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of Operation/@Urban Farm

★어반비즈 서울(Urban bees Seoul) / 도시양봉

Paul Ahn 2019. 12. 20. 11:35

"멸종 위기 꿀벌도, 사람도 살리죠" 도시 양봉이 주는 새 삶

(hankookilbo.com)

 

어반비즈서울과 성동구, 도심양봉단 설립

벌로 새로운 삶 시작한다는 '비긴 어게인(Beegin Again)'

주요 100대 농작물 70% 이상이 꿀벌에 의존

"꿀벌 살 수 있는 환경이 사람 살 수 있는 환경"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부근 카페 옥상에 마련된 어반비즈서울 도시양봉장에서 도시양봉가들이 벌을 점검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 제공

 

"꿀벌 활동성도 좋고, 꿀도 잘 들어오고 있네요."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한 양봉장. 3년차 도시양봉가 신기철(64)씨가 훈연기로 쑥 연기를 내뿜으며 형형색색의 벌통 30여 개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 쑥 연기는 사나워진 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씨가 벌통 속 벌집을 꺼내 들자 '벌떼처럼 몰려든다'는 말 그대로 꿀벌과 꿀벌이 모아놓은 꿀이 가득했다. 여왕벌은 잘 있는지, 알은 잘 낳고 있는지, 꿀은 잘 모으고 있는지 등을 살피는 내검(벌통 속 검사)의 한 과정이다. 이날 작업은 타 지역 여왕벌 교체 준비, 벌통 주변 밀원식물(꿀벌이 꽃꿀, 꽃가루와 수액을 수집하려고 찾아가는 식물)에 물 주기, 잡초 제거를 마치고서야 끝났다.

 

이 곳은 도시양봉을 하는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양봉장 가운데 본부 기지역할을 한다. 서울 시내 기업 옥상이나 대학교, 가정집 마당 등 20여곳에 설치한 벌통 속 벌들이 이곳으로 와 겨울을 나고, 또 이곳에서 키운 벌을 각 지역으로 보낸다. 도시양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교육장이기도 하다.

 

매주 월요일 이곳에선 어반비즈서울과 서울 성동구 지역자활센터가 만든 도시양봉 사업단 '비긴 어게인'(Beegin again)이 만나 한 주간 활동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운다. 이날도 박찬 어반비즈서울 이사와 비긴 어게인 회원 5명이 타 지역 벌통 속 여왕벌 교체를 논의한 후 각자 맡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벌(Bee)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Beegin Again)

 

도시양봉 사업단 '비긴 어게인'(Beegin again)에서 활동하는 신기철씨가 경기 고양시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양봉장에서 벌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은경 기자

 

수십 년 동안 인테리어 일을 해온 신기철씨는 은퇴 후 2020년 말부터 비긴 어게인에서 양봉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은 2018년 성동구 지역자활센터와 협약을 맺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서민들이 도시양봉을 배워 양봉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비긴 어게인 사업단을 만들었다. 벌(Bee)을 통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Beegin Again)이라는 뜻을 담았다.

 

현재 비긴 어게인에선 5명이 활동하고 있다. 3년차 신씨를 포함해 6개월부터 2년까지 이들의 경력은 다양하다. 이들이 생산한 꿀은 어반비즈서울이 전량 수매해 판매한다. 지난해에는 약 1.2톤의 꿀을 생산했다. 판매 수익금은 비긴 어게인 활동가의 월급이 되고, 꿀벌 숲 등을 조성하는 데도 사용된다.

 

비긴 어게인의 또 다른 주요 활동은 '비(Bee) 119' 다. 서울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분봉(여왕벌과 일벌이 집을 옮기는 것) 난 벌들을 구조하는 일이다. 서씨는 "연락은 계속 오지만 인력이 부족해 많이 나가지는 못한다"면서도 "구조한 벌은 살려서 데려다 키운다. 사람도 벌도 돕는 일이라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냥 벌이 좋아"… 취미로 양봉하는 사람들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차분해져요."

 

5년차 도시양봉가 이정범(38)씨는 매 주말 다른 양봉가 2명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부근 카페 옥상에 마련된 양봉장을 찾는다.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도시양봉장 중 한 곳이다. 양봉하기 위해선 벌통을 놓을 장소를 포함해 각종 장비가 필요한데 일반인들이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어반비즈서울은 장소와 장비, 노하우를 제공하고 이씨와 같은 양봉가들은 벌을 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벌을 관리해주면 돈을 받을 법도 한데, 이들은 오히려 어반비즈서울에 양봉장 이용료를 낸다. 대신 도시양봉을 통해 수확한 벌꿀을 받는다. 이씨는 "미군 참전용사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위해 양봉에 참여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양봉은 사람을 차분하게 한다. 벌의 움직임을 보면 경이롭다"고 말했다.

 

도시양봉 사업단 '비긴 어게인'(Beegin again) 활동가가 어반비즈서울 양봉장 내 밀원식물에 물을 주고 있다.

고은경 기자

 

이씨와 같은 도시양봉가가 되려면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1년 과정 실전반 교육을 마쳐야 한다. 가을철 월동준비부터 벌의 겨울나기 돕기, 다음해 5월 본격적 채밀(꿀 뜨기)까지 최소한 1년을 배워야 해서다.

