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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BM의 팀버리지

Paul Ahn 2019. 10. 23. 09:20

★미국 IBM의 팀버리지 / 직장어린이집

 

100년 기업’의 IT를 활용한 복지… 미국 IBM

http://news.donga.com/Inter/3/02/20120426/45799607/1

 

 “인터넷 연결만 되면 사무실… 아이 아프면 재택근무 하라”

 

마치 숲 속에 지은 별장 같았다. 그림 같은 이 건물의 용도는 탁아소였다. 지난달 방문한 미국 뉴욕 주 아몽크 시의 브라이트허라이즌 팀버리지 탁아소는 커다란 놀이터가 딸린 숲 속 산장처럼 보였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마침 점심시간 직후였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탁아소 주변을 산책하거나 공을 던지고 받으며 이른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부모의 절반 이상이 젊은 아빠들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마다 매일 ‘개근’하는 부모는 십중팔구 아빠라고 보면 됩니다.” 이 탁아소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멜리사 오할로란 브라이트허라이즌 이사는 “요즘은 아빠들이 더 극성”이라며 웃었다.

 

 

 

 

미국 IBM은 민간업체와 공동 출자해 회사 부근에 탁아시설 ‘브라이트허라이즌 팀버리지’를 만들었다. 탁아소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신체 부위를 말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왼쪽). 유아 전용 농구장과 놀이기구 등을 갖춘 탁아소 전경(오른쪽). 아몽크=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많은 기업들이 회사 안에 탁아시설을 만든다. 하지만 IBM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기업들의 탁아소를 위탁 운영하는 민간업체 브라이트허라이즌과 공동 출자해 차로 5분 거리에 탁아소를 세웠다. 출자금의 70%는 IBM이 냈다. 컴퓨터와 각종 교육 기자재도 지원했다.

 

그 덕분에 IBM 직원들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이곳에 자녀를 맡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녀들이 특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예컨대 이 탁아소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다른 탁아소 어린이들과는 달리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이미 간단한 수학공부를 시작한다.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부모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선택할 수 없다면 복지가 아니다

 

IBM 보육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직원들이 원하는 혜택을 세세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안에 탁아소를 짓지 않은 이유도 회사가 직접 탁아소를 운영할 경우 전문기관이 제공하는 만큼 충분한 선택의 폭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원칙 덕분에 탁아소는 조기(早期) 수학교육은 물론이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심리적 갈등을 겪는 어린이를 위한 특수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IBM은 이를 ‘어린이를 위한 특별지원계획’이라고 부른다. 마침 이날도 한 아이가 심리 상담교사와 널찍한 방에서 단둘이 놀이를 하고, 얘기를 나누고, 교사와 포옹하는 등 특별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탁아소에서 특수 심리치료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않더라도 정서불안, 심리적 갈등을 겪는 2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직원은 최대 5만 달러(약 5700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가족 의료비 지원과는 별도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이외에도 IBM은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들을 위해 맞춤형 지원을 한다. 이 가운데 IBM이 독특하게 운영하는 ‘칼리지 코치(대입 코치)’라는 제도도 있다. 좋은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키고 싶은 부모를 위해 회사가 미국 최고 수준의 전문 입학상담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입학상담사는 직원 자녀가 진학하고 싶어 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보충해야 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주고, 지원해볼 만한 여러 대학과 학과를 제시하면서 진로 조언도 해준다.

 

아침에 자녀가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약간의 미열이 있다면 아이를 회사로 데려와도 된다. 소아과 의사와 전문 교사가 상주하면서 아이의 휴식과 학습을 돕기 때문이다. 아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부모의 직장에서 푹 쉬면서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교사와 함께 부족한 공부를 한다. 아이가 이보다 더 아프면 IBM은 아예 부모에게도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장한다. 회사에 나와 봐야 아이 생각에 업무효율이 떨어지니 가정부터 챙기라는 것이다.

