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드맨즈마켓 (Woodman’s Markets)
•출점범위와 점포수 : 미국,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 18점포
•점포의 평균 면적 : 22,300㎡
•취급품목 : 20만SKU (월마트 슈퍼센터의 평균 취급품목 수 12만SKU)
•점포운영 : 362일 24시간 운영
•주주구성 : 100% 종업원
미국에는 업계의 상식을 타파한 나머지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드맨즈마켓이라는 슈퍼마켓이 있다.
방대한 취급품목 수와 매장규모를 자랑하지만 대면매대와 점내작업 상품은 운영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일반 슈퍼마켓과 다른 우드맨즈마켓. 그들의 이유 있는 고집을 소개한다.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는 미국에서도 매우 미국적인 지역이다. 또한 일리노이주에 속한 시카고는 인구 기준으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수 많은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이 두 개 주에서 18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우드맨즈마켓(Woodman’s Markets)은 매년 매장면적과 SKU를 줄여가는 미국의 여타 소매점들과는 달리, 반대로 매장면적을 넓히며 취급품목 수를 늘리고 있다.
◇슈퍼센터를 능가하는 방대한 매장규모
주변의 모든 소매업체들을 최대의 SKU로 제압하는 월마트 슈퍼센터의 평균 취급품목 수는 12만SKU. 그것도 식품에 홈패션 등 비식품 부문을 추가했기 때문에 그 정도인 것이다. 이점을 감안하면 취급상품의 대부분이 식품인 우드맨즈마켓의 취급품목 수가 20만SKU에 달한다는 것은 한국의 유통업계 종사자라면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에 문을 연 신규점들은 자신들의 업태가 식품 소매점임을 강조하기 위해 ‘푸드’라는 단어를 추가해 우드맨즈푸드마켓(Woodman’s Food Markets)으로 전환하기까지 했다. 취급품목 수가 많으니 매장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단층인데도 점포의 평균 면적이 2만 2,300㎡에 이른다. 창고형 할인점(MWC)도 아니고 슈퍼센터도 아니며 디스카운트 스토어도 아닌 슈퍼마켓이 2만㎡가 넘는다니 상상이 안 될 것이다.
점포면적이 이 정도이니 주차장과 함께 점포 주변의 부지도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9월 2일에 문을 연 시카고 외곽의 레이크무어(Lakemoore)점은 주유소와 부대시설을 포함한 총 대지면적이 8만 9천㎡, 점포면적은 2만 2,684㎡다. 코스트코와 월마트 중 가장 큰 점포는 각각 1만 9,045㎡, 1만 9,138㎡이니, 이들 점포도 우드맨즈마켓의 매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들만의 독특한 원칙들
우드맨즈마켓은 규모 외에도 많은 점에서 일반 유통업체와는 행보를 달리한다. 먼저, 이 회사는 종업원이 주주인 회사다. 이전에는 창업자 존 우드맨(John Woodman)의 가족들이 소유한 가족회사였으나, 1988년부터 직원들이 주식을 매입해 현재는 직원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우드맨즈마켓은 1919년 존 우드맨이 위스콘신주의 소도시인 제인스빌(Janesville)의 길거리에서 과일 행상을 하며 시작됐다. 그 후 1921년 그 자리에 점포를 지어 식품소매점으로 명성을 얻게 됐는데, 무려 35년이 지난 1956년이 돼서야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후 1970년대 후반까지 위스콘신과 일리노이주에 15개 매장을 출점했다. 현재 점포 수가 18개이니 지난 40년간 신규점은 단지 3개밖에 안 되는 것인데 이 점도 특이한 부분이다. 이는 차입 없이 자신들이 가진 자본만으로 점포를 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특이한 점은 신용카드 결제는 디스커버(Discover)라는 한 가지 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코스트코도 한 회사의 신용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캐시앤캐리(Cash&Carry) 매장으로 다점포망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불과 18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런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우드맨즈마켓은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월마트를 제외하고는 24시간 문을 여는 소매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우드맨즈마켓은 추수감사절(오후 1시 45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폐점), 크리스마스(24일 오후 5시 45분부터 26일 오전 6시까지 폐점), 12월 31일(오후 7시 45분부터 다음날 9시까지 폐점)을 제외하면 항상 24시간 영업을 한다.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효율적인 진열방식
버팔로그로브(Buffalo Grove)점은 시카고 도심에서 위스콘신주 방향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인구 4만여 명 규모의 지역에 입점했다. 하지만 1차 상권에 10만여 명이 거주한다. 2차 상권까지 포함하면 도시 외곽의 교외 지역을 뜻하는 서버브(surbub)치고는 작지 않은 상권이다. 특히 주변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와 도심에서 연결되는 고속화 도로가 끝나면서 주택가로 연결되는 도로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네 방향에서 모두 진입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버팔로그로브점은 2018년 10월 9일 문을 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점포 수 15개에서 무려 40여 년이 지나 문을 연 세 개의 점포 중 두 번째 점포다. 이 지역은 미국의 평균 가구 소득에 비해 작게는 두 배, 크게는 세 배에 이를 정도로 평균 소득이 높은 지역이다.