 

 

생태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꿀벌 살리자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들이 도시양봉을 하는 이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꿀벌이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고 있다. 수분이 안 되면, 열매도 씨앗도 생기지 않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이 줄고, 식량난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신기철씨는 "벌을 키우는 게 식량난 해소는 물론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벌을 키우는 데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유독 꿀벌 뉴스로 시끄러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겨울 전국에서 사라진 꿀벌이 78억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꿀벌 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 기상, 살충제 노출까지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도시양봉 역시 지난해 피해가 적지 않았다.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180여 개 벌통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채밀이 시작되는 5월에 유독 일조량이 적었는데 꿀벌의 먹이가 되는 꽃이 적게 피면서 벌꿀 생산량도 줄었다. 어반비즈서울은 벌의 먹이가 되는 꿀이 적게 모이면서 월동 성공률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지금까지 전년보다 벌꿀 생산량이 늘었지만 꿀벌 실종은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문제다.

 

박찬 어반비즈서울 이사는 "꿀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을 심고 진드기 처리를 위한 친환경적 방법이 보편화돼야 한다"며 "꿀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꿀벌이 살아갈 환경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06.30 15:40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scoopkoh@hankookilbo.com

 

 

★어반 비즈 서울(urban bees seoul) / 도시양봉(Urban Bees)

 

◇도심 한복판에 벌집이?

 

텃밭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심양봉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도시화 때문에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결자해지의 마음인 양 도심에서 벌을 키워 꿀도 따고 환경도 살린다는 이상을 현실로 바꾸겠다는 이들이다.

 

외국에선 그리 특이한 일도 아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는 금융인들은 아파트 옥상에 벌통을 놓고 키우고 있으며, 영국은 도심에서 벌꿀을 키우는 사람만 170명을 넘어섰다. 일본의 긴자는 15만마리나 되는 꿀벌을 키워 도시에서 키운 유기농 벌꿀로 유명세를 탔다.

 

서울 도심에서만 벌을 키우기 시작한 곳이 10여 곳에 달한다.

시범사업으로 양봉장을 마련한 서소문 시청별관은 지난해 벌통이 10개로 늘었고, 벌통 설치장소도 서초, 도봉구로 확산됐다.

 

어반 비즈 서울(urban bees seoul)은 직접 벌치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청년 5명이 모여서 결성했다.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이라고 협동조합도 출범시켰다. 관리하는 벌통은 총 43통으로 노들텃밭에 20통, 용인한택식물원에 10통을 비롯해 갈현텃밭에 3통, 남산1과 남산2ㆍ서울대ㆍ중앙대에 각각 두 통씩을 놓고 있다.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것보다 벌 키우는 게 더 즐거워요”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4021000949000071&mode=sub_view

 

요즘 ‘도시농업’에 부쩍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서울에만 70만 명 이상이 도시농업 활동을 하고 있다. ‘라이프트렌드 2014’의 김용섭 씨는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신조어를 제안하며 나이 든 사람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농사짓는 불편함을 재미있는 놀이로 즐기는 문화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2012년 도시 텃밭은 1만2662개로, 2011년 대비 2.1배 증가하며 빠르게 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을 이끄는 박진(32) 대표는 특히 ‘도심 양봉’에 주목했다.

 

양봉은 전통적으로 ‘이동 양봉’이다. 땅끝마을 해남에서부터 강원도까지 꿀 채집을 최적화하기 위해 꽃 피는 시기에 따라 1년 내내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벌 한 통이 보통 20kg에 달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고 극한 직업으로 불린다.

 

이러한 점 때문에 도시에서는 시도하지 않던 양봉 비즈니스에 도전장을 내민 박진 씨. 무려 정년이 보장된 공공 기관을 그만두고 2012년부터 벌을 치기 시작했다.

 

“취미로 주말 농장을 서울에서 했는데, 수확량도 적고 모양도 예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벌이 없어서 그러지’였어요. 그 한마디에 제 인생이 바뀌게 된 거죠.”

 

흥미를 갖고 해외 사례를 찾아보니 이미 해외에서는 도시 양봉이 활성화돼 있었다. 한국에서도 누군가는 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 겸 우려와 달리 제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아내가 출산을 한 달 앞두고 있던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단지 재미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을 넘어 비즈니스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해외 사례를 봤을 때 충분히 통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고 선도적으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현재 양봉 산업의 문제점을 고령화된 인력과 양봉에 대한 선입견으로 보고 이를 타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꿀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농업에서 1차 생산, 2차 가공·유통·판매, 3차 교육·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6차 산업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양봉 콘텐츠가 미개척 분야라고 생각했고 비즈니스 모델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박 대표는 현재 생산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꿀로 만든 비누 등 특색 있는 가공 상품도 늘려가고 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4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몸 고생을 자처한 데 대해 후회는 없을까.

 

“정신노동이 사실은 더 피곤해요. 스트레스도 더 심하고요.

물론 신체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 더 단순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또 공익적인 일을 한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고 있다. “공공 기관에서 일할 때도 내가 하는 활동이 정말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는데 꿀벌 비즈니스는 보다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벌은 환경 지표종으로 벌이 잘 사는 곳에서는 사람도 잘 살 수 있어요. 그래서 나무도 많이 심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양봉 붐’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농업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아요. 고령화가 심화되고 또 안전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기존과 다른 공식을 적용한다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충분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