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ervice/@Baby Care

★페이스북의 보육지원

Paul Ahn 2019. 10. 23. 09:30

★페이스북의 보육지원

 

해커 문화’에서의 보육 지원… 미국 페이스북

http://news.donga.com/3/all/20120426/45828236/1

 

“저녁식사는 자녀와 함께…” 경영진도 5시30분 칼퇴근

“저는 아이를 낳은 뒤로는 늘 오후 5시 반이면 퇴근했어요.

공개적으로 얘기할 용기를 낸 게 최근일 뿐이죠.”

 

 

 

 

예비엄마 전용 주차공간 페이스북 본사에 마련된 ‘예비엄마 전용 주차공간’. 임신부가 무거운 몸으로 오래 걷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 밖에도 다양한 보육 지원책을 만들어 직원들이 아이를 편히 낳아 기르도록 하고 있다. 멘로파크=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이달 초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한마디가 세계의 ‘워킹맘’ 사이에서 회자됐다. 샌드버그 COO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에 이어 페이스북의 2인자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자녀와 오후 6시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5시 30분이면 ‘칼퇴근’한다. 화제가 될 만했다.

 

그녀만이 아니다. 이 회사의 캐럴린 에버슨 해외영업담당 부사장은 해외출장 때면 늘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으로 사내(社內)에서 유명하다. 아이는 다양한 나라의 문물을 볼 수 있어 좋고, 출장을 떠나는 엄마는 남은 아이를 어디에 맡길지 걱정하지 않아 좋다. 출장지에선 업무시간에 아이를 맡아줄 어린이집을 찾거나, 여의치 않으면 출장에 남편도 동반해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도록 권한다. 

 

페이스북의 로빈 레이스 인사팀장은 “임원 가운데 상당수가 아이를 기르는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소셜네트워크라는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자의 반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회사에서 여성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육아도 ‘해커 방식’으로

 

저커버그 CEO는 올해 2월 페이스북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예비 투자자들에게 ‘해커의 길’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페이스북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회사인지,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에서 그는 ‘일단 해보는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페이스북의 모토를 소개했다.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조금씩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페이스북의 문화라는 것이었다.

 

보육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페이스북 직원들은 이 해커 문화야말로 페이스북의 독특한 보육제도를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리에 앉아 일을 하든, 집에서 일하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문화 덕분에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자유롭게 일하고,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지난달 방문한 페이스북 사무실에서는 자리에 붙어 앉아 일하는 직원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절반 이상의 개인 좌석은 비어 있었다. 대신 카페테리아와 회의실, 복도와 야외 곳곳에서 노트북을 들고 뭔가에 열중하는 직원들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다양한 일을 스스로, 또는 작은 팀 단위로 기획해 작품을 만들어간다. 결과의 대부분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 서비스의 기능들이지만, 사내 복지와 관련된 아이디어도 이런 식으로 탄생한다.

 

주차장의 ‘예비엄마 전용 주차공간’이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페이스북 주차장에는 로비나 각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장애인 주차공간과 함께 임신부 전용 주차공간이 있다. 보육을 위한 작은 배려다. 이런 식의 작은 개선방안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게 바로 ‘해커톤’이라는 페이스북의 독특한 문화 덕분이다.

 

해커톤은 애초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정한 서비스나 기능을 짧은 시간에 만들어내는 방식을 뜻했다. 그래서 이름도 ‘해킹+마라톤’인 해커톤이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부서의 직원이 이 행사에 참여한다. 페이스북은 이런 식으로 예비엄마 주차공간부터 사무실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페이스북의 보육 지원제도

 

페이스북은 2004년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생겨난 회사다.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다. 세계적으로 페이스북 가입자는 올해 9억 명을 넘어섰지만 페이스북 직원 수는 불과 약 3000명이다. 하지만 보육제도는 역사가 오랜 기업 못지않았다. 페이스북 홍보담당자인 아리엘 아리아 씨는 “젊은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하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4개월간 쓸 수 있는 ‘부모’ 출산휴가다. 이 휴가는 급여를 100% 받는 유급 휴가인데 엄마뿐 아니라 아빠 직원도 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오히려 회사 측이 남성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이는 부부가 합산해 4개월을 쉬는 것이 아니라 부부 각자가 넉 달을 사용할 수 있는 휴가다. 로빈 레이스 인사팀장 부부는 페이스북에서 만나 결혼한 사내 커플인데 3년 전 첫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4개월씩 유급 출산휴가를 썼다. 아이가 8개월 동안 부모 가운데 한 사람과 있을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를 낳는 직원은 1년의 3분의 1을 휴가로 보내게 된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게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페이스북의 ‘해커문화’를 설명해준 페이스북 개발자 프랭크 조 씨는 “우리 회사 문화에서 ‘오래’라는 기간은 24시간이나 1주일을 뜻한다”며 “일이 급할 때 하루 이틀 자리를 비우는 건 심각한 문제지만, 계획을 세운 뒤 4개월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일이 일종의 프로젝트처럼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 번 시작한 일은 길어야 한두 달 내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 기간에만 자리를 비우지 않으면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에 몇 달을 쉬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탁아소와 어린이집 비용은 회사에서 실비를 전액 지원한다. 또 자녀를 입양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모두 회사가 지원한다. 직원 가정에 새로 아이가 태어나거나 입양한 때에는 회사가 급여와 별도로 ‘베이비 캐시’라는 이름으로 4000달러(약 456만 원)의 축하금까지 지급한다.

 

육아는 남녀 모두의 문제다. 그래도 여성들은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페이스북 모임 기능을 사용한다.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의 문제를 페이스북 서비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엄마들의 점심식사(맘스런치·Mom's Lunch)’다. 페이스북은 친구들끼리 비공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 페이스북 친구들 전체와 공유하는 대신 특정인이나 모임 구성원하고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전용 게시판을 만드는 것이다.

 

페이스북 엄마 직원들의 비공개 모임인 맘스런치는 자녀를 키우는 여러 노하우를 공유한다. 특히 이런 모임은 일반적인 주제를 페이스북 직원이라는 상황에 맞게 해결해 주는 게 장점이다.

 

로빈 레이스 인사팀장도 이 모임을 통해 아들의 편식하는 습관을 해결하고 싶다는 고민을 올린 바 있다. 그랬더니 회사 내 다른 엄마 직원들이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멘로파크 주변의 유기농식품 매장을 추천했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 정보와 도움이 될 만한 책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조언을 받기 때문에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맘스런치에 가입한 페이스북 직원들은 비정기적으로 회사 카페테리아나 주변 식당에서 식사 모임도 갖는다. 함께 수다도 떨고 친목도 다지기 위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맘스런치 외에도 다양한 사내 페이스북 모임을 지원하고 장려한다. 이런 모임에서 요구하면 필요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비용이나 활동비도 회사가 부담한다.

 

‘코칭 서클’이라는 페이스북 모임도 있다. 맘스런치가 여성 직원만을 위한 것이라면 코칭 서클은 남성 직원도 대상으로 한다. 계속해서 신규 직원을 뽑고 있는 페이스북의 특성상 갓 입사한 직원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과 제도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때가 많은데 코칭 서클은 이런 제도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코칭 서클은 모임 하나가 6, 7명의 소그룹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구성원들끼리 구체적인 조언을 나누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무와 관련된 조언,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방법 등이 코칭 서클에서 주로 논의되는 주제다. 이 밖에 ‘페이스북 우먼’ ‘여성개발자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페이스북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멘로파크=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