점포에 들어서면 농산 부문에 앞서 베이커리 매장이 맨 앞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다른 슈퍼마켓들이 일류 베이커리 매장 못지않게 빵과 케이크, 파이, 쿠키 등을 고급화하는 것과 달리 투박할 정도로 고회전 제품 몇 가지만 운영하고 있다. 제품은 고객이 원하는 만큼 직접 담아가면 된다.
그리고 과일과 농산 매장이 이어진다. 미국의 대부분 슈퍼마켓들이 가장 공을 들여 진열하는 매대가 바로 과일 매대다. 사과는 왁싱이 돼 입고되지만 천으로 광이 날 정도로 닦아 진열한다. 하지만 이곳은 대부분 대용량 박스 포장 상태로 입고된다.
아울러 이런저런 상품들을 컬러 머천다이징 하는 여느 슈퍼마켓과 달리, 고가 상품은 용기에 담아 박스로 입고된 그대로 진열하고, 저가 상품은 대형 벌크박스 채로 입고한 후 팰릿에 옮겨 진열하고 있다. 모든 상품들의 가격표는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A4 크기로 천장에 걸려 있다.
그리고 정육과 낙농, 스낵 푸드로 이어지는데, 특이하게 대용량 감자칩이나 팝콘 같은 고회전 상품들도 이곳에 진열돼 있다. 정육은 대면상품 없이 포장육만 취급하고 있는데 냉장, 냉동육들이 우육, 돈육, 계육, 칠면조로 분류돼 있고, 다시 무게별로 진열돼 있어 가족 단위를 고려해 용량별로 쉽게 고를 수 있다. 정육과 낙농 부문은 소시지, 햄, 요거트, 우유 같은 가공상품이 주를 이루는데, 그 방대한 진열면적과 SKU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량이 계육의 몇 배에 달하는 냉동 칠면조 같은 상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문이 달린 다단 냉장케이스에 진열돼 있다. 이는 우드맨즈마켓뿐 아니라 미국의 많은 슈퍼마켓들이 그러한데 상품 선도유지, 위생안전 등을 고려해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소시지, 햄, 베이컨은 냉장케이스만 130단에 이르며 길이는 45m다. 뿐만 아니라, 요거트를 진열한 오픈 다단 케이스와 문이 설치된 리치인 케이스가 각각 23m에 이른다. 계란과 우유가 진열된 선입선출 방식의 워크인 케이스 길이는 무려 36m다. 워낙 상품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고회전 상품은 대량으로 진열하다 보니 진열면적이 클 수밖에 없다.
◇카테고리 내 최대 SKU 보유
매장에서 압권인 곳은 양쪽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치즈 매대다. 리치인 다단 케이스에 진열돼 있는데, 정말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치즈가 진열돼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슈퍼마켓과 달리 대면매대는 운영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미국의 슈퍼마켓들은 와인 종류와 함께하는 식사 메뉴에 따라 원하는 치즈를 추천해주기도 하는데, 우드맨즈마켓에서는 이런 치즈 대면매대를 찾아볼 수 없다.
다음으로 냉동상품만 판매하는 수산 부문을 지나면 리치인 쇼케이스만 36m, 냉동평대가 32m에 이르는 아이스크림 매장이 나온다. 이어서 무려 80m에 이르는 냉동식품 부문이 이어지는데, 냉동식품은 RTH(Ready To Heat)와 RTC(Ready To Cook) 상품을 중심으로 취급한다.
