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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 미니멀 라이프나 소박한 삶은 선택이 아닌 필수

Paul Ahn 2020. 5. 19. 10:06

⊙미니멀 라이프나 소박한 삶은 선택이 아닌 필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0729

 

-소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를 읽고 생각해보는 노년의 삶-

 

어느 사이에 현대 사회는 능력 있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나 같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언제부터인가 딸은 인생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엄마인 자신은 무엇을 위해 그 비싼 돈을 들여가며 대학을 졸업시킨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 교육비로 쓴 돈이 모두 허사였다고 생각하니 삶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15

 

나는 늙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어느새 나도 예외 없이 나이가 점점 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빨리 늙을 줄 몰랐다. 솔직히 아직도 내 나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나이 든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충분한 노후 준비가 된 사람이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은퇴 후 여유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압도한다. 언제부터 노인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단어는 빈곤, 혐오, 보수, 세대 차이, 부양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지금의 국민연금체계로 걱정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구나 노후 준비라는 말이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젊은 사람들에게도 현실은 각박하고 생계는 절박해졌다.

 

자식이 연로한 부모를 봉양하는 것도 어렵지만 나이 든 부모가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못한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증가하고 있다. 노후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돌발변수가 많다.

 

본인이나 배우자의 질병이나 배우자와의 사별, 자식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 불확실한 수입과 일자리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비관적인 상황이 많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를 읽으며 과연 고령화 문제가 개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가족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문제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이미 진행되는 일본의 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직한 부부와 연로한 부모, 결혼했지만 독립하지 못한 자녀 그리고 상황이 다르지 않은 이웃들의 궁핍함이 드러난다.

 

자식이 둘 다 독립하면 돈뿐 아니라 시간적인 여유도 생겨날 것이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혼자 지내보고 싶다. 지금까지 늘 이런 바람을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 살아왔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츠코는 단 한 시간만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간절히 원했다.

 

50을 맞이하던 생일날, 이제 살날보다는 죽을 날이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엄마라는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때면 누구나 이미 늙어버린 후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원래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 본문 21

 

수입이 줄어들면 가족 간의 갈등은 경제적인 문제로 첨예해진다. 노부모를 봉양하는 일도 노후의 삶의 꾸려가는 일도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돌보는 일도 돈이 필요하다. 국가연금이나 여유 자금으로 노후를 버틴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가 연금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누구도 충분한 노후를 준비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노후에 일자리를 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후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오래 일하기 어렵다. 최근 일어난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노인 노동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일자리를 가리는 사람은 실업자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담당 직원이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 요즘 헬로워크(구직센터)에서 말하는 실업자는 일자리를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찾는 사람만을 지칭한다는 뜻이이라.

 

"헬로워크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월수입 15만엔(한국 최저임금 수준) 정도야. 아침부터 밤까지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일해서 들어오는 수입이 그 정도라면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고.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라도 더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초조한 마음에 밀려 얻게 되는 일자리는 누구라도 피하게 마련 아닐까." - 본문 164

 

그렇다면 가족 모두가 살아남는 선택지는 어떤 것일까? 열악한 근무상황과 저임금을 견디며 은퇴 없는 노동을 지속해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의 연금제도를 개선하고 복지정책을 다시 세워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그 선택지 앞에 놓여 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계속 줄어드는 소득에 맞춰 적게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도시의 소비적 삶을 벗어나 새로운 삶이 방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내용이 등장한다.

 

"뭣하면 두 분 모두 노후에는 아마미로 와서 살면 어떨까요? 거기는 물가도 싸니까. 도쿄의 맨션을 팔면 나름대로 걱정 없이 살 수도 있고요." 아츠코는 미노루와 눈이 마주쳤다. 지혜를 모으면 얼마든지 이런저런 가능성이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들뜬 기분이 얼마 만인가.

- 본문 340

 

앞으로 사람들이 점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미니멀 라이프나 소박한 삶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적인 문제만큼 중요한 행복의 가치를 지켜 나가야 한다.

 

가족 간의 든든한 결속과 가까운 친구와의 우정, 이웃과의 느슨한 연대가 심리적 울타리가 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버티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만족이 결코 소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태지향적이고 인간지향적 삶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노후의 삶은 누구에게는 귀농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공동체 지향적 삶, 어떤 사람에게는 소박한 소비를 하는 삶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노후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노후를 위해 어떤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나이 들면 하는 말처럼 올해가 내년보다 한 살 젊으니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수 있는 때이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가키야 미우 (지은이), 고성미 (옮긴이), 들녘(2017)

 

오마이뉴스(시민기자)

20.05.14