야외에서 점심을 먹는 시간”이라며 거실 역할을 하는 ‘열린 공간(open area)’으로 안내했다.

 

실내의 모든 방은 야외 마당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아이들은 거실 옆 야외 공간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놀이터 모래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풀밭을 기어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뒷마당 축사에서 토끼를, 실내에서 달팽이를 키운다.

 

루키즈에서 직원 자녀들은 4개 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그룹당 3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맡는다. 교사 3명 중 한 명은 영어만 쓰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영어와 친해지도록 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놀이를 했고,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회사로부터 거꾸로 ‘보고’받는다. 근무시간에도 자유롭게 루키즈를 찾아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다. 마리엘라 씨는 “부모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으니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 왼쪽에는 비상 보육시설인 ‘루키즈 애드혹(adhoc)’이 있다. 자녀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다. 2008년 1월 문을 연 루키즈 애드혹의 이용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3세까지만 받아주는 루키즈와 달리 초등학교 학생까지 이용할 수 있다. 최근 해외지사에서 파견 나와 독일에 가족이 없는 직원들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좋은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현재 루키즈에 자녀를 맡기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자 지난해 바스프는 ‘모든 직원 자녀를 맡길 때까지 루키즈를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6월경에는 3호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체 수용할 수 있는 아이들은 250명까지로 늘어난다. 올봄 쌍둥이 출산을 앞둔 루키즈 담당자 산탈라 바워 씨는 “쌍둥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걱정했는데 두 아이가 6개월이 되는 연말에는 3호에 맡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보육 넘어 직원 생애주기 관리

 

바스프가 보육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직원만큼이나 회사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독일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몇 년 전부터 취업 가능한 젊은 인력이 줄어들자 바스프는 구인난을 절감했다.

 

바스프는 젊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직장을 선택하는 데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조사했다. 첫째가 보육이었다. 이 회사 홍보담당자인 호노라타 도바 씨는 “젊은 직원들의 지상(至上) 과제가 보육이라는 것을 깨달은 회사는 좋은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루키즈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육시설 강화는 바스프가 추구하는 직원 복지정책의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바스프는 직원들의 생애주기별로 겪게 되는 문제를 단계별로 지원하는 정책을 구상 중이다. 30대 직원들은 보육, 40대는 건강과 자녀 교육, 50대는 고령의 부모 부양까지 회사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워크 앤드 라이프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루키즈 근처에는 ‘워크 앤드 라이프 매니지먼트 센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 2013년까지 직원 자녀 180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루키즈 4호를 비롯해 직원 전용 헬스클럽과 건강상담센터가 입주하게 된다.

 

직원 자녀 해외연수 프로그램인 ‘글로벌 패밀리’도 역점 사업이다. 14∼19세의 직원 자녀들은 지사가 있는 외국에서 공부하며 글로벌 문화를 경험하는 혜택을 누린다. 반드시 부모가 지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아도 현지에서 독일로 공부하러 오는 또래가 있으면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다.

 

바스프 측은 “부모가 단순히 화학회사에 다니는 줄만 알았던 자녀들이 부모와 부모의 직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데 이 제도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스프는 방학 기간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 견학 캠핑 등을 할 수 있는 ‘키즈 온 투어’ ‘틴스 온 투어’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 지원이 곧 지역에 대한 책임”

 

바스프는 이윤 창출만큼이나 지역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중시한다. 화학물질을 다루다 보니 1900년대 후반부터 각종 오염물질 유출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데 대한 반성이다.

 

그래서 직원 자녀뿐 아니라 부모 부양을 위한 ‘홈 케어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회사보다 지역을 위한 제도로, 회사가 먼저 앞장서면 지역과 정부에서도 따라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현재 바스프는 위탁업체와 제휴해 시범적으로 고령 부모를 돌보고 있지만 수요가 늘면 보육시설처럼 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도바 씨는 “고령화에 따라 직원 부모들을 돌보는 문제는 자녀 보육만큼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바스프가 먼저 시범을 보여 하나의 모델을 만들면 이는 지역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