 

로널드 글로버 IBM 인사담당 부사장은 “아이를 치료해주고, 대입 상담까지 해주는 비용은 물론 크지만 우리 직원이 집중력을 잃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IBM은 이 같은 복지제도를 통해 높아진 생산성을 금액으로 환산했더니 1년에 1인당 6만3000달러(약 7182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근무시간도 자유롭게

 

“1년 반 전에 보스턴의 한 오래된 빌딩이 건물 안전 문제로 잠시 문을 닫았어요. 그랬더니 그 빌딩에 입주했던 기업의 생산성이 더 높아졌죠. 회사에 나가지 않았더니 일을 더 잘하더라고요.”

 

IBM 보육 지원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IT를 이용해 재택근무와 탄력적인 근무시간 등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인터넷이 연결되고 노트북만 있다면 어디든 사무실인 세상이 됐는데 왜 사무실에 붙어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글로버 부사장은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를 장려할 때 생산성이 낮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도대체 비싼 부동산이 왜 필요한 거죠?”라고 되물었다. IBM에서는 아이가 오후 5시에 하교한다면, 엄마는 이보다 한 시간 전에 퇴근해 아이를 집에 데려오고 저녁도 해줄 수 있다.

 

모자라는 근무시간은 아이가 잠든 9시부터 두 시간 정도 더 채우면 된다. IBM은 이런 재택근무 시스템을 앞서서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스마트워크 솔루션’이라고 이름 붙여 다른 회사에 판매까지 하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글로벌 업무 환경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IBM은 세계 170개국에 사업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직원들이 밤낮없이 필요한 시간대에 서로 연결해 회의를 해야 한다. 회사에 앉아 있는 시간에만 일을 한다면 회의란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IBM 보육-복지정책 특징

 

IBM의 보육 관련 복지정책의 특징은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사무용 기기를 기업에 판매하는 게 주 업무였던 1980년대 이전의 IBM은 직장문화도 남성 중심적이었다. 여성 직원들이 있긴 했지만 기업이 직원의 육아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 회사가 PC 등 소비자 대상 사업을 시작하던 때였다. 마케팅을 위해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알아야 했고, 자연스레 여성 인력의 비율도 높아졌다. 이때부터 일과 가정의 균형은 우수 여성인력을 붙잡기 위한 회사의 당면 과제가 됐다.

 

1990년대 PC 사업을 매각하고 정보기술(IT) 컨설팅 쪽 사업을 크게 늘렸을 때는 또 한 번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IT를 이용해 기업문화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컨설팅이 IBM의 주된 주제였다.

 

그러자면 모범사례가 필요했다. IBM은 IT를 활용한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고, 이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스스로 이런 기술을 개발해 IBM에 우선 적용한 뒤 컨설팅 대상 기업에 “우리의 사례를 보라”며 스마트워크 기술과 활용 노하우를 팔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글로벌 경영이 화두가 됐다. 국가별로 떨어진 지리적, 시간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문화적 차이까지 관리하는 기술이 필수였다. 그래서 IBM은 세계 170개국에 흩어진 해외지사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일과 삶 펀드(Global Work and Life Fund)’ 기금을 조성했다. 5년 동안 5000만 달러(약 570억 원)를 들여 세계 각지의 해외지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IBM은 이 기금으로 일본 도쿄(東京) 지사에 탁아시설을 만들었다.

 

 

◇겨우 탁아소를 세운 것뿐인가 싶었지만 IBM의 설명은 달랐다.

 

회사 측은 “보육을 위해 필요한 건 세 가지”라며 “첫째는 일터를 바꾸려는 사람의 의지, 둘째는 이런 의지를 실현해 줄 기술, 셋째는 의지와 기술을 유지해 줄 직장문화”라고 답했다. 일본은 스마트워크 같은 기술은 잘 보급돼 있지만 아이를 둘 이상 낳은 여성이 직장에서 계속 일하려는 의지와 이를 장려할 문화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IBM은 도쿄지사에 일본 최고 수준의 탁아소를 만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여직원의 퇴사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로널드 글로버 부사장은 “탁아소를 짓는 게 목표가 아니라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서 앞으로도 각종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