우드맨즈마켓의 냉동식품 매장을 둘러보면 미국은 정말 냉동식품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많은 종류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어 전부 돌아보기도 힘들다. 이를 통해 RTH 상품들이 점포 내 즉석 RTE(Ready To Eat) 코너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냉동, 냉장식품 부문이 끝나면 가공식품과 생활잡화, HBC(Health&Beauty Care) 등 곤돌라존이 나오는데 약 29m에 달하는 곤돌라가 24열로 설치돼 있다. 중앙 통로를 건너면 반 정도 길이의 곤돌라 진열대가 다시 24열로 구성돼 있다.
중앙부의 긴 진열대는 전부 가공식품 진열대다. 회전율이 높은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진열면적을 많이 할애했는데, 고회전 캔 제품은 선반 맨 하단에 철재 바구니를 활용해 벌크진열했다. 진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도록 쏟아 붓기식으로 진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아침 주식인 시리얼 중 고회전 상품은 아예 진열대를 없애고 팰릿에 상품을 쌓아놓았다. 또한, 다른 슈퍼마켓과는 달리 라면에도 13m의 진열대를 할애했는데 국내 브랜드인 농심을 비롯해 국가별로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다. 이 정도의 면적이면 미국 내 어떤 아시안 마켓보다 많은 종류를 진열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 통로 반대편으로는 다른 슈퍼마켓처럼 HBC, 생활용품, 주방용품, 야외용품, DIY, 펫용품 등의 상품을 갖추고 있다. 상품 카테고리는 슈퍼마켓 업태를 벗어나지 않지만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는 식품 부문과 마찬가지로 최대의 SKU를 운영하고 있다.
◇대면매대 배제, 운영비 최소화에 주력
계산대도 일반적인 슈퍼마켓과 다르다. 총 40대의 계산대가 설치돼 있는데 그중 계산원이 운영하는 유인 계산대는 중앙 12대뿐이고, 양쪽에는 28대의 자율 계산대가 배치돼 있다. 그런데 자율 계산대도 구매한 상품량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눠져 구매량이 많은 고객은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있는 계산대를 이용하면 보다 빨리 결제를 마칠 수 있다.
이렇게 계산대를 지나면 바로 출구로 이어지는데,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월마트나 코스트코보다 넓은 면적임에도 점포 내 임대나 수수료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다. 일체의 비효율을 배격하는 월마트조차도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특이한 부분이다.
우드맨즈마켓의 특징은 전 상품 부문에서 상시 대기하는 직원을 배치해야 하는 대면매대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또한 매장 후방작업을 요하는 상품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정육과 수산 부문인데, 그래서 대면매대가 없는 것이다.
수산 경우 냉동상품을 제외하고는 선어와 같은 냉장상품을 일절 취급하지 않는다. 정육은 가공센터에서 일괄 작업하기 때문에 포장상품 위주로 운영한다. 정육이나 수산 냉장상품은 점포에서 상품화 작업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선도 유지기간도 짧다. 따라서 수시로 상품을 관리하고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설비와 함께 작업공간도 요구되고 인건비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어 경쟁점과 비교해 이익률이 높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결국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베이커리와 초밥 코너를 제외하고는 전 부문에 걸쳐 점포에서 작업해야 하는 상품을 최대한 배제하고 진열된 상품의 관리도 최소화하는 운영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전통적 식품 소매업체들, 특히 미국 식품소매업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슈퍼마켓 업태가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최근 10여 년에 걸쳐 슈퍼마켓의 매장면적은 축소되고 있으며, 상품은 지속적인 단품관리를 통해 카테고리를 늘려도 품목은 줄이는 ‘다품목 소품종’이 일반적인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슈퍼마켓의 5배에 이르는 상품을 진열, 판매한다는 것은 차별화를 넘어 경이로운 경지다.
비록 미국의 두 개 주에서 18개 매장만 운영하는 지역 유통업체이지만 우드맨즈마켓은 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특히 직원이 100%의 주식을 소유한 직원 기업임에도 24시간 영업에 최대의 상품을 취급하는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은 우드맨즈마켓만이 갖고 있는 시대를 역행할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싶다.
시대를 역행하는 슈퍼마켓의 